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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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가서 드라이를 맡기는 세탁소가 있다. 주인은 중년으로 여겨지는 두 명. (중년이란 나이 대는 정말 어중간하고 애매모호해서 사실 상 알려주는 정보가 없다시피 하다.) 이 중 한 명에게 별로 안 좋은 감정을 품고 있는데 예전에 루인이 드라이 맡긴 담요를 깔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죄송해요”라는 한 마디 말도 없어서 몸 상했었다. 그런데 오늘, 드라이 맡긴 옷을 찾으러 갔다가 그간의 불편했던 감정을 일순간에 바꿀 장면을 목격했다.

루인은 거스름돈을 받을 때, 지폐의 경우, 동일한 모양으로 받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까,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모두 세워진 앞면인 식으로. 오늘 그 중년이 그랬다. 4,000원을 거슬러 주면서 지폐를 루인이 좋아하는 식으로 정리해서 주는 것이다. 꺄릇. 앞으로 좋아질 것 같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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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랑 회의를 통해 종이매체 발간 일정을 잡았다. 이 일정을 유지한다면 3월 말 즈음 책이 나올 예정이다. 이번이 두 번째다. 이랑블로그에 있는 글을 중심으로 발간하기에 새로운 글을 읽는 재미는 없겠지만 대신 정성이 들어간 종이책을 읽을 수는 있다.

이번에도 별다른 비용 없이 이랑들의 노동으로 만든다. 한 장 한 장 프린터로 인쇄하고 스템플러로 일일이 직접 다 찍고. 인쇄소에 맡기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대신 시간과 노동 비용이 그 만큼 든다. 하지만 인쇄소를 거치지 않고 시간과 노동을 들여서라도 직접 인쇄해서 만드는 것의 장점은 언제든 더 찍을 수 있다는 것.

이번에 새 종이매체를 완성하면 2월 달에 할까 했던 책 분양도 함께할 예정. 헌책방인 숨책에서 산 책 중에, 일부러 또 샀거나 모르고 또 산 책들이 몇 권 있어서 분양하는 것. [Run To 루인]에서도 예전에 한 번 한 적이 있다. 그땐 사실상 이랑만이 대상이었지만 이번엔 누구나 환영. 이랑 종이매체와 책을 함께 우편으로 보낼 계획이다.

3월 말에서 4월 초 즈음이 될 듯.

※숨책에서 산 책이기에 깨끗한 새 책이 아니라 헌책. 오래된 흔적과 누군가의 손때가 남아 있는 책이 상당수! 예외도 몇 있긴 하지만. 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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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알바를 할지도 모른다. 생활비가 간당간당하다 싶으니까 이렇게 또 해결할 길이 생긴다. 물론 내일이 아니라 다른 날로 바뀔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알바거리가 생겼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로인해 내일하는 여이연 콜로키움은 못갈 것 같다. 실은, 가고 싶었는데 알바자리를 사양하지 않았다. 단지 생활비 때문만이 아니라 예전부터 도움을 주고받는 소중한 관계라서 콜로키움을 포기한 격이다. 물론 알바가 연기되면 콜로키움을 가겠지만 콜로키움을 포기한다고 해서 후회할 일도 아니다. 그곳과의 관계는, 루인에게 그렇게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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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키드님 블로그에서 [브로크백 마운틴] 관련 글을 보고 불이 붙었다. 작년인가, 이 영화 관련 기사를 접할 때 마다 꼭 봐야지 했으니까. 이런 기대가 영화와 노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생길 정도. 영화와 관련한 정보는 사실 상 없는 편이다. 줄거리도 모르는 상황에서 유일한 정보는 “동성애 영화”라는 정도. 하지만 내일 아침에 즐길 영화는 이 영화가 아니라 [음란서생]. 9시 조조가 이 영화라서. 일요일 즈음부터 [브로크백 마운틴]이 9시 조조니까 일요일 아침에 영화와 놀러갈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약 한 달만 있으면 서울여성영화제가 열린다. 으하하. 한때, 극장에서 볼 일 년 치 영화를 이때 다 본다고 할 정도로 이 기간엔 극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작년에도 10편정도 본 듯. 올해는 시간이 더 많이 생기니 더 많이 볼 것 같다. 으하하. 궁핍모드로 전환이다. 영화를 볼 자금이 필요하니까.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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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주로 주문하던 곳과는 다른 곳에서 다크초콜릿을 주문해서 오늘 받았다. 우울할 때 하나씩 먹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다. 맛있다.

