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기말 끝내고 조금 정신 없는, 아니 일부러 정신줄을 좀 놓고 지내고 있다. 내 방식으로 쉬는 것이기도 하고 며칠 이렇게 쉬기로 결심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냥 정신줄을 놓고 헤벌레하고 지낸다. 몸 한 곳은 불안하다. 그래, 불안이 몸 한 곳에서 꿈틀거리면서 나를 압박하려 든다. 이렇게 쉬어도 괜찮은 걸까? 얼른 다시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바로 이 불안을 그냥 품고 통과하기로 했다. 쉬기로 계획했는데, 그런데도 쉬는 시간이 불안하다면 이건 좀 문제가 있는 것이란 느낌이다. 나는 왜 쉴 때도 불안할까. 할 일이 쌓여 있어서? 하지만 충분히 쉬지 않으면 나중엔 일 하는 것도 노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된다. 그러니 일단은 그냥 쉬기로 했다. 그리고 E에게서 식물과좀비를 배웠다. PC 판 계정이 E에게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도록 이름을 하나 더 만들었다. 오늘도 나는 좀비와 놀러 가련다. 그냥 놀다보면 뭐라도 되겠지. 근데 오늘 할 일이 좀 있는데?

바람, 더 보살 고양이. 보리, 더 개그냥.

보리와 바람의 관계는 참 재밌다.
며칠 전 밤을 새면서 글을 써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보리가 좀 많이 혼났다. 저녁에 간단하게 음식을 먹고 아침에 설거지하려고 물에 담궈만 뒀다. 그런데 내가 글을 쓰는 사이 보리가 싱크대로 폴짝, 양념이 남아 있는 냄비에서 물을 할짝할짝.
보리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이~!!!!!!!!!
겁나게 혼나고 나서 보리는 기가 죽어있었지, 않았다. 보리, 더 개그냥 혹은 보리, 더 쿨냥은 혼나도 그방 또 우다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여러 번 혼이 났다. 그런데 재밌는 건, 보리가 가까이 오면 그렇게 싫어하는 바람인데, 내가 보리를 많이 혼내자 보리 다독인다고 열심히 놀아주더라. 평소라면 놀아주지 않을 시간이디/ 일전에도 밤을 샜을 때 바람은 보리와 새벽에 놀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보리가 혼이 엄청 나자 챙겨주고 우다다 같이 놀아주고 그러더라.
아아, 바람은 보살이야. 바람, 더 보살. 바람이 비록 누굴 곁에 두는 성격이 아니라고 해도 보살은 보살이야.
그리고 여전히 싫어하고 피하고 그러지만, 놀 땐 둘이서 엄청 잘 논다. 보리가 바람을 쫓아가며 놀고 나면 그 다음엔 바람이 보리를 쫓아가며 노는 식이다. 다정한 바람, 하지만 여전히 차가운 도시 고양이!

신발을 사야 할까? 하지만 귀찮아.

신발(크록스다) 바닥에 구멍이 났다. 구멍은 작년 여름이 끝날 즈음 났다. 하지만 신는데 큰 불편이 없어 그냥 신었고 다시 여름이 오면 새로 사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올해, 다시 여름이 왔고 나는 신발을 새로 사는 게 귀찮아서 구멍이 났지만 그냥 신고 다녔다. 구멍은 조금씩 더 커졌고, 자갈이라도 깔려 있는 길을 걷느라면 구멍으로 발바닥을 살콤하게 찌르곤 했다. 때론 구멍에 작은 돌이 끼어선 발바닥을 콕콕 건드렸다. 큰 불편은 없고, 신발을 새로 사기도 귀찮아서 그냥 신고 다닌다. 한 곳에만 구멍이 났을 뿐 신고 다니는데 지장은 없다. 그리고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몇 번 비가 많이 내렸다. 신을 신고 다니면, 물이 고인 바닥을 조심히 걷는 것만으로 물이 들어온다. 귀찮아, 신발 새로 고르는 거 귀찮아. 이렇게 블로깅했으니 이제 신발을 살까? 아님 귀차니즘이 발동하면서 이번 여름도 그냥 버틸까? 근데 길에 물이 젖으면 크록스는 쑥쑥 미끄러진다. 휘청거리면서 넘어질 뻔한 경우가 여러 날이라 비가 내리면 아장아장 걷는다. 그래서 크록스가 아닌 다른 걸 사고 싶지만.. 크록스만한 게 없다. 크록스가 가장 좋다는 게 아니라 알바하는 곳에서 조리는 금하고 있고 다른 복장은 몰라도 신발은 좀 자제염..이라고 해서 크록스로 타협했다. 흠..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