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또 주절

01
핑크 플로이드 박스세트가 나왔다. 정규앨범에 영화 음악 작업한 것 까지. 라이브를 제외하면 정규앨범이 모두 담겼다. 미칠 듯이 사고 싶다. ㅠ_ㅠ 현금도 있다. 돈은 없다. -_-;; 풉. 내용물은 엄청 화려하단다. 내가 카드만 있었어도 이미 질렀을 거 같다. 12개월 할부? 푸훗. 다행히 카드도 없다. 아…. 근데 사실 실제 사는 것보다 살 수 없어서 이런 저런 상상을 하는 게 더 즐겁다. 나란 인간이 원래 이렇다. 아무튼 정말 매력적인 내용물이다. 따로 사면 더 비쌀 텐데 이 기회를 노릴까 하면서도 그냥 상상만 한다.

…초 단기간 알바할 곳 없나. *힐끔* 흐흐.

02
지도교수를 만나고 왔다. 며칠 전부터 선생님께 메일을 해야지 하면서 미루다가 기어이 메일을 썼다. 다음 주에 만나길 기대했는데 메일 보낸 오늘 만났다. 만나기 전에 너무 긴장해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는;;; 그래서 잠시 문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흐. 그래도 힘을 많이 받았다.

03
자꾸 가라앉는 요즘이다. 여름이라서 그렇다. 여름이 지나가면 좀 괜찮아지려나. 가끔 진지하게 북유럽에서 살면 여름마다 경험하는 감정변화를 안 겪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정말이지 평균기온 0~1도 사이인 나라에서 살고 싶다. 실제 그런 곳에서 살면 딴 소리 하려나? 흐

음악 주절주절

동서남북의 “나비”란 곡을 들었다. 동서남북의 1988년 즈음에 나온 곡이다. 듣다보면 종종 1960년대 후반 1970년대 초, 중반에 나온 유사 장르의 곡들과 헷갈린다. 정말 잘 만들었다. 마치 1970년대 잊힌 명곡을 발굴해서 듣는 느낌이랄까. 물론 이 말은 꽤나 역설적인 평가이긴 하다. 아무려나 정말 잘 만들었다. (궁금하면 다방으로…)

언니네이발관의 새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를 들었다. 초반의 세 곡은 정말 아름답다. 언니네이발관은 첫 번째 앨범을 들은 이후 안 들었다. 싫어서가 아니라 그냥 나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바뀌어서. 그랬기에 두 번째로 듣는 앨범인데 다른 앨범도 챙겨서 듣고 싶을 정도다. 무엇보다 가사가 좋다. 가장 소중했던 사람이, 가장 특별했던 사람이 가장 평범한 사람으로, 보통의 존재로 변해가는 순간을 그린 가사들. 하지만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 게”란 가사가 특히 좋다. 대충 어떤 가사와 기획인지 알고 들었기에 다행이었다. 아님 많이 당황할 뻔 했다. 너무 절실했던 어떤 상황이 어느 순간 아무렇지도 않은, 이제는 희미하고 무덤덤한, 그래서 ‘아,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로 떠올리는 걸, 최근 경험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고 듣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 했다. (다방;;;;;;;)

음악을 듣다가, 3분 내외의 짧은 곡보다는 꽤나 긴 곡을 좀 더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10분이 넘어가는데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다양한 변주를 구사하는 곡에 매력을 느끼더라는. 이건 정말 최근의 깨달음이다. 그리고 재밌었다. 이런 취향도 가능하구나 싶어서. 풉. 하지만 짧은 곡을 밀도 있게 완성하는 것도, 긴 곡을 밀도 있고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보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며칠 전엔, 오랜 만에 캣 파워를 들었다. 꽉 막혀 있던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뭔가 답답한 일이 있었는데, 그래서 음악으로 풀려고 했는데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늦은 밤 玄牝으로 돌아가는 길에 묘력을 들었다. 아! 말 그대로 숨통이 트였다.

음악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정말 고마워.
그리고 파이어폭스(특히 애드온 기능)도 감사. 크. -_-;;

으아악.

복학신청 기간을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논문학기 등록을 하려면 복학신청을 해야 한다. 근데 그 기간이 언제지? 이미 지났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으로 확인하니, 이미 지났다. 확인하는 순간, 살짝 공황상태에 빠졌다. 내가 이런 적이 있던가. 이런 일처리에서 날짜가 늦은 적이 있던가.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요즘 뭐하고 사나 싶었다. 엉망진창이야, 엉망진창.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정말.

안절부절, 안절부절. 더 읽어야 한다는 강박은 있지만, 정말 무얼 읽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예전에 메모한 목차를 보는 순간, 난 방향 없이 달려왔구나, 싶었다. 지금 나는 과도한 욕심을 내고 있는 거야. 과도한 욕심을. 지금 수준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데, 괜한 욕심을 부리며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있다. 이젠 포기할 건 정말로 포기할 때라고. 도대체 뭐하고 사는 거야. 그나마 목차를 확인하면서 조금 안심했지만 그래도 속상했다.

내일은 아침부터 정신없겠다.

사실 어제, 살짝 공황상태에 빠졌을 때 모든 걸 그만두고 도망가고 싶었다. 뭐하고 사나 싶었다. 제대로 하는 것도 없이 소문만 내고 다닐 뿐이라고, 허풍뿐이라고 느꼈다. 그냥 다 관두고 어디 도망가서 숨고 싶었다. 근데, 안다. 도망가고 싶을 때가 바로 시작할 때라는 걸. 도망가고 싶고 모든 걸 관두고 싶을 때가 바로 막바지에 다다른 시기란 걸. 도망가고 싶다는 건 막다른 골목에 도달한 게 아니다. 단 하나 남은 길에서 머뭇거리며 회피하고 싶은 거다. 간신히 추스르고 있다.

내일은 암튼 생전 안 해본 일처리를 해야 한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