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가 떠올린 리카

환절기라 집이 너무 건조하다. 어느 정도냐면 자다가 새벽에 비염으로 깨어나선 한두 시간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수준이다. 코를 풀면 피가 나온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가습을 더 잘 할것인가가 고민이다. 추우면 비염이 덜 터지지만 건조하면 비염이 도지기 때문이다.
결국 사지 않고 버티던 가습기를 샀다. 가습기 관리가 귀찮아서(!!!) 안 사고 버텼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가습기를 개시했다.
책상 위에 가습기를 켜두고 작업을 하는데 바람이 책상 위로 올라왔다.
“바람, 기억나? 어릴 때 이거 사용했잖아.”
이태원에 살 때 가습기를 잠시 사용했다. 그러니까 리카가 있을 때고 바람이 무척 어릴 때였다. 집 한 곳에서 가습기를 켜두고 지냈다.
‘바람, 기억나? 리카랑 살 때를 아직 기억해?’
예기치 않은 순간에 리카가 떠올랐다. 잊은 적 없지만 애써 분명하게 기억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냥 바람과의 옛기억을 공유하려다가 리카가 떠올랐다. 너는 기억나?

공연장에서 음악을 더 즐기고 싶다는

뮤즈 공연 이후 이런 저런 음악을 더 찾아 듣고 있다. 한동안 기존에 듣던 음악만 들었는데 어쩐지 새로운 음악을 더 배워야지 싶어, 그리고 공연장을 조금이나마 더 자주 찾고 싶어 음악을 새로 찾고 있다. 기존에 내한을 했던 밴드 중 ‘그때 갈 걸 그랬어’라는 아쉬움도 함께 되새기면서.
공연장을 다녀오면 확실히 음악은 음반을 즐기는 재미도 있지만, 공연장에서 즐기는 재미가 따로 있다. 좋아하는 저자의 글을 읽는 재미와 강연을 듣는 재미가 다른 것처럼. 물론 글과 강연은 근본적으로 다른 영역이라 글은 좋지만 강연은 못 하는 경우도 많지만, 라이브는 대체로 괜찮으니까. 음반에 비해 라이브가 별로인 밴드도 있다지만… 뭐… 어쨌거나 공연장에서 즐기는 재미는 정말 짜릿하다. 소리가 울리는 형태 자체가 다르다는 점도 크고. 뻔한 이야기고 흔한 이야기다. 그냥 공연장에서 음악 듣는 즐거움을 아끼고 싶지 않다. 경제적 상황이 허락하는 한에서 최대한 즐기고 싶다.
그래서 이런 저런 음악을 찾고 있다. 그러면서 깨닫는데 판테라(Pantera)는 역시 가벼운 팝이었다. 슬립낫(Slipknot)은 언제 즈음 익숙해질까? 벌써 몇 번을 시도하지만 즐거울 때도 있지만 버거울 때도 있다. 더 정확하게는 내가 즐기는 기타 톤이 있다. 뭐라고 설명하기 힘들지만, 판테라는 가볍지만 슬립낫은 버겁다고 느끼는 어떤 톤, 느낌 같은 것이 있어서 흔히 ‘빡센’ 음악이라고 하는 경계가 나만의 방식으로 형성된다. 비근한 예로 툴(Tool)을 부담없이 즐기는 나에게 ‘툴은 우울하고 절망적 분위기’라는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제 툴이 내한하는 일은 없겠지? 크흡… 그때 갔어야 했어… ㅠㅠㅠ 올 연말에 하는 조용필 공연엔 갈 수 있을까? 흑…

뮤즈 공연 후기

후기라기엔 짧은데…

하얗게 불태웠다. 세 번째 곡이 지났을 때 ‘아, 이전과 같은 체력이 아니구나’를 느꼈다. 이대로 쓰러질까란 느낌도 왔다. 다음부턴 지정좌석으로 예매해야겠다고 고민했다. 하지만 방방 뛰기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하얗게 불태웠다.
2집에서 세 곡을 연주했고, Citizen Erased를 연주할 땐 눈물이 났다. 이 곡을 또 들을 수 있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다. 그리고 노래에 얽힌 기억은 쉽게 바뀌지 않음을 깨달았다.
아무려나 마지막 곡 Knights of Cydonia로 완전 불태웠고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었다. 그럼 어때. 즐겁게 놀았는 걸. 즐겁게 불태웠는 걸.
내일은 힘들겠지만 즐거웠으니 충분하다. 충분히 기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