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종종 느끼는 당혹스러움은, 엉뚱한 ‘유머’이다. 죽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배고파서 쓰러진 것이라는 식의 유머는 한편으로는 재미를 유발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감정이입을 끊어 버리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물론 이런 식의 유머가 좋아서 그런 ‘반전’에 깔깔 웃기도 하지만 웃고 나면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진월담 월희>를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지만.
TV판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긴 하지만 기껏해야 하야오나 에반게리온(TV판 포함) 정도를 본 수준이었다. 받아서 보는 동영상도 거개가 영화였고 가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었지 TV판 애니메이션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여름을 기해 TV판 애니메이션을 보는 재미에 빠졌다. 그것도 완결판으로 몰아서 하루나 이틀에.
몰아서 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한 편, 한 편 나눠서 보는 것이 시간을 내기엔 더 좋은 편이지만 작정을 하고 시간을 내서 보면 흐름이 끊기지 않고 감정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어서 즐거움이 배가하기 때문이리라. 그런 만큼 아쉬움도 큰데 한 순간의 몰입이 끝나는 때의 허전함 때문이다.
그래서 또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중독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