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간이에요. 영화에 불타고 있어요. 흐흐.
영화 일정만 있으면 괜찮은데 금/일/월/수요일엔 [젠더의 채널을 돌려라] 책 판매 부스도 열어서(20% 할인하고 있어요. 흐흐) 일주일간은 인터넷을 할 시간이 거의 없을 거 같아요. ㅠㅠ
[카테고리:] 몸에 핀 달의 흔적
피곤
숨책에서 어제 알바를 하며, 최근 읽고 싶었던 책이 여럿 있었다. 이런 기쁨이 생활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일지도 모른다.
피곤하다. 회의를 하는 건 좋은데, 회의를 하고 나면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회의가 싫은 것도 아니고 이런 저런 활동이 싫은 것도 아니다. 이런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 깨달음과 힘을 얻을 수 있는 과정이 좋다. 하지만 이런 시간들이 끝나면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아직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익숙하지 않은 걸까? 예전에도 이랬다. 모임이 무척 좋아서 그 모임을 기다리고 그 모임이 있는 날을 중심으로 생활을 할 정도였지만 모임이 끝나면, 피곤함이 밀려왔다.
그냥 달디 단 초콜릿을 먹고 싶다. 너무 달아서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단.
벌레가 나오는 꿈
가장 오래된 악몽은 아마도 3~4살 즈음에 꾼 꿈이다. 커다란 전세방에서 살던 시절. 그 방엔 벽을 대신하는 칸막이가 하나 있었고, 칸막이 너머에 작은 공간이 있었다. 손님이 오면 잘 수도 있고, 평소엔 창고처럼 사용할 수도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곳까지 전세로 빌렸는지, 아님 주인이 워낙 좋아 그냥 사용할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곳은 가끔씩 혼자서 놀던 곳이었다. 보통 크기의 창문이 있고, 창을 열면 회색빛 담벼락이 바로 보이는 곳에 위치한 방은 항상 어두웠다. 하지만 이렇게 어둑한 느낌은 포근하거나 아스라한 느낌도 줬다. 그곳은 항상 저물녘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는 정도였고, 그곳이 좋았다. 그러니 그곳은 꽤나 괜찮은 곳이었다. 하지만 나의 꿈속에선, 그곳에 세 명의 무서운 괴물이 살고 있었고,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그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의 정적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악몽에서 괴물이나 귀신과 같은 형상이 등장한 적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내 악몽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건, 벌레였다. 아주 작은 벌레부터 무척 큰 벌레까지. 징그럽기 짝이 없는 벌레들이 꿈속에서 나를 좇아오면 나는 두려워 도망치곤 했다. 그러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나는 어쩔 수 없어 소리를 지르고 잠에서 깨곤 했다. 그 느낌이 생생했다. 그리고 그 생생한 느낌으로, 벌레가 나오는 징그러운 글을 한 편 썼다. 언젠가 이곳에도 쓴 거 같은데, 그 글을 쓴 이후로 벌레를 무서워했다. 그전까진 메뚜기나 여치와 같은 곤충을 줄곧 잡기도 했는데, 그 글을 쓴 이후 벌레와 곤충은 내가 가장 무서워하고 징그러워하는 대상으로 바뀌었다. 악몽은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꾸었을까? 이것까진 기억이 잘 안 난다.
오랫동안 벌레가 나오는 꿈을 꾸지 않았다. 그리하여 벌레가 나오는 악몽은 잊어갔다. 그저 벌레만 무서워하거나 징그러워할 뿐. 더 이상 벌레가 나오는 꿈을 꾸지 않았다.
어제 밤, 벌레가, 그것도 바퀴벌레가 나오는 꿈을 꿨다. 자고 있는 이불 바로 옆에서 벌레가 뽈뽈뽈 기어 다니는 모습을 어두운 방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벌레가 뒤집어 졌을 때 나는 끔찍해서 소리를 질렀고 당장 이 집에서 도망가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었다. 잠에서 깨었을 때, 잠에서 깨어난 것인지 꿈을 꾸는 꿈이라 꿈에서 잠을 깬 건지 헷갈렸다. 눈을 뜨면 모든 걸 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내 옆에 벌레가 정말 있을 것만 같아서. 한동안 다시 잠들지 못 하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다 불을 켜고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다시 눈을 감을 수 있었지만, 그 느낌만은 쉬 지울 수가 없었다.
무슨 의미가 있는 꿈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