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에 체하기라도 한 것 마냥, 종일 짜부라져 있다가, 결국, 이른 저녁, 터벅터벅 걸어서 玄牝으로 돌아왔다. 지겹지도 않은지, 혼자하는 감정 싸움을 매일 하면서도, 또 이렇게 혼자서 지친다.
29편의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그 중 17편의 시나리오는 기승전결까지 완성하고, 이렇게 완성한 시나리오들의 결론들이 서로 충돌하고, 서로가 서로의 결론이 더 좋다고 우기고, 서로가 서로의 취약함을 들추어 내고, 있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고 과민반응하며, 혼자하는 감정싸움. 그러다 제풀에 지쳐, 울음에라도 체한 것 마냥, 푹삭 짜부라지면, 영화를 볼 힘도 없어, 마냥 시간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