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을 돌리다

오늘로 수업 한 과목이 끝났다. 이제 18일에 있을 개별연구 수업을 준비하면 된다. 기말 레폿은 개별연구 끝나고 준비하면 되고.

며칠의 정신없는 시간. 워낙 바쁜 걸 싫어해서 어지간해선 약속을 잡지 않고, 그렇지 않으면 어떤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서 지내는 걸 선호하기에, 요 며칠은 나름 정신이 없었다. 아무리 바빠도 블로깅할 시간은 따로 있다는 루인이었는데, 블로깅은 커녕 메일을 제대로 확인할 시간 여유가 없었다니.

답장을 보내야 할 몇 통의 메일은 내일 오전에. [Run To 루인]에 쓰고 싶어서 간단하게 메모만 한 글은 내일부터 조금씩.

그나저나 기말 레폿 주제는 뭘로 할까? 텍스트 분석인데, 최근에 읽은 히치콕의 [새]가 꽤나 흥미롭다. 아참. 내일은 영화관에 갈까? 영화관에 못 간지 백만 년은 된 것 같다.

입맛

배가 고픈데 입맛이 없으면 그냥 입맛이 생길 때까지 버틴다. 그러다 후회한다. 밥을 먹으려고 할 땐 이미 허기에 지친 상태.

사무실에서 일주일에 두어 번 보는 사람은, 종종 루인에게 살이 빠진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 174.5 정도인 키에 51±3인 몸무게.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모른다. 살이 빠졌는지 더 쪘는지. 고등학생 때부터 줄곧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느낄 뿐. 마지막으로 몸무게를 잰 것이 언제인지 모른다. (루인의 키와 몸무게를 아는 사람 중에서) 루인을 “남성”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말랐다고, 그렇게 약해서 어떡할 거냐고 말하고, 루인을 “여성”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말랐다고, 날씬해서 좋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내가 무척이나 뚱뚱하다고 느낀다. 다른 사람들의 공간을 무단으로 침입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연구실에 혼자 있을 때가 아니면 항상 웅크리거나 움츠러든다. 그래서 체중계엔 안 올라간다. 그러니 현재 정확하게 몸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사실은 잘 모른다. 그저 고등학생 시절 산 옷을 지금도 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겠거니, 추측할 뿐.

입맛이 없는데 김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다. 며칠 전 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가며, 사실 상 친구가 끌고 갔는데, 간단하게 협박했다. “밥을 제때 안 먹으면 박사논문 못 쓴다”고. 그 말에, 허걱, 하며 잘 챙겨 먹어야지, 했다. 뭐, 그래봐야 그때 잠깐이지만. 아직 석사논문도 안 쓴 주제에 벌써부터 박사논문이냐 만은, 그래도 계속 공부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 비록 내가 좋아하는 멋쟁이들만큼의 실력이나 수준은 안 된다 해도, 루인같은 평범한 공부쟁이 한 명 정도 있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달래며,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을 품고 있다.

울음에 체한 상태라도 짜부라진 상태는 아니니까, 아직은 괜찮다. 숨을 곳은 어디에나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