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따뜻하고 봄은 쌀쌀하다. 환절기가 지나가고 있고, 날씨에 민감한 몸은 서서히 적응을 하는지, 알람 시간이 6시 15분 임에도 6시면 잠에서 깨고 있다. 계절 변화에 따른 몸의 주기 변화. 얼마 전까지만 해도 6시 15분에 일어나 20~30분은 밍기적 거리면서 간신히 이불 밖으로 나오곤 했는데. 일어나는 시간이 빨라졌다고 더 피곤하거나 20분 더 잤다고 덜 피곤한 건 아니다. 몸이 알아서 일어나는 것 뿐. 관습/습관 속에서 자동기계처럼 변하는 몸.
학교엔 언제나 8시 30분 즈음에 도착한다. 단, 일요일은 9시 30분 즈음. 그렇다고 일요일에 잠을 한 시간 더 자는 건 아니지만, 단골 김밥집에 들리기 위해 늦게 출발하다 보니 늦게 도착한다. 대신 일요일엔 한 번 연구실에 도착하면, 별다른 일정이 없는 한, 玄牝으로 돌아가는 시간까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메일을 확인하며 사무실 혹은 연구실에서 루인 방식으로 놀다가, 3시에서 5시 사이의 어느 한 시간 혹은 삼십 분 가량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혹은 사러 간다. 햇살. 광합성. 이 시간을 보낼 때마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광합성을 하며 조근조근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는다.
… 아, 목요일 2시는 수업이지만 오늘은 휴강. 대신 다음 주에 보강. 개별연구 수업은 한 달에 한 번. 프로서(Jay Prosser)의 버틀러(Judith Butler) 비판은 살짝 당혹스럽다. 재기발랄한 지점도 있지만. 오늘이 수업이었다면 발제를 해야 했겠지만 휴강인 관계로 개별연구 수업 텍스트이자 읽고 싶어서 읽어야 하는 책을 읽고 있는 중.
사무실 창 너머의 나무들이 잎을 내고 있는 모습,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학교 오는 길에 매일 인사하는 두 그루의 나무는, 매일 만남에도 어느 순간 갑자기 변한 것 처럼, 변한다. 변화는 이런 건지도 모른다. 매일 조금씩 변하지만, 그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깨닫는 것. 호르몬의 변화도 이럴까?
열망과 기다림으로 민감하고 취약한 안테나가 되고 있다. 혹은 레이더가 되고 있다. 찾는다: 감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