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고양이의 바람 적응기, 혹은 바람 고양이의 보리 적응기

요즘은 바람이 침대에서 자는 일이 늘었다. 오오, 놀라워라.
더 놀라운 건, 어제 보리가 뭔가 헤어볼이라도 토할 것처럼 쿨럭였는데, 바람이 후다닥 달려가선 입으로 보리를 킁킁, 살폈다. 오오, 더 놀라워라. 그렇게 거리를 두는 것 같지만 결국 서로를 살피고 있다.
보리가 들어오면서 달라진 점이라면, 바람의 활동량이 늘었다. -_-;; 크크크 그전까진 집사가 워낙 안 움직이는 종족이다보니 바람도 덩달아 거의 온 종일 잠만 잤다. 혹은 누워 있거나. 그런데 보리가 수시로 찝적거려서 바람도 어쩔 수 없이 달리거나 움직인다. 그래서 전에 없이 운동량이 늘었다. 좋은 현상이라면 좋은 현상이지만, 어차피 1~2년 정도 지나면 둘 다 아주 가끔 꿈틀거리고 나머지 시간엔 잠만 자겠지. 흐흐흐.
바람의 성격도 좀 더 강해졌다. 전엔 바람이 밥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 보리가 주변에 다가가면 바람은 먹다 말고 후다닥 도망갔다. 하지만 지금은 보리에게, 한 마디하곤 그냥 먹는다. 장족의 발전이다. 나는 바람이 밥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면 정말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있었는데 그런 주변의 움직임을 무시하는 수준이라니. 물론 내가 움직이면 도망가겠지? ;ㅅ;
일희일비하지 않고 적당히 분위기만 조성하면서 기다리면, 둘이 알아서 한다는 걸 깨닫고 있다. 그러니까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잡담 이것저것: 바람, 보리 고양이 / 입이 쓰다

며칠 전엔 우바람, 좌보리로 잠에서 깨어났다. 오오, 이것은 집사의 로망!
이것이 우연일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보기로 하고, 아무려나 때론 폭주하고 때론 잠만 자는 보리 고양이는, 사람의 음식을 엄청 탐하는 보리는 발랄하게 잘 지내고 있다. 너무 발랄해서 때론 당혹스럽고, 때론 엄청 귀엽달까. 으흐흐.
바람과 보리의 관계는 아직 관망 중.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애매하다. 뭐, 어쨌거나 서로의 존재는 (부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니 어떻게 되겠지.
몸 상태가 묘한데. 얼추 한 달 전부터 저녁이면 속이 쓰리다. 위가 약한 편이어서 매실액 희석한 걸 물처럼 마시는데 그래도 저녁이면 속이 좀 쓰리다. 그리고 얼추 보름 혹은 그 전부터 입에서 쓴맛이 난다. 입에서 쓴맛이 나는 경우를 찾아보니 피곤함이 일정 정도를 넘어서거나 역류성 위염이라고 하는데 어느 쪽일진 모르는 것. 나는 일단 피곤함이 일정 정도를 넘어서라고 판단하기로 했다. 요즘 계속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으니. 그나저나 내가 인지 못 하는 수준에서, 정말 많이 피곤했는가보다.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시간은 흐른다. 이것이 버틸 수 있는 힘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데, 요즘은 힘이다.

부산행

부산에 갈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 살이 지난 번보다 더 빠졌다, 큰일이다.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살이 빠졌는지 어떤지. 나의 체감에 살이 빠진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몸무게는 대충 비슷한 것 같은데도 그런 말을 듣는다. 물론 집에 체중계가 없어서 정확한 몸무게는 나도 모른다. 대충 비슷하겠거니 하면서 얼추 20년 가까이 비슷한 몸무게겠거니 하며 지낼 뿐이다.
부산에 갔다가 다음날 아침 알바에 출근하기 위해선 첫 기차를 타야 하는 건 아니지만 5시 30분 기차는 타야 한다. 그래야 안전하게 알바하는 곳에 출근할 수 있다. 5시 30분 기차를 타기 위해선 3시 30분엔 일어나야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씻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차를 타고 기차역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최소 두 시간 전엔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한다. 3시 30분이란 시간은 평소엔 결코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다. 새벽, 고양이가 우다다 혹은 야아아아아아아옹 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일어날 일도 없다. 하지만 일어나야 하고, 차를 놓치면 큰일일 땐 또 절로 일어난다. 알람 소리에 몸이 벌떡. 물론 요즘은 많이 피곤하니 약간의 뒤척임도 있다. 어쩌겠는가. 살다보면 내가 원하지 않을 때 원하지 않은 일정을 치뤄야 하는 날도 있으니까.
피곤하지만, 사실 이렇게 새벽 기차를 타고 오가는 일을 하면 그 주는 주말까지 계속 피로와 졸엄에 시달린다. 그리고 적응은 안 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렇게 살다보면 다른 날도 있을 테니까.
무엇보다 밑반찬 몇 개 얻었으니 다 괜찮다. 으흐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