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고양이가 아프다 혹은 아팠다

보리가 아팠다. 혹은 보리가 아프다. 둘 중 하나만 적절한 표현이지만 둘 다 적절한 표현이다.
지난 월요일 오전 보리가 기운이 없었다. E가 오면 반갑게 맞이한 다음 뛰기 마련인데 그날은 그냥 상당히 얌전했다. 왜 그럴까 싶어 보리를 살피다가 오른쪽 눈이 이상하단 걸 발견했다. 눈 색깔이 상당히 탁했다. 덜컥 겁이 났지만 그냥 일시적 현상일까 하며 바로 병원 가길 망설였다. 잠시 지켜보는 게 좋을지 당장 병원에 가는 게 좋을지 망설이는데 E가 당장 병원에 가라고 해서 서둘러 보리를 납치해서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보리를 진료하는 의사는 상당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단 체온, 안압 등 기본 증상을 검사하겠다고 했다. 그런 다음 눈에 상처가 났는지 검사를 하는 등 몇 가지 검사를 하겠다고 했다. 다시 나와서 상처는 아닌 듯하다며 피검사를 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할 것인지 내게 물었고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동의했고 진료실에서 나왔다.
대기실에 앉아서 검색어를 입력했다.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몇 가지 검색 결과를 확인하며 의사가 했던 말, 행동의 의미가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확진이 불가능하며 죽어 부검을 하기 전까진 확신할 수 없다는 기사, 습식이면 1~2주, 건식이면 1~2년이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글을 읽었다. 그래서였나. 의사는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에  따른 복막염을 의심한다고 했는데, 계속해서 확진은 불가능하기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단서가 될 법한 것을 검사하겠다고 했다. 정확하게 이런 이유로 몇 가지 가능성을 지워가는 방법을 택했고 피검사를 하는 것도 알부민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랬구나, 그래서 의사가 상당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구나.
중얼거리며, E와 행아웃을 하다가, 기다리는 동안 챙겨간 논문을 읽었다. 어쨌거나 아직은 확진이 아니니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하고 있는 거지 어떤 식으로건 확진을 한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 나는 별일 아니기를 믿으며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의사가 나를 불렀다.
혈액검사 결과 평균치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들이 있긴 하지만 평균치를 내면 일단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한숨이 나왔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눈물이 글썽였다. 사실, 무서웠다. 많이 무서웠다. 그래서 눈에 눈물이 고였다.
혈액검사 결과로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일단 며칠 지켜보자고 했다. 일단 바이러스성 결막염을 의심하며 그에 따른 약을 처방하고 차도를 살펴본 다음 다시 검사를 하자고 했다.
집에 와서 안약과 구강약을 투여하며 간병을 하고 있는데…
현재 상황에선 조금 아리까리하다. 기운은 돌아와서 이젠 잘 뛰어 다닌다. 홍채 크기도 비슷하고 탁한 것도 없다. 그래서 다시 검사를 받았을 때 이제 괜찮은 것 같다며 닷새치 약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종종 오른쪽 눈을 제대로 못 뜰 때가 있다. 이게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다. 계속 불안과 안심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일단은 괜찮지만 더 지켜봐야 할 듯한 상태? 괜찮겠지?

답답

마감을 넘긴 원고를 쓰고 있다. 참 이상하지. 어떤 잡지에 글을 쓰고 있고 이번이 두 번째인데 참 글이 안 써진다. 꾸역꾸역 써야만 간신히 분량을 채우고 있다. 이런 적이 잘 없는데 왜 이럴까? 머리가 아프다. 그저 내가 갑갑할 뿐이다.
한 5년 정도 잠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래서 유학을 가는 게 더 좋다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난 한국에 있기로 했고 한국에 있으면서 부대끼는 삶을 쓰기로 했지. 하지만 여전히 5년 정도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시간이 흐를 수록 더 강해지고 있는 바람이다. 답답하다.

고양이 식수대는 가습기

바람과 달리 보리는 흐르는 물에 관심이 많다. 혹은 새로 나온 물에 관심이 많다. 매일 저녁 밥과 물을 새로 갈아주는데 물을 갈아줄 때면 물병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려고 할 정도다. 아울러 싱크대 수도꼭지에서 물이 약간 흘러 내리면 그 소리에 귀를 쫑긋하며 일단 싱크대에 뛰어올라 물을 마시려고 한다. 새로 낸 물, 신선한 물을 무척 좋아하지만 현실적으로 하루에 한 번 정도 물을 갈아주는 게 전부라 꽤나 미안하다. 집에 종일 있을 땐 두세 번, 외출할 땐 한 번만 갈아준다면 습관에도 안 좋을 것 같아 하루 한 번 물을 가는 것으로 고정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미안하다.
그러다 E의 제보로 고양이 정수기를 알게 되었고 동시에 관상용 분수대를 이용해서 고양이에게 물을 주는 방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고양이 정수기와 분수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금액 문제도 있고 해서, 마지막 급여가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분수대를 구매했다. 그리고 도착한 날 바로 설치했다.

탐색…

탐색…

약간 마신다?

물을 핥핥 마십니다…
첫 날 관심을 보였지만 일단 분수대를 사용하는 것은 실패했다. 물이 많이 튀어서 보리가 피하기도 하고(보리는 몸에 물이 뭍는 걸 엄청 싫어한다) 소리가 요란해서 잘 때 곤란했다. 그래서 사진처럼 그냥 물이 나오는 것만 설치했다. 설치한 직후엔 여기서 물을 좀 마셨지만…
지금은 나쁘지 않은 가습기로 사용하고 있다. 안개발생기도 하나 구매해서 가습기로 사용할까? ;ㅅ;
+
나중에 자세하게 쓰겠지만 보리가 병원에 다녀왔다.
심각한 상황인지 심각하지는 않은 상황인지 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