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숨책

숨책엘 갔다. 오랜만이라고 해봐야 지난 주에 가지 않은 것 뿐이다. 왜 가지 않았느냐고 하면 비도 내리고 玄牝에서 빈둥빈둥 뒹굴뒹굴 거리다 보니 그랬다고 할까나…

책을 고르며 어떤 책을 고를지 난감해 하는 루인을 보며, 책을 산다는 행위에 혹은 어떤 책을 살지에 상당히 흥미를 잃은 모습을 발견했다. 예전처럼 신나게 사는 모습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안다. 이런 모습, 다소 주기적이란 걸. 항상 그래왔다. 더군다나 현재 가지고 싶은 책 혹은 읽고 싶은 책은 살 수 있는 책이라기 보다는 제본할 수밖에 없는 책들이라 더 그러한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매 주 금요일이면 숨책에 숨으러 갈 것이다. 숨책 사람들이 좋기도 하고 숨책에서 스며나오는 내음이 편안함을 주기도 하니까.

숨을 곳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두 시간 걸린 메일

어제, 조교 한다고 선생님께 ‘보고’ 메일을 보내는데, 믿거나 말거나 장장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얼마나 길게 적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오해. 긴장하느라고 쉬 쓸 수가 없어, 몇 줄 쓰고 회피하고 몇 줄 쓰고 회피하고 하면서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아무리 봐도 맘에 안 드는 내용에 어떻게 써야할 지도 모르겠고… 잉잉

형식을 지켜야 한다는 말에 형식은 지켰는데, 그럼 “~~요”라고 맺어야 할지 “~습니다”라고 맺어야 할지도 갈등이었고 루인이 좋아하지 않는 언어이기에 블로그나 발제문 등 일상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루인 식의 다른 용어들이 있는데, 선생님께 그런 용어를 쓰자니 난감하고.

이런저런 갈등으로 결국, 지극히 형식적인-_- 그래서 너무도 재미없고 심심하고 평이하게(결국 “`습니다”로 맺었다. 아- 싫어-_-;;) 간신히 썼다. 당연히 불만스러웠고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을 몸앓다가 그냥 눈 질끔 감고 보내고 말았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평소 루인 식으로 보냈으면 좋았을 걸…

담 학기 일정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조교를 하게 되었다. 학교 생활 첫 조교이자 학부 생활 마지막 조교가 되지 않을까 한다. (대학원 가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고.)

사실,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 하는 것이라 서툴기도 할 것이고 완전히 낯선 일이라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어색함도 없는 것이 아니다. 그저, 조교비 하나만 믿고-_-;; 하기엔 다른 기회비용이 더 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냥 하기로 했다. 낯선 일이라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 내키면 조교를 빙자한 청강도 느긋하게 할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몸을 타고 논다.

그리하여 담 학기 일정에 수정이 가해졌다. 한 과목 수강에 대학원 수업 두 과목을 청강할 예정이었는데, 여기에 서너 과목의 조교까지. 이러다 보니 어쩌면 청강 한 과목을 못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듣고 싶은데… 이 갈등은 사실 좀 이상한 것이다. 청강하기로 한 두 과목 중 지금 갈등 중인 과목은 애초 예상에 없던 과목이었다. 조금 듣고 싶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애써 듣고 싶음은 없는 그런 과목. 그런데, 이런이런. 몇 주 전, 한 모임(회의?)에 갔다가 얼결에 청강하게 되었다(수동태에 주목!). 그러고 나선 주교재까지 제본한 상태였는데, 얼결에 청강 한다고 한 후 정말 듣고 싶어진 것이다-_-;;; 암튼 그런 상황의 과목인데 학부 조교를 하게 되면 어찌될런지. 며칠 몸앓이를 해봐야겠지만, 글쎄…

(아는 사람은 알지만 갈등 중인 이 과목 교수를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아예 수업을 한 번도 안 듣는 방법도 실천 해볼까하는 몸앓이도. 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