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같다. 이번 주가 학부 중간고사 기간이라 그렇잖아도 사람이 없는 건물에, 대부분의 시험이 끝났을 시간이라 건물은 더욱더 썰렁하다. 예전 사무실은, 외진 곳에 있어서 이런 상황에 영향을 거의 안 받았는데, 지금은 수업강의실이 있는 복도에 있다 보니 이런 상화에 꽤나 영향을 받는다.
어젠 한 수업의 시험 감독을 했다…라고 하기엔 좀 민망하다. 대학원생에 수업조교이니 시험 감독을 하는 게 특별할 건 없는데 그 수업은 시험감독이 아니라 시험지 배포와 회수가 전부였기 때문에. 시험지를 나눠주고 나선 사무실에 와서 인터넷쇼핑을 좀 하다가 시험이 끝날 시간 즈음에 가서 시험지만 회수했다. 이 수업이 좀 이렇다. 시험기간을 제외한 수업시간에 단 한 번도 안 나타나는 수강생이 있을 정도의 수업이다. 뭔가 “의식 있는” 선생인가 싶겠지만 전혀 그렇진 않고. 아무려나 수업은 오픈 북을 넘어 노트북도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였고, 시험 감독은 없었다.
재밌는 건 이런데도 편지를 쓴 사람이 있다는 거. 시험 종료 10분 정도를 남기고 갔을 때, 이미 답안지를 제출하고 간 사람들이 있었고, 두 장을 썼을 경우엔 스탬플러로 찍으려고 답안지를 보다가, 편지를 발견했다. 이른바 답안지에 쓰는 편지. 그래도 답을 조금 쓰고 나서 편지를 쓴다고 믿었는데, 이 편지의 경우 처음부터 편지만 쓰고 있어서 눈치 챌 수 있었다. 내용까진 안 읽었지만(내용까지 읽을 만큼 관심도 없고), 그래도 좀 웃겼다.
긴팔 티가 없어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다가, 오홋, 코끼리 모습이 있는 티를 보곤 단박에 선택했다. 고양이가 그려진 옷과 함께 주문. 가방이 또 찢어져서 새로 살까 하다가 관뒀다. 그냥 뮤즈 가방을 들고 다녀야지. 찢어진 가방은 참 아쉬운데, 보리수 아래서 걸어가고 있는 코끼리를 세긴 판이 있는 가방이어서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다. 행여나 찢어질까봐 가방에 많은 걸 안 넣고 다녔는데도 찢어져서 조금 속상했지만, 긴팔티를 사면서 좀 좋아졌다.
뒷담화 성격의 글(크크크)을 쓰다가 갑자기 흥이 떨어져서 중간에 관뒀다. 흥이 날까 하고 시작했는데 결국은 흥이 안 나더라는. 뒷담화라서 흥이 안 난 건 아니고, 그냥 몇 줄 쓰다보면 흥이 없어진달까. 시간이 지나면 좀 좋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