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블링 하는 차 + 8월의 끝 + 20세기 소년

#덤블링 하는 자동차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중이었다. 소형차가 옆으로 스윽 지나갔다. 천천히 지나가던 자동차는 갑자기 멈췄고, 그 자리에서 뒷바퀴부터 튀어 올랐다. 그렇게 공중회전을 한 번 한 자동차는 제자리에 착지했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가던 길을 계속 갔다.

물론 지나가던 자동차가 공중 일 회전을 할리 없다. 흐흐흐;;; 하지만 소형차가 옆으로 지나가는 순간, 루인 바로 옆에서 공중 일 회전을 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고, 그냥 지나가자 분명 공중 일 회전을 할 거란 기대가 부풀어 계속 쳐다봤다. 멋지게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면 “와~~!!!”하고 감탄할 준비도 하면서.

맞다. 제대로 더위 먹었다. 크크크 -_-;;;

#8월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온다고 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얼추 두 달 전에 떠났던 사람과 얼추 일 년 전에 떠났던 사람. 다들 무사하려나. 돌아오긴 오려나.

두 달 전에 떠났던 사람과는 몇 주 전에 메일을 한 통 주고받았다. 하지만 일 년 전에 떠났던 사람에게선 그 후 소식이 없다. 한창 전쟁 위험으로 떠들썩하던 시기에 갔는데, 무사히 돌아오겠지?

#[20세기 소년]
어제 밤, [20세기 소년] 1권을 읽다가, 문득, 어쩌면 켄지(누군지 기억하시죠? 기타치는 그 인간. 흐흐)가 “친구”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1권만 읽으면 왜 나오는지 알 수 없던 장면이, 22권을 읽어야 꽤나 중요한 장면이란 걸 알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며, 새삼 이야기 구조가 참 탄탄하다고 감탄하다가, 문득, 어떤 장면들에서, 어쩌면 켄지가 “친구”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 켄지가 “친구”면 제대로 반전인가? 아님 이미 다들 예측하고 있는 진행이려나? 다음 연재는 내년이라고 한 것 같기도 한데… 흠….

밥+과일

며칠 전, 이틀 만에 죽을 먹었다는 얘길 썼다. 얼추 열흘 전부터 속이 안 좋고 소화가 안 되는 느낌임에도 밥을 꾸역꾸역 챙겨 먹다가 메스꺼움에 결국 속을 비우기로 했었다(속이 안 좋거나 아플 땐 굶는 게 최고라고 믿는 편;;;). 그렇게 죽을 먹었을 때, 빈속에 갑자기 음식이 들어가 충격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라 과일만 먹을 거라는 말도 썼다. 그렇게 지난 일요일엔 천도복숭아 몇 개, 월요일인 어젠 바나나 몇 개. 오늘도 천도복숭아 몇 개를 먹고 있다. 이러다보니 밥을 먹고 싶다는 바람을 품곤 한다. 그럼에도 밥을 먹고 싶지가 않다. 더 정확하게는 밥을 먹을 엄두가 안 난달까.

얼추 열흘 전만 해도, 비록 하루 두 끼라고 해도 밥은 꼬박꼬박 챙겼다. 허기증세라고, 밥을 안 먹으면 식은땀이 나고 온 몸이 떨리는 증세가 있었는데, 요즘은 이런 증세도 없다. 과일 몇 개 먹고 있으면 배고픈 느낌도 별로 없고 허기증세도 없다. 오호라. 제대로 다이어트 하고 있구나! -_-;; 흐흐. 실제 살이 좀 빠진 느낌이 들긴 든다.

며칠 약을 챙겨 먹었더니 위가 쿡쿡 쑤시는 듯한 느낌은 약하게 남아 있어도 매스꺼운 증세는 거의 없다. 그런데 배가 별로 안 고프고 밥 먹을 엄두가 안 난다.

이런 상황이 걱정이냐면, 그 반대다. 지금의 상황이 좋아서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을 정도로. 과일 몇 개를 먹으며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면,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 과일 값이 비싸다고 해도 밥값이 안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절약하는 셈이기도 하다. 이런 바람 속에서 조금은 불순하게도, 카프카의 소설, “단식하는 광대”를 떠올렸다. 기계적으로 단식을 하는 그 광대처럼, 이 기회에 루인도 밥을 안 먹고 과일만 먹으며 살 수 있는 몸을 만들까 하는 상상을 하고 있다. 과식주의자(fruitarian)가 되겠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상황이 좋다. 루인의 성격에 몇몇 종류의 과자는 끊을 수 없을 테니, 오직 과일만 먹고 살겠다는 건 아니지만, 이 기회에 쌀을 전혀 안 먹고 과일만 먹고 살 수 있는 몸, 과일이 밥인 몸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몇 십 년을 라면만 먹고 살았다는 사람의 이야기도 떠오르고.)

아무려나, 오후엔 쌀을 먹으러 가볼까 고민 중이다. 사흘 동안 쌀을 안 먹고 있자니, 20년 넘게 몸에 익은 습관이 있어 살짝 걱정이 되긴 하니까. 하지만 괜히 쌀을 먹었다가 탈나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로 인해 꽤나 망설이는 중이다. 고작 이틀이긴 하지만 쌀을 안 먹었다고 큰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은 안 든다. 이래놓고 내일부터 다시 김밥주의자로서의 삶을 살지도 모를 일이니 무얼 장담할 수 있겠느냐만, 아무렴 어때. 이 여름, 나름 재밌는 경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후후.

안경 찾다: 어질어질

조금 전 안경을 찾았다. 오는 길에 쓰고 왔는데… 어질어질@.@

안경가게에서 안경을 쓰고 학교 정문까지 걸어오다가, 땅이 너무 휘어져서 돌아가서 손을 좀 보고 다시 꼈더니 그나마 좀 났다만, 그래도 땅이 휘어진다. 내일 즈음 다시 가야겠다.

그나저나, 안경을 끼고 있노라면 평소 2D로 세상을 인식하던 루인으로선 3D로 인식하게 된달까. -_-;; 거리감 없고 0.1정도의 시력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게 너무도 당연하던 루인으로선, 1.2 정도의 교정시력으로 안경을 맞춘 문제도 있겠지만, 안경을 썼다가 벗으면 사고가 중단될 정도. 지금도 초점을 못 맞추고 있다.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슨 글을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흐흐. -_-;; 안경을 쓰고 돌아다니면 먼 거리에 있는 사물은 무척 잘 보이는데, 가까운 거리의 글자를 보려면 한동안 초점을 잡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 안경을 새로 맞추면 적응하는 시간이 걸린다곤 하지만,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원래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안경을 착용한지 얼추 10년은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새로 맞춘 안경은 어질어질. 수업시간이나 영화관 정도에서만 사용하니 크게 문제 될 일은 없겠지만. 으으.

그래도 확실히 선명하게 보인다. 낯설고 기괴할 정도로. 사무실 한쪽 끝에 앉아 다른 쪽 끝을 보면, 기존의 여분으로 가지고 있던 안경은 편하지만 책제목은 안 보인다면, 새로 산 안경은 어지럽지만 책 제목이 보인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