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어제는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곳에 3시간짜리 강의(?)를 하러 갔어요. 길에서 보낸 3시간, 강의실에서 보낸 3시간. 오전엔 강의 준비. 그런 이유로 어제 글을 쓰지 않은 건 아니죠.

아침에만 해도 강의가 끝나면 영화를 읽울까 했어요. 하지만 루인의 서식지에 도착했을 땐, 영화를 읽을 시간이 넉넉했음에도 읽지 않았어요. 그냥 쉬고 싶었어요. 아침을 먹은 이후로 커피만 마셨을 뿐인데 배도 안 고프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터벅터벅 玄牝으로 돌아갔죠. 학교 연구실에 갈까, 잠깐 고민했지만 그냥 玄牝으로 갔어요.

나스타샤를 켜며, [Run To 루인]에 글을 쓸까 했어요. 하지만 지지에 옮겨 담을 음원을 추출하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어요. 무엇도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냥 멍하니 있고 싶었어요. 세 시간의 강의가 힘들었던 건 아니예요. 강의보다는 그곳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했는 걸요.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정리가 안 되요. 뭔가 막막하고 먹먹한 몸이에요. 이 “몸”이 고민이에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봐요.

하드코어 음식 문답

돌아다니다가 왠지 재밌겠다 싶었다.

가점방법:
1번부터 15번까지는 선택된 답의 숫자가 그대로 점수.
16번은 답에 1/2을 곱한 게 점수다. 1번에서 16번까지만 합계에 들어간다. 나머지 두 문제는 그냥 보너스.
선택지를 어떤것으로 해야할지 애매하다면 적당히 알아서 해결한다. 예를 들어 1번 문제에서 뚝배기 불고기 백반 정도는 혼자 자주 사먹는 경우라면 점수는 3.5점이다.

[#M_ 문답읽기 | 흐흐 |
1. 볼일이 있어서 혼자 돌아다니던 중 출출해졌다. 밥을 먹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안 먹어도 될 것 같기도 한 상황인데.

(1) 혼자 밥 먹는 것은 싫다. 친구를 불러내거나 집에 들어갈 때까지 참는다.
(2) 읽을 책이 있다면 간단한 음식은 가능.
(3) 패스트푸드점까지는 책 없이도 가능.
(4) 프렌치 레스토랑이나 이탈리언 레스토랑도 혼자 다녀온 적 있다.
(5) 뷔페도 가능.
(6) 고깃집에서 혼자 구워먹은 적이 있다.
#혼자 먹는 게 편하지만, 책이 없다면…, 그러니 정확히는, 읽을 책만 있으면 어디든 상관없지만 책이 없으면 어디든 별로랄까.

2. 피곤한 하루 끝에 천신만고 집에 돌아왔다. 경악스럽게도 밥이 없다면?

(1) 그냥 굶는다.
(2) 피자나 짜장면 등 배달음식으로 해결한다.
(3) 밥만 해서 밑반찬이나 계란 프라이와 먹는다.
(4) 나가서 무언가 사 오거나 사먹는다.
(5) 고기나 생선을 구워 밥이랑 먹는다.
(6) 두 가지 이상의 야채 손질이 필요한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7) 두 가지 이상의 야채 손질이 필요한 요리를 딱 한 끼분만 만들어 먹는다.

3. 고기도 다 고기가 아니다. 나한테 고기는

(1) 안 먹는다.
(2) 살코기만 골라 먹는다.
(3) 고기는 역시 비계가 좀 섞여야 제맛이다.
(4) 내장이나 오돌뼈가 고기보다 맛있다.
(5) 생간이나 천엽도 얼마든지.
(6) 삼계탕에 들어 있는 흐물흐물한 닭껍질에도 아무 거부감 없음. 고기는 다 좋다.

4. 나한테 생선은

(1) 안 먹는다.
(2) 양념구이나 튀김만 먹는다.
(3) 생선은 역시 소금구이가 제일이다.
(4) 잘 끓이기만 한다면 매운탕보다 지리가 낫다.
(5) 신선만 하다면야 살보다 내장이 더 맛있지 않나. 이거야 말로 어른의 맛.
(6) 국물에 둥둥 떠다니는 생선눈알을 공공장소에서 쪽쪽 빨아먹을 수 있다.

