주저리: 불안, 웹, 앨범

01
불안을 견디는 법을 배우고 있다. 관계에서건 삶에서건 그 무엇에서건. 불안이 관계를 유지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루하루가 불안한데.

만약 지금 이 순간이 갑자기 재미가 없다고 느낀다면 난 어떤 선택을 할까? 고양이는 여전히 제 웃음소리를 흘리며 돌아다닐까? 그리고 나는 여전히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할까?

02
오전부터 파이어폭스와 오페라 웹브라우저를 업데이트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업데이트라니, 재밌다. 뭐가 더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오페라는 이전보다 좀 더 빨라진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좀 웃긴 거 하나. 나의 메인 브라우저는 파이어폭스인데, 실제 웹 서핑을 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브라우저는 오페라다. 흐흐. -_-;;; 사실 오페라가 여러 모로 편하고 좋긴 하다.

03
모과이(Mogwai)의 첫 앨범인 [Young Team]을 샀다. 마침 리마스터링에 보너스 CD가 들어간 한정판이 있어서 질렀다. 처음 들은 모과이 앨범은 [Rock Action]으로 이 앨범을 꽤나 좋아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들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앨범이다. 근데 [Young Team]을 듣고 있으니 숨이 막히는 느낌이다. 이렇게 멋진 앨범을 이제야 듣다니!

강허달림의 앨범 [기다림, 설레임]을 샀었다. 좋다. 매력적인 목소리에 하루에 한 번 정도는 듣는다. 어떤 날은 나도 모르게 아무 노래나 흥얼거리기도 한다. 좋아하는 곡은 다소 느린 곡들(“미안해요,” “독백,”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이지만 강허달림의 목소리는 앨범의 첫 곡 “춤이라도 춰 볼까”처럼 빠른 곡에서 더 빛난다. 목소리만으로 노래를 매력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가수는 참 오랜 만이다.

정말 살 계획이었던 앨범은, 개인주문을 통해 구입한 어떤 앨범이다. 판단은 유보. 좋은데 아직 적응이 안 된다. 이전 앨범과 스타일이 좀 변했는데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그래도 종종 듣는다. 결국 좋아할 것도 안다.

환상: 지토를 따라

마녀에겐 새 빗자루를 선물해. 고양이에겐 맛있는 참외를, 지토에겐 차갑고 새콤한 레몬을.

나는 마녀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 수도 있어. 마녀는 내가 걸을 수 있는 하늘의 길을 만들어. 그 길엔 입술만 남은 고양이의 웃음소리가 맴돌고 있겠지. 웃음소리를 따라가. 나는 웃음소리를 따라가며 사라진 몸의 흔적을 찾아. 고양이의 웃음소리. 늦은 밤 들리는 웃음소리가 아니라 어느 낮 가만히 귀 기울일 때 들리는 작지만 분명한 웃음소리.

지토는 어딘가로 서둘러 달려가고 나는 지토를 따라가. 하늘에 잠시 잠깐 생긴 길을 걸으며 나는 지토를 따라가. 지토는 서둘러 어딘가로 가며, 내가 따라오는지 확인해. 가는 길마다 귓가에 맴도는 고양이 웃음소리. 울음이 아닌 웃음소리. 고양이 웃음소리는 귓가에 맴도는데 어디서 들리는지 확실하지 않아. 귓가에서만 들리는 소리. 출처가 없어 찾아갈 순 없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는 소리. 그리고 나는 지토를 따라가. 입술 모양만 잠시 나타나 웃음소리를 흘리곤, 입술모양은 곧 사라지지만 웃음소리는 남아서 떠도는 길을 걸으며 지토를 따라가.

하늘에 잠시 잠깐 생긴 노란 길. 발을 내딛으면 길이 생기고 발을 떼면 길이 사라지는. 마녀는 저 멀리 어딘가로 가버렸어. 나만 남아 있는 이 길. 모든 게 뒤죽박죽인 기억 속에서도 나는 지토를 따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