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함

#
이런 일이 너무도 드문데, 어젠 종일 ‘허기’에 시달렸다. 온 몸에서 힘이 빠진 상태랄까. 예전에 우연히 접한 한 사람은, 밥을 먹었음에도 심한 허기에 증세와 함께 식은땀이 나는 건, 저혈당이라고 했다. 어젠 종일 이 상태였다.

그러고 보면 요즘 음식을 제대로 못 먹고 다닌다. 평소 잘 먹고 다니는 사람이 며칠 이런 상태라면 별 지장 없겠지만, 일전에 ‘다이어트’를 한다고 몸이 축난 적이 있어서, 그 후유증으로 조금만 부실하게 먹어도 그 효과가 곧 바로 나타나는 편이다. 지금이 그런 상태. 소논문들을 쓰는 시간동안은 매일 김밥만으로 생활했고, 요즘도 바쁘다는 이유로 아침을 대충 먹고 있다. 그랬더니 곧장 이렇게 몸에서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종일 불안했고 텍스트와 신나게 놀 수가 없어서 후회막심이다. 밥을 먹는 이유가 텍스트와 놀기 위해서인데 이렇게 되다니, 슬픈 일이다.

#
이런 와중에도 위로가 있으니, 음악이다. 특히 Belle And Sebastian의 [Push Barman To Open Old Wounds]에 빠져있다. 밤 10시 넘어서까지 조모임을 하고 소논문을 준비한다고 사무실에 머물다 돌아오는 길에 들으면 눈물이 날 듯하면서 감싸주는 위로의 느낌.

너무 고마워요…^^

좋은 일

#
성격 상 몰아서 무언가 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특정 기간에 몰리는 걸 싫어한다. 어떻게든 여유 있게 살고 싶어서 어지간하면 친구들에게도 먼저 연락하는 일이 없을 정도. 그럼에도 지난 주 화요일에서 오늘까지 대략 일주일간 3편의 논문과 한 편의 발제문을 써야 했다. 학부시절에서 없었던 일이, 석사 1학기에 발생하다니ㅠ_ㅠ

그래서 엄살을 부리기도 했지만 결국 이렇게 마무리했다. 마무리가 가능했던 건, 지지난 주부터 준비했기 때문이다. 아니다. 4월 초부터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그런 셈이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오늘 아침까지 바빴고, 최근 5일 이상은 매일 김밥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김밥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김밥을 먹으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빔밥도 좋아한다. 일분이 아까웠고 玄牝에서 밥을 해먹으면 한 시간 이상이 걸리기에 밥을 계속 김밥으로 사먹었다. 하긴, 생활방식도 1시 즈음에 잠들고 6시에 일어나는 방식으로 바꿨으니.

아무튼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네 편의 소논문들을 완성했다는 일이 뿌듯하다. 이 뿌듯함은,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하지 않았기에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이런 상황을 상상도 하기 싫어하지만, 막상 닥치니 계획을 세우고 어떻게든 꾸준히 하는 루인을 볼 수 있었다. 좋은 일은 바로 이 지점이다.

#
어제, 5월1일이었다. 노동절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루인에게 각별한 의미를 가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일은 쉽게 잊고 지나가지만, 이 날은 해마다 기억한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이 날은 아무 것도 쓰지 않음으로써 기억하고 있다. 어제도 그랬다.

#
오늘 뭔가 좋은 일이 있는 날인가 보다. 며칠 전, 사장님♡이 루인에게 가장 의미 있는 날이 언제냐고 물어서 어제 날짜를 말했었다. 우연히 어제가 월요일이어서가 아니라 정말 의미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담처럼 말했었다. 그런데 오늘, 멋진 선물을 주는 것이었다. 꼭 갖고 싶었는데.

정말 고마워요. 너무너무^^

그런데, 서둘러 오늘 제출할 중간 소논문을 편집한 후 수업 듣는 곳으로 갔는데, 같이 준비한 4명 중 한 명인, 강수가 멋진 샤프를 선물로 주는 것이었다. 서로 수고했다고, 정말 즐거웠던 작업이었기에 기억하자는 의미로 강수를 포함해서 4개의 샤프를 샀고 선물로 하나씩 줬다. 고마워요^^ 잘 쓸게요.

오늘은 뭔가 좋은 행운이 가득한 날인가 보다.

미안해

미안해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걸어가다, 뒤에 오는 자동차의 불빛을 느끼며,
훌쩍, 뒤어들면 달콤하겠다는 감정이 떠올랐어.
이런 얘기해서 미안해.
죽고 싶은 몸, 조금도 없지만 그 순간의 그 감정은 달콤했어.

그래, 우울해.
인터뷰 논문을 써야 하는데, 인터뷰 녹음과 기록한 글을 읽을 때 마다 우울에 시달려. 불안해.
갈등하고 경합하는 지점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그냥 한 순간의 달콤함이었어. 다시는 느끼기 힘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매혹.

그냥, 그런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