5. 날고기에 대한 입장

(1) 안 먹는다.
(2) 육회까지는 그럭저럭.
(3) 스테이크는 역시 레어. 국내에는 왜 피가 뚝뚝 떨어지게 구워주는 집이 없나 모르겠다.
(4) 육사시미라고 혹시 들어 봤는지…
(5) 타르타르 스테이크를 즐긴다.

6. 생선회에 관한 자세

(1) 안 먹는다.
(2) 생선회는 초장맛.
(3) 간장을 살짝만 찍어 먹어야.
(4) 신선만 하다면야 그냥 먹는다.
(5) ‘노인과 바다’에서 소금이나 라임을 안 가져온 것에 안타까워 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그게 왜 필요할까 생각한다.

7. 야채에 대한 예의

(1) 안 먹는다.
(2) 고기 먹을 때 상추나 깻잎 두어 장 정도.
(3) 매시드 포테이토, 카레에 들어있는 당근, 시금치 나물처럼 익혀서 양념한 것은 먹는다.
(4) 샐러드를 비롯 생야채 좋아하지만 드레싱이나 쌈장 등이 없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5) 오이나 상추를 싸먹을 것도 양념도 없이 우적우적 씹어먹는 것은 나의 일상.

8. 안 먹는 식재료는

(1) 열 가지 이상.
(2) 다섯 가지 이상.
(3) 한두 가지.
(4) 없음.
#이 질문에 답하기가 참 곤란한데, 이 문답의 맥락에선 육류나 어류도 “식재료”에 속하지만, 루인의 범주에선 “식재료”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 근데 “식재료”란 식의 표현은 참 불편하다.

9. 외국에 나가면

(1) 고추장이나 밑반찬을 싸간다.
(2) 꼭 한식은 아니라도 하루에 한 끼는 밥을 먹어야지.
(3) 고수처럼 특이한 향초만 아니라면 외국음식도 그럭저럭.
(4) 한 달이건 두 달이건, 외국에서 한식은 안 먹는다.
#나간 적이 없으니 통과.

10. 나는 다음 경우에 양껏 먹을 수 있다

(1)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모임.
(2) 소개팅.
(3) 맞선.
(4) 상견례
(5) 본인의 결혼식
#낯선 사람과의 자리면, 상대방의 존재를 잊는 경향이 있지만, 그럼에도 소화를 잘 못 시킨다. 그래서 해당사항 없음.

11. 나에게 제일 맛있는 밥은

(1) 남이 해 준 밥.
(2) 남이 해 준 집밥.
(3) 남이 해 준 맛있는 밥.
(4) 내가 한 밥.
#玄牝에서 음식을 안 할 때는 아무 것도 안 하지만, 밥을 해먹을 때면, 전기밥솥이나 압력밥솥이 아니라, 돌솥(이른바 뚝배기)에 밥을 해서 먹는다.

12. 밥이란

(1) 밥. 다른 것으로는 대체할 수 없다. 안남미도 밥 아님. 빵이나 국수는 싫다.
(2) 빵과 국수를 좋아하지만 끼니는 아니지. 어디까지나 간식.
(3) 일주일 정도는 밥 말고 다른 걸 먹어도 상관없음.
(4) 밥, 국수, 빵은 완전히 평등하다.
#면음식을 좋아하지만, 위가 약해서 자주는 못 먹음. 안타까울 따름.

13. 케이크란

(1) 안 먹는다.
(2) 일부러 먹으러 가진 않지만 누가 먹자면 같이 먹어줄 수야 있다.
(3) 케이크 뷔페 정보를 수시로 수집한다.
(4) 케이크 한 조각이 밥 한 끼보다 비싼 게 뭐가 이상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5) 환갑이나 돌잔치 케이크를 싸준다면 반색을 한다.

14. 발효식품이란

(1) 안 먹는다.
(2) 김치는 먹는다.
(3) 프로세스 치즈나 요거트 정도야 좋아함. 하지만 이름이 어려운 치즈는 꾸리꾸리해서 싫다.
(4) 명란젓을 비롯 빨갛게 양념한 젓갈은 먹지만 토하젓이나 그밖에 많이 삭힌 젓갈류는 곤란하다.
(5) 홍어도 거뜬. 없어서 못 먹는다.

15 아주아주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데

(1) 아무리 좋아해도 한 끼로 충분.
(2) 두 끼나 세 끼까지는 괜찮지 않나.
(3) 한 번 열광했다 하면 물릴 때까지 닷새고 열흘이고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4)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도 같은 음식을 네다섯 끼 정도는 계속 먹어도 상관없다.

