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선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도로엔 헤드라이트 불빛이 부신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통속적이고 진부한 풍경. 그 풍경이 처연하다고, 아름답다고 느꼈다. 자동차들이 속도를 줄이며 달리고 있는 6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며, 아름다움을 느꼈다.
귀에선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가 흐르고 있었다. 서늘한 피아노 소리. 서늘한 선율. 그리고 깨질 것만 같은 하덕규의 목소리.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이 쉴 곳 없네….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오늘 아침엔 초승달이 떴다. 지고 있는 초승달. 아침 혹은 늦은 새벽의 하늘. 종이에 베인 상처에서 배어나오는 피처럼, 앙상한 초승달. 귀에선 시인과 촌장의 “새벽”이 흐르고 있었다. 당신의 눈썹처럼 여윈 초생달 숲 사이로 지고. 높은 벽 밑동아리에 붙어서 밤 새워 울고 난 새벽. 높은 벽, 높은 벽, 높은 벽, 높은 벽, 높은 벽, 높은 벽 아래 밤새 울고 난 새벽.
밤새 잠을 뒤척였다. 열댓 번은 더 잠에서 깨어난 것 같다. 바로 누워서 잠시 잠들었다가 오른 쪽으로 돌아누워 잠들었다가 왼쪽으로 돌아누워 잠들었다가. 이러길 반복했다. 그리고 6시에 잠에서 깼다. 밤새 뒤척였다는 게 꿈만 같았다. 정말 뒤척였는지 뒤척이는 꿈을 꾼 건지 헷갈렸다. 정신이 너무 멀쩡해서 뒤척이는 꿈을 꾼 것만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주문처럼 되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