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플로이드 혹은 시간에 따른 음악 듣는 습관 변화?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슬픔 혹은 아쉬움 중엔, 좋아하는 음악, 듣는 음악의 취향이 좀 더 분명해진다는 깨달음이다. 예전엔 곧잘 들었고, 그래서 별로 안 좋아하는 음악도 들었는데 이젠 좀 더 좋아하는 음악을 중심으로 듣는다. 낯선 음악을 접하면, 끝까지 듣기 위해 참아야 하는 순간을 느낄 때, 특히나 예전과 지금의 태도가 변했다는 걸 분명하게 깨닫는다. 더욱이 지금은 플레이어에 몇 십 장의 앨범이 들어 있으니, 다른 앨범으로 바꾸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를, 자세히 듣고 싶은 것으로, 다양하게 듣는 방식에서 깊이 있게 듣고 싶은 방식으로 바뀐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예전엔 다양하게 들으려고 노력한 것이지, 다양하게 들었던 음악을 모두 좋아했다는 뜻은 아니다. 다양하게 들었을 때에도 결국 좋아하는 음악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들었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주파수에 있는 음악은 유난히 더 좋아했고. 그때도 싫어하는 음악은 싫어했고 안 들었다. 일테면 이른바 “스피드 메탈” 혹은 “바로크 메탈”이라고 불렀던 음악들, “LA 메탈” 혹은 “팝 메탈”(밴드의 구성원들이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다녀서인지 “hair metal”이라고도 쓰더라만) 같은 음악은 정말 재미도 없고 싫어서 안 들었다. 처음에야 몇 번 억지로 듣다가, 나중엔 유사한 장르란 이유만으로 안 듣기도 했다. 그러니 딱히 지금이 음악을 더 좁게 듣는 건 아닐 테다.
(물론 장르로 따지면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중구난방이다. 흐흐. 하지만 내겐 장르로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으니까.;;)

그럼에도 뭔가 아쉬움을 느끼는 건, 요 몇 달 간 들은 음악들 때문이다. 요즘 지지(mp3p)에서 빠지지 않고 들어 있은 음악, 그래서 꽤나 자주 듣는 음악은 Pink Floyd의 앨범들이다. 그렇다고 딱히 1960년대, 1970년대 음악에 각별한 애착이 있거나 어떤 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그 시절 음악들 중 유난히 좋은 음악들이 많지만 그건 시간이 지나면서 걸러진 거지 그 시절 등장한 음악이 모두 좋은 건 아니었을 테니. 마찬가지로 지금의 음악 역시 비슷한 평가가 가능하리라. 각설하고 그 시절의 음악 중 유난히 많이 언급되는 가수들이, 비틀즈,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가 아닐까? 스타일은 다 다르지만 참 오랜 시간을 두고 사랑 받는 거 같다.

근데 솔직히, 레드 제플린이 음악을 잘 하는 건 알겠지만, 좋은 지는 잘 모르겠다. 발표한 앨범 상당수를 지지에 넣고 몇 주에 걸쳐 들었는데, 이상하지. 귀에 안 들어온다. 음악 잘 하는 구나, 하는 느낌은 있는데 감흥은 없다. 비틀즈도 비슷하다. 몇몇 곡들은 정말 좋아하지만 앨범으로 들으면 이상하게도 감흥이 없다. 최근엔 존 레논의 [Lennon](1990)이란 앨범을 들었다. 근데 몇몇 곡들은 정말 좋은데, 앨범으로 들었을 땐 그냥 지나가는 느낌. 다음 곡을 듣고 싶고, 몇 번이고 더 듣고 싶은 느낌이 안 든다. 그래서 조금 슬펐다. 이들을 들으며 무척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나만 이런 감흥을 모르는 것만 같아서.

하지만 핑크 플로이드는 몇 년 전에도 그렇듯, 여전히 좋다. 듣고 있노라면 두근거리고 다음 곡이 궁금하고, 자꾸 듣고 싶고, 내가 모르는 음악을 더 알고 싶고. 사실 핑크 플로이드를 듣기 시작한 건, 일종의 의무감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내게 감흥을 일으켰다. 근데 이상케도 레드 제플린이나 비틀즈는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조금 아쉽다. 물론 그냥 내가 안 좋아하는 애들이구나, 하고 내버려 둘 수도 있을 텐데도 그게 또 그렇게 쉽지가 않아서. 마치 혼자서 좋아하는데, 좋아하고 싶은데 좋아할 수가 없는 관계랄까. 흐흐. ;;

암튼 그래서 요즘 핑크 플로이드를 듣고 있다는 얘기…? 응? 흐흐. 이런 결론은 아니고, 오늘따라 핑크 플로이드가 좀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아서 듣다가 문득 떠올라서.

그나저나 요즘 듣고 있는 얘들 중에, Modest Mouse의 [Good News For People Who Love Bad News]란 앨범을 듣고 있는데 좋다. 뭔지 모를 매력이 넘친달까. 무엇보다도 제목이 재밌다. “나쁜 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좋은 소식”이라니, 크레타인의 역설을 차용한 느낌이 들긴 해도, 재기발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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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가면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음.

자고 싶어

길을 걸으면서 잔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눈은 3분의 2 정도는 감겨있고, 이 정도도 간신히 뜨고 있을 때가 심심찮다. 근데 비타민 과다섭취인지 정신은 말짱할 때가 많고 밤엔 시간이 아까워 쉽게 잠들지도 못한다. 지금 잠들면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중얼거리며 눈을 부비며 억지로 깨어선 무언가를 읽고 있다. 그렇게 잠들기를 미루다보니, 아침마다 반복하는 ‘일찍 자야지’ 하는 다짐은 언제나 무산. 많이도 말고 하루 정도만 8시간을 잘 수 있으면 좋겠다.

커피와 초콜릿

따뜻한 커피. 너무 뜨거워서 마시기 힘든 정도는 곤란하고, 따뜻하면서도 입안에서 굴리며 마시기에 부담 없는 정도의 따뜻한 커피.

그리고 달콤한 초콜릿. 특유의 달콤 쌉쌀한 느낌의 초콜릿. 설탕이 많아도 안 되고 우유나 분유가 들어가도 안 되고.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의 초콜릿.

초콜릿을 혀 위에 올리고, 따뜻한 커피를 마신다. 따뜻한 커피의 온도에 초콜릿이 녹아내리고, 녹아내리는 초콜릿과 커피가 어우러지는 순간. 이 순간이 요즘 내가 누리는 사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