16. 다음 중 집에서 만들어 본 것은 몇 가지나?

김치, 간장이나 고추장이나 된장, , 치즈, 요거트, 케첩, 마요네즈, 말린 토마토, 야채나 과일칩, 장아찌나 피클, 젓갈, 버터, 아이스크림, 어묵, 족발, 소시지나 햄, 떡, 빵이나 과자나 케이크, 팟이나 완두앙금, 식혜나 수정과, 술, 식초, 도우와 소스를 모두 직접 만든 피자. 생강차나 유자차.

17.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주관식)
김밥 *힐끔*

18. 평생 똑같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무엇으로? (주관식. ‘한정식’처럼 얍삽한 대답 금지)
김밥 -_-;; 낄낄

총 21.5점._M#]

[#M_ 결과확인 | -_-;; |

결과를 봅시다

식귀
80점 – 87.5점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은 먹을 것, 그리고 먹을 것, 오직 먹을 것.
하지만 맛없는 걸 먹느니 굶는다. 외식은 가능한 기피.
당장 쓰러져 죽을 것 같아도 밥은 직접 한다.

식신
65점 – 80점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먹을 것.
다른 것에도 정신 팔릴 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역시 먹을 것이 제일.
밥은 혼자 먹는 게 제일 맛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한테 신경 안 쓰고 먹을 것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도락가
50점 – 65점
마음에 맞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것이야말로 제일 큰 낙.
인터넷이나 TV에 나온 맛있는 집에는 꼭 가봐야 직성이 풀린다.

정상인
25점 – 50점
맛있는 음식이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짜장면 한 그릇 사먹자고 차타고 나가는 건 싫다.
주말이면 엉덩이가 급격히 무거워져서 집밥보다는 외식, 외식보다는 배달음식을 선호한다.

의욕상실
15점 – 25점
하루하루 챙겨먹는 것이 스트레스인 당신.
밥 대신 먹는 알약이 나오기만 한다면야 당장 일 년치를 사재기할 것이다.
김밥이나 햄버거, 라면처럼 인터넷을 하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일 좋다.

_M#]

이 문답이 재밌다고 느낀 건, 순전히 결과 “해석”에서 “밥 대신 먹는 알약이 나오기만 한다면야 당장 일 년치를 사재기할 것이다.“란 구절 때문이다. 맞다. 루인은 충분히 이러고도 남을 인간이다. 크크크. 맨날 하는 소리가 밥 먹기 귀찮다고, 알약으로 대충 때울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니까.

하지만 이 문답은 채식(주의)자의 경험을 배제하거나 넘겨짚는 경향이 있다. 모든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먹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닌데, 이 문답의 질문구성은 채식주의자는 필연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도록 되어있다. 하긴, 이런 문답자체가 어떤 “이상적인 경험”을 전제하고 있고 그런 “경험”에 맞춰 다른 “경험”들을 재단하도록 되어있으니…

제목이 좀…;;;

이글루스 4주년 기념, 이글루 기네스를 읽다가, 1년 동안 무려 8,000여 개의 글을 작성했다는 문장을 읽고 뜨악했다. 하루 평균 22개의 글이라니.

만약 루인이 하루에 22편의 글을 쓴다면, 이 말은 잠도 안 자고 하루 종일 블로그에 글만 쓴다는 걸 의미한다. 글 한 편에 대충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걸리니까. 근데 만약 하루 종일 블로그에 글만 쓴다면, 더 이상 쓸 내용도 없을 테니, 어느 순간, 이전에 쓴 글을 비판하고, 의견을 바꾸는 등등, 했던 말 또 하는 식이 될까? 그 블로거가 어떤 식으로 글을 쓰는지 살짝 궁금했지만, 그렇다고 그 블로그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그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은 심심하진 않겠다란 감상이 든 정도랄까. 어쨌거나 한 시간에 글 한 편은 올라온다는 얘기니, 심심할 때 그 블로그에 가면 새 글이 없다고 아쉬워할 일은 없을 테니까.

근데 정말 하루에 22편의 글을 쓴다면 어떤 내용들일까,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냥 궁금할 뿐 확인하고 싶은 건 아니고.

하지만 이렇게 궁금해하는 루인도 오늘 하루 5편 째 글(메모 포함해서)을 쓰고 있다. 사실 한 편 더 써야 하는데, 내일 쓰기로 했다. -_-;; 한동안 뜸할 수밖에 없었던 글쓰기를 오늘 다 풀겠다는 걸까.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