다크초콜릿을 먹으면 좋은 점 중 하나는 그 맛으로 인해 입맛이 떨어져서 밥을 안 먹게 된다는 것… 엉?

늑대인간을 사랑했어요..

찬 바람이 열어 둔 창틈 사이로 들어왔다. 날씨가 쌀쌀했다. 흐리기도 했고 햇살이 창 너머로 들어오기도 했다. 평이한 날이었다. 일요일의 흔한 날이었다.

방 안은 밝았고 먼지가 쌓여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음악 소리에 따라 먼지가 흔들리며 떠다녔다.

진작 사지 않았음을 질책하며 당장이라도 전 앨범을 사서 듣고 싶어졌다.

Cat Power – Werewolf

특히 이 곡이 그랬다. 몇 번이고 듣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런 노래가 좋다. 듣고 있으면 달콤하게 즐길 수 있으니까. 설탕을 입힌 독약 같으니까.

종일 캣 파워를 듣고 있다.

[#M_ +.. | -.. | Fool도 좋지만, 이 앨범은 구할 수가 있으니까 한 곡만._M#]

졸업, 단상/감상

졸업식장에도 갔다. 사실 졸업식이란 거, 참 번거로운 일이고 별 감흥도 일지 않는 일이라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날짜 지나서 졸업장이나 찾으러 가는 정도로 간단하게 하고 싶었다. 더구나 학부로 학생 신분이 끝나는 것도 아니니까-_-;;;

하지만 부모님은 그렇지 않았다. 반드시 오신다는 말 앞에서 마냥 싫다고만 할 수도 없었다. 그것이 루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지어) 식장에도 갔다. 하지만 모자(학사모?)는 쓰지도 않았다. 날라 온 공문에는 모자를 써야한다고 했지만 루인은 모자를 너무 싫어하니까. 물론 행사를 듣지도 않았다. 이런 날 지지가 능력을 십분 휘했다(부피가 커서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는 음악재생기기는 칠칠치 못한 루인의 행동으로 연결 선이나 이어폰이 어딘가 걸려서 자주 상했기에 목걸이형 mp3p는 꿈이었다;;;). 한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즐겼다. 그러다 지겨워서 나왔다.

졸업식에서의 축사를 듣다 느낀 끔찍한 말은, 학적이라는 인종주의였다. 학적은 결코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것이라는 둥, 졸업한 학교를 자랑스럽게 여기라는 둥 대학이 한 개인의 중요한 정체성으로 간주하는 발언들을 들으며, 학벌과 출신지역이 인종으로 여겨지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다시금 절감했다.

아, 특이할 사항은, 루인을 오프라인으로 아는 사람은 알듯, 사진 찍는 걸 무지무지 싫어하지만, 오늘은 여러 장 찍었다. 부모님과만 찍은 것이 아니라 같이 졸업하는 친구와도. 그럴 수 있었던 이유 중엔 사진기가 디카가 아니라 필카이고 필름을 루인이 챙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이런 이유만도 아닌데, 아빠가 카메라를 챙겨오기 전까지 제발 카메라가 없어서 사진을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말에 엄마의 표정이 많이 섭섭한 듯 했다. 이 표정. 그리고 사진기에 삼각대(?)까지 챙겨온 아빠의 즐거운 표정. 이 두 표정 앞에서 사진 안 찍을래요, 할 수가 없었다. 루인과 부모님의 이런 복잡한 관계-서로간의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 속에서도 이런 날엔 그냥 가장 무난하다고 여겨지는, 누구나 한다고 말해지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어쨌거나 루인이 할 수 있는 최선임을 안다. 항상 속만 썩이고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걱정만 안겨드리니 이런 일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루인이 잔인하다고 느꼈다. 루인의 잔인함을 직면하고 싶지가 안아서가 아니라 잔인함을 표현할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달라질 것은 없지만 그냥 재미없는 낯설음을 흘러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