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찾다: 어질어질

조금 전 안경을 찾았다. 오는 길에 쓰고 왔는데… 어질어질@.@

안경가게에서 안경을 쓰고 학교 정문까지 걸어오다가, 땅이 너무 휘어져서 돌아가서 손을 좀 보고 다시 꼈더니 그나마 좀 났다만, 그래도 땅이 휘어진다. 내일 즈음 다시 가야겠다.

그나저나, 안경을 끼고 있노라면 평소 2D로 세상을 인식하던 루인으로선 3D로 인식하게 된달까. -_-;; 거리감 없고 0.1정도의 시력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게 너무도 당연하던 루인으로선, 1.2 정도의 교정시력으로 안경을 맞춘 문제도 있겠지만, 안경을 썼다가 벗으면 사고가 중단될 정도. 지금도 초점을 못 맞추고 있다.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슨 글을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흐흐. -_-;; 안경을 쓰고 돌아다니면 먼 거리에 있는 사물은 무척 잘 보이는데, 가까운 거리의 글자를 보려면 한동안 초점을 잡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 안경을 새로 맞추면 적응하는 시간이 걸린다곤 하지만,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원래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안경을 착용한지 얼추 10년은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새로 맞춘 안경은 어질어질. 수업시간이나 영화관 정도에서만 사용하니 크게 문제 될 일은 없겠지만. 으으.

그래도 확실히 선명하게 보인다. 낯설고 기괴할 정도로. 사무실 한쪽 끝에 앉아 다른 쪽 끝을 보면, 기존의 여분으로 가지고 있던 안경은 편하지만 책제목은 안 보인다면, 새로 산 안경은 어지럽지만 책 제목이 보인달까.

질문

혹시 스폰지하우스(예전, 씨네코아 자리)와 CQN명동(씨네콰논)에 모두 가 보신 분 계세요?
두 영화관이 가까운 거리에 있나요?
걸어서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릴까요?

지하철역만 보면, 가까운 것 같은데 지도검색으로 찾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질문을… 흑흑.

이사

어제 아침, 소나기가 올 수도 있다는 라디오 뉴스를 들었음에도 빨래를 했다. 요행수를 노렸달까. 하지만 어제 저녁, 연구실에 앉아 있을 때 정말 시원한 기세로 비가 내렸다. 빨래를 할 때부터 비에 젖으면 밤에 다시 빨래를 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서인지 별로 당황하진 않았다. 근데 늦은 밤, 玄牝으로 돌아가니, 문 앞에 곱게 갠 빨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아래층에 사는 주인집에서 한 일이리라. 이런 주인집과 사는 것도 복이다.
(오늘도 지난날처럼 햇살 한 번 좋다. 하지만 사실 이런 날은 빨래를 말리기에 좋은 날이 아니다. 비온 뒤 햇살은 따가워도, 젖은 땅의 습기가 증발할 때 병원균과 함께 증발하기 때문에 비온 뒤엔 빨래를 말리거나 눅눅한 이불을 건조하지 않는 게 좋다고. 초등학생 때 이렇게 배워서 여전히 이 말을 믿고 있지만,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흐흐.)

몇 주 전, 이사를 간다면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살짝 했다. 아침, 씻으려 간 화장실에서, 이사를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며, 고개를 살짝 돌리니 무지 큰 세탁기가 무겁게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의 玄牝으로 이사 온 후 큰 짐만 두 개(세탁기와 냉장고)가 생겼다. 그러니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몇 년은 더 지금 사는 곳에서 살겠다고 다짐을 한 건 세탁기와 냉장고의 부피와 무게 때문이 아니다.

지난 玄牝에서 지금의 玄牝으로 이사 올 때, 얼추 사과박스 정도의 박스로 30개가 넘었다. 그 중 대여섯 개의 박스를 제외하면, 모두 책이었다. -_-;; 이 박스들을 들고 1층에서 4층까지 왕복했을 때, 더군다나 MDF박스 30개도 날라야 했을 때(한 번에 두 개씩이니 총 15번을 왕복해야 했다), 다시는 책을 안 사거나 이사를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처음 이사했을 때만큼은 아니어도 얼추 그 만큼의 책이 방 한 곳에 쌓여있다는 걸 깨달았다. ㅡ_ㅡ 이렇게 쌓여있는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이곳에서 눌러 살아야 하나, 중얼거릴 뿐.

그런데 이사를 가야 한다. 다행히 玄牝의 주소지를 옮기는 일은 아니다. 연구실을 다른 건물로 옮기는 이사다. 아악 ㅠ_ㅠ 거짓말 아주 조금만 보태서 이삿짐의 1/3은 루인의 물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 물건의 절대 다수는, 역시 책이다. -_-;; 학교가 학과별로 공간을 재배치하면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근데 이사를 하기 싫은 건, 책을 포장하고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아서가 아니다. 연구실의 자랑인, 창문 너머의 풍경을 더 이상 만날 수 없어서다. 옮기는 건물의 경우 창밖 풍경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고 알고 있고, 방은 강의실을 둘로 나눠서 만든 곳인 듯 하다.

다만, 방의 호수를 아직 확인 못 했는데, 루인이 가장 좋아했던 강의실일 수도 있다는 점이 위로라면 위로랄까. 학부시절 시험기간이면 도서관이 아닌 빈 강의실에서 시험공부를 했는데, 시험 때문에 사용하고 있지만 않다면, 거의 항상 그곳에서 놀았다. 옮겨 가는 곳은, 그곳 아니면 그 옆방 정도인 것 같다. 그렇다면, 뭐, 나쁘진 않다.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