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 걸린 메일

어제, 조교 한다고 선생님께 ‘보고’ 메일을 보내는데, 믿거나 말거나 장장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얼마나 길게 적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오해. 긴장하느라고 쉬 쓸 수가 없어, 몇 줄 쓰고 회피하고 몇 줄 쓰고 회피하고 하면서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아무리 봐도 맘에 안 드는 내용에 어떻게 써야할 지도 모르겠고… 잉잉

형식을 지켜야 한다는 말에 형식은 지켰는데, 그럼 “~~요”라고 맺어야 할지 “~습니다”라고 맺어야 할지도 갈등이었고 루인이 좋아하지 않는 언어이기에 블로그나 발제문 등 일상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루인 식의 다른 용어들이 있는데, 선생님께 그런 용어를 쓰자니 난감하고.

이런저런 갈등으로 결국, 지극히 형식적인-_- 그래서 너무도 재미없고 심심하고 평이하게(결국 “`습니다”로 맺었다. 아- 싫어-_-;;) 간신히 썼다. 당연히 불만스러웠고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을 몸앓다가 그냥 눈 질끔 감고 보내고 말았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평소 루인 식으로 보냈으면 좋았을 걸…

담 학기 일정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조교를 하게 되었다. 학교 생활 첫 조교이자 학부 생활 마지막 조교가 되지 않을까 한다. (대학원 가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고.)

사실,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 하는 것이라 서툴기도 할 것이고 완전히 낯선 일이라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어색함도 없는 것이 아니다. 그저, 조교비 하나만 믿고-_-;; 하기엔 다른 기회비용이 더 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냥 하기로 했다. 낯선 일이라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 내키면 조교를 빙자한 청강도 느긋하게 할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몸을 타고 논다.

그리하여 담 학기 일정에 수정이 가해졌다. 한 과목 수강에 대학원 수업 두 과목을 청강할 예정이었는데, 여기에 서너 과목의 조교까지. 이러다 보니 어쩌면 청강 한 과목을 못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듣고 싶은데… 이 갈등은 사실 좀 이상한 것이다. 청강하기로 한 두 과목 중 지금 갈등 중인 과목은 애초 예상에 없던 과목이었다. 조금 듣고 싶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애써 듣고 싶음은 없는 그런 과목. 그런데, 이런이런. 몇 주 전, 한 모임(회의?)에 갔다가 얼결에 청강하게 되었다(수동태에 주목!). 그러고 나선 주교재까지 제본한 상태였는데, 얼결에 청강 한다고 한 후 정말 듣고 싶어진 것이다-_-;;; 암튼 그런 상황의 과목인데 학부 조교를 하게 되면 어찌될런지. 며칠 몸앓이를 해봐야겠지만, 글쎄…

(아는 사람은 알지만 갈등 중인 이 과목 교수를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아예 수업을 한 번도 안 듣는 방법도 실천 해볼까하는 몸앓이도. 큭큭)

블로그 단상

사용하지 않는 블로그 두 개를 제외하면 이곳은 루인에게 세 번째 블로그인 샘이다. 첫 번째 블로그가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였다면 두 번째는 이글루스에서의 그것이었다.

첫 번째 블로그를 사용하다가 중간에 그만 둔 것은 사실, 답글 때문이었다. 악플러가 있어서가 아니라 답글 달기가 귀찮아서;;;;;;;;

커뮤니티라던가 뭐, 그런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기에 인터넷의 커뮤니티 방식이 낯설기도 했고 당시 블로그를 하면서도 블로그에 대한 어떤 명확한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블로그는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규율 같은 것이 있다고 몸앓지 않는다. 다만 일종의 홈피 정도의 개념으로 사용했다랄까. 암튼, 그런 상태에서 시작한 블로그였고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엮어 가는 것이 좋았지만 어느 한 편 부담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부담이라기 보다는 그 답글들이 문제였다.

그것을 일종의 의무처럼 여겼던 것이다. ‘나’의 블로그에 답글을 남겼으니 그럼 ‘나’도 그 사람의 블로그에 답글을 남겨야 겠지, 라는 식의 의무감. 그것은 자연스레 부담감이 되었고 꾸준히 블로깅을 해야한다는 부담감과 겹쳐 결국 접고 말았다.

1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다시 블로그를 사용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그간 블로그가 뭔지도 대충 알게 되었고(실은 잘 모른다;;;) 무리하지 않는 방법으로 조심스레 운영하면 재밌을 것도 같았다.

(이글루스에 얼음집을 지은 것은 순전히 스노우캣의 블로그가 이글루스에 있었기 때문. 그외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힛.)

이렇게 새로 시작하며 정했던 운영원칙(그것도 원칙이라면)은 비공개, 답글/트랙백 금지였다. -_-;; 이글루스의 기능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비공개 옵션이었다. 직접 주소를 알려주지 않는 이상 다른 방법으론 들어올 수 없는 방식이 좋았다. 동시에 답글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은 아예 답글을 달 수 없는 방식을 택하게 했다. 이것은 방문자에게도 부담 없는 것일 수 있다고 몸앓았다.

그런데 이제와 답글과 트랙백을 모두 열어둔 이유는 무엇이냐고? 어느 정도의 상호 소통이 필요하다는 몸앓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어차피 답글 쓸 사람은 달지 말라고 해도 쓸 것이고 안 쓸 사람은 쓰라고 쓰라고 해도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묘한 긴장에 빠진 루인을 발견하곤 한다. [Run To 루인]에 접속할 때마다 새로운 답글이 없나, 누가 방명록에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와 쓰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_-;

사실 이런 묘한 긴장감이 재밌다. 바라면서도 바라지 않는 것. 끌리면서도 끌리지 않는 것.

그냥 이럴 것 같다. 답글이나 방명록에 누가 남겨주면 반갑지만 그렇다고 딱히 남기지 않아도 무덤하게 그냥 그런 상태. 딱 이 상태.

#지금의 [Run To 루인]2nd의 성격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몸앓고 있어서 이런 글이 나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