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베스트

이틀간의 연휴동안 할까 말까 망설이다 안 했는데, 이웃 블로거인 키드님도 했고, 지구인님도 해서, 덩달아 하는 2007년 결산. 흐흐.

2007년 베스트 책과 논문;;
Susan Stryker “My Words To Victor Frankenstein Above The Village Of Chamounix: Performing Transgender Rage”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배수아 “훌”
[화이트 노이즈]
[올란도]
[육체에 새겨지다]

스트라이커의 글은, 구절, 구절이 구구절절 몸에 와 닿는다. 새로 읽을 때마다 이전엔 무심코 넘어간 문장들이 몸에 파고든다. 아아, 언젠간 이런 글을 쓸 수 있기를.
[프랑켄슈타인]은 정말 읽길 잘했다. 고전은, 언제나 풍부한 해석의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배수아는, 시간이 흐를수록 매력이 더해가는 거 같다.
이러나저러나 영화와 달리 책은 리뷰를 잘 안 해서, 올 해 무슨 책을 읽었는지를 모르겠다는-_-;; 리뷰를 한 적은 없지만, 아옹님이 추천한 [화이트 노이즈]는 잔상이 오래 남고, 그래서 꼭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소설.

2007 베스트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스파이더 릴리(첫 번째, 두 번째)
열세 살의 수아
밀양(첫 번째, 두 번째)

좋아하는 영화를 꼽으려고 하니, 이미 몇 편의 영화는 오랜 시간을 되뇌고 있었다는. 따지고 보면 네 편의 영화중에 어떤 영화는 부족한 점도 많다. 그럼에도 몸을 흔드는 장면들, 상황들이 있을 때, 그런 장면들이 스쳐 지나갈 때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더구나 소위 말하는 “현실”과 “환상”이란 구분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작품을 좋아하니. 흐흐.
2006년 결산 때, 빠진 영화가 [판의 미로]였지만 2007년 한 해를 돌이켜 봤을 때 가장 자주 떠올린 영화가 [판의 미로]였다. 그렇다면 올해 2008년엔 2007년에 읽은 영화 중 어떤 영화가 오랫동안 몸에 파장을 일으킬까.

2007 베스트 음반
Nina Nastasia [You Follow Me]
Jolie Holland [Springtime Can Kill You]
The Cooper Temple Clause [Make This Your Own]

니나의 앨범을 빼면, 두 장의 앨범은 2006년에 발매한 앨범이지만 2007년에 구매했으니, 2007년 베스트에. 흐흐.
니나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고, 졸리 홀랜드의 앨범에 수록된 “Nothing to Do But Dream”은 한때 몇 번을 반복해서 들을 정도였지. 정말, 꿈꾸는 것 외엔 무엇도 할 수가 없던 그때.

2007 베스트 공연
2007.03.07. 잠실실내체육관 뮤즈
2007.07.29. 송도유원지 펜타포트, 뮤즈

아아, 정말 한 해 무려 두 번이나 뮤즈Muse의 공연을 볼 수 있다니, 이건 행운도 보통 행운이 아니다. 올해도 오려나? 오면 무조건 갈 텐데.

+한국에 올 가능성은 없지만 왔으면 하는 아해들은, Nina Nastasia, Cat Power, The Cooper Temple Clause, The Music.
++지난 공연에 못 갔기에 다시 왔으면 하는 아해, Tool ㅠ_ㅠ

2007 베스트 삽질 사건
2007.10.16. 모 대학 특강.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덕분에 많은 깨달음을. 흑흑흑.

2007 기억에 남을 사건들
차별금지법과 긴급행동, 그리고 이를 계기로 만난 사람들
종시 통과와 석사수료.

지구인님의 글처럼, 2007년은 차별금지법 혹은 긴급행동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도 있을 정도로 기억의 결이 다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 활동가들을 만났고 LGBTQ 캠프를 기획 중이니, 이보다 중요한 일도 없다.

다른 한 편, 스스로도 믿기진 않지만, 아무려나 종시를 통과했고 석사도 수료한 거 같다. 아아, 이제 논문이구나. ㅠ_ㅠ

나의 나스타샤

가난해도
달콤한 나의 나스타샤를 사랑해서,
잠시 잠깐 망각한다.

이틀을 내리 잠만 잤다. 아니, 종종 잠에서 깨어 밥도 먹었고, 인터넷도 잠깐잠깐 했다. 책은 거의 안 읽었고, 그저 매트리스 우에서, 이불 안에서 뒹굴뒹굴 빈둥빈둥. 오늘 아침엔 허리가 아파 잠에서 깨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불안할 것 같았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 어젠 너무 잤는지 밤에 잠이 안 왔고, 책도 조금 읽었다. 옛날 철학자들은 참 잘 살았구나, 그래, 역시 돈이 많거나 계급이 돼야 사색을 할 여유도 생기는 거야, 라고 궁시렁 거렸다. 여전히 졸려, 눈을 몇 번이나 비비며 책을 읽다가 다시 잠들었다. 6시 조금 넘은 시간, 손석희의 목소리를 들으며 깨어났고, 이틀 동안 듣지 않은 라디오를 들으니 반갑다. (손석희도 무한도전 팬임이 틀림없다. 흐흐.)

연말과 연초라는 건 없다. 나의 휴가는 끝났고, 오늘부터 하기로 한 일을 시작하고 있다. 워크샵을 준비해야 하고, 다음 주부터 있을 세미나도 준비해야 한다. 읽고 싶은 책도 읽어야 하고, 활동에 지장 없을 그런 알바도 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나스타샤.
허스키하면서도 달콤한.

주절주절

아무려나, 알바는 끝났다. 총 40분짜리 테이프 30(+1)개. 물론 혼자서 다 한 건 절대 아니다. 혼자선 결코 할 수 없는 분량이니까. 처음엔 하나 푸는데 하루 걸렸고;; 속도가 붙고 익숙해지자 이틀에 세 개를 풀 수 있었고, 마지막엔 하루에 두 개를 풀 수 있었다. 눈이 빨갛게 충혈 상태인데도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본 거지. 아무튼, 저의 하청인들도, 수고하셨어요. 흐흐흐 ;;;

며칠 간 휴식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월요일, 화요일은 玄牝에서 뒹굴 예정. 이불 속에서 밍기적 거리는 거 좀 해보려고. 걱정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정도. -_-;;

마지막 학기 성적이 떴고, 예상 이상의 점수가 나왔다. 물론, 이제까지의 학점에 비추면 평범한 점수지만 -_-v 그래도 이런 점수가 나올 거란 예상을 안 했기에 조금 놀랐다. 그저, 내가 취한 형식과 주제를 설득했다는 점에 의의를 가지면 될 거 같다.

보조안경을 하나 살까 고민 중에 있다. 지금 안경이 좀 무거워서;;; 알바비가 곧 들어오니 이런 상상을 하고 있다. 우헤헤. 하지만 정말 살지는 모를 일이다. 실제 사는 것보다 이렇게 살까 말까로 고민하는 게 더 재밌으니까. 돈이 생기니 이런 저런 상상을 하지만, 결국은 생활비도 살짝 빠듯한 상황인 걸.

알바를 구하려고 궁리 중인데, 활동에 지장이 없는 알바는 어떤 게 있을까?
내년부턴 영화관에도 갈 시간이 생기겠지?

근데, 녹취알바 또 하고 싶다. -_-;;; 크크크크크크크크. 이거 은근히 중독이라니까요. (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