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고 있다: Nothing To Do But Dream

잠들고 싶어…

I would shut my eyes but I’ve got promises to keep
길을 걸을 때면 눈을 감아. 눈을 감고 태양을 보면, 비로소 눈부시다는 걸 깨닫지. 여름이 오고 있어. 해 마다, 여름이 오는 시간을 깨달으면 불안해. 안절부절 못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할 수 있는 것 없이 속수무책으로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만 깨달을 뿐이야.

처음부터 여름을 싫어하진 않았어. 그저 몇 해 전, 그 여름들을 보내고 나서지. “나는 펑, 하고 터질 거야”라는 말을 종일 중얼 거렸던 여름, 하루 종일 냉장고를 상상했던 그 여름, 온 몸에 꽃이 필거라고, 곰팡이 꽃이 온 몸에 필거라는 강박에 빠져 있던 여름. 그 몇 번의 여름을 보내고 난 이후, 여름이 온다는 걸 깨닫는 건 일종의 소름끼치는 순간이기도 했어. 피하고 싶어.

I can’t go crazy and I can’t get sane
물론 단 한 번도 미친 적은 없지만, 미치지 않을 거란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종종 지난 어떤 시절은, 적어도 제정신은 아니었구나, 싶어. 지금의 내가 그렇기도 해. 지금의 내가 미친 상태인지 제 정신인 상태인지 누가 알겠어. 몇 번의 여름이 더 지나고 나서 오늘 이 순간을 어떤 광기에 시달리고 있었구나, 라고 중얼거릴지 또 누가 알겠어.

응, 그래. 미친 적도 없지만 제정신으로 견디지도 못하고 있는 순간. 이렇게 무언가를 쓸 수라도 없었다면, 정말 미쳤을까? 정말 냉장고의 상상을 실현했을까? 그때 사실은 온 몸에 꽃이 피었던 걸까?

I’ve got nowhere to go but to sleep…
(…)
I’ve had nothing to do for years but dream

잠들고 싶어. 잠들면 좀 괜찮을 것 같아. 그냥 오랫동안 꿈을 꾸고 있었다고…. 환한 백일몽. 태양을 마주보며 꾸는 꿈. 좀, 자고 싶을 뿐인데…

+
영어가사는 Jolie Holland의 “Nothing To Do But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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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질근질

루인은 질투의 천재. 열등감의 화신. 키득.

뭔가, 아주 신나는 세계를 발견한 느낌이야. 킥킥. 루인은 질투의 천재. 열등감의 화신. 아니 에르노의 소설을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던 그곳에 엄청 신나는 세계가 있을 줄이야. 킥킥.

아아…, 입이 근질근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ㅇㄴㅇㄱㄹㅎㅎ
꺄릇꺄릇.

친구랑 에니어그램

붉은 꽃: 감정

붉은 꽃 피고 진 자리에 남겨진 흔적.
붉은 꽃, 활짝 핀 자리보다는 피지 못하고 시든 자리가 더 선명하고 오래 남아. 응어리처럼 고여선, 오래도록 피지 못했음을 알려주지.

사실은, 정작 나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있어. 아니, 나의 감정 상태는 언제나 뒷전이라는 걸.

그래, 그래서 슬프니? 슬펐니? … 응. 그런가봐.
근데 기쁘니? 기뻤니? … 응, 기쁘기도 했던 것 같아.
혹은 그때, 그 순간, 먹먹했던가.
감정은 언제나 복잡하게 얽혀있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덤덤하면서도 울 기회를 찾고 있어.

오랜만에 “공허”라는 단어를 썼어. 루인의 상태를 설명하며 [Run To 루인]에 “공허”란 단어를 쓴 적은 거의 없는데. 지금은 “공허”, 그러다 어느 순간 “빈곤”을 얘기하겠지. 아냐. “공허”와 “빈곤”은 그저 설명하는 언어일 뿐,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은 같아.

붉은 꽃이 피고 진 자리의 흔적. 이 계절이 오고 반팔을 입는 시기가 오면 이렇게도 신경 쓰여. 혼자서 자꾸만 신경 쓰고 있어. 별거도 아닌데 자꾸만 신경 쓰여서 이렇게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어. 이제 그만 말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