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 혹은 엄청난 수면부족: 고양이

잠을 설치고 있다. 심란한 마음이 잠들지 못 하도록 하는 게 아니다. 두 고양이가 투닥거리는 상황으로 잠을 못 자고 있다.
평소 바람은 침대의 이불 속이나 캣타워에서 잠들지만, 밤에 잘 때만은 내 곁에서 잠든다. 정확하게는 내 머리 오른편에 자리를 잡고 잔다. 몇 년 동안 서로 합의하며 자리를 잡은 방식이다.
며칠 지낸 보리는… 음… 에… ㅠㅠㅠ 일단 자려고 누우면 침대의 사각을 미칠 듯이 뛰고 이불을 발톱으로 마구 긁은 다음 이불을 덮었을 때 튀어나오는 발바닥을 마구 깨문다. 이런 식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을 미친 듯이 질주한 다음 간신히 잠드는데 그 자리가 늘 목 언저리거나 가슴 부근이다. 다른 말로 숨이 막힌다. 이것이 요즘 내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헤롱거리는 첫 번째 이유다.
현재 상황, 바람은 보리를 적당히 피하는 편이다. 사실 이 시기의 캣유딩, 캣꼬꼬마는 거칠 것이 없고 무서운 게 없다. 그냥 미친 듯이 질주하고 폭주하고 순식간에 뛰어다닌다. 그래서 어디든 부딪히고 사고를 일으킨다. 다른 말로 바람이 하악거리거나 으르릉거려고 캣유딩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화를 내는 의미체계가 성립되지 않은 것만 같달까. 그러니 바람의 의지가 보리에게 전달이 안 된다. 다른 말로 바람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잠들려고 해도 이것이 보리에게 적절히 전달이 안 된다. 나의 의사는 당연히 전달이 안 되고. 이것이 야기하는 문제는 단순하고 크다. 바람은 자신의 자리에서 잠들려고 침대 곁에 온다. 이때 바람은 반드시 아웅 하고 울면서 온다. 그 소리가 나를 부르는 것이라, 난 반드시 반응을 해야 한다. 보리는 바람이 근처에 오면 잠에서 깨어나 바로 어떤 식으로건 반응을 한다. 바람은 후다닥 마루로 피한다. 이 일이 새벽 내내 진행된다. 다른 말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넉넉하게 잡아서 30분 단위로 바람은 날 부르고 보리는 종종 침대나 이불 속에서 우다다한다. 이것이 요즘 내가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수준을 넘어 잠이 엄청 부족하고 급속도로 피곤에 쩐 이유다.
졸린다. 아아, 졸린다. ㅠㅠㅠ

바람, 보리, 고양이: 어떤 슬픔

ㄱ.
바람이 지금 겪고 있는 어떤 감정적 경계가, 내가 초래한 일이란 점에서 마음 한 곳에 슬픔이 쌓인다. 더 정확하게는 정말 많이 미안하고 안타깝다.
ㄴ.
귀여운 보리를 충분히 더 애정애정하지 못 하고 조심하는 것도 슬프고 또 미안한 일이다. 큰 결정하고 데려왔기에 더 자주, 더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하고 있다. 바람의 기분도 살펴야 하기에 조심스럽다. 이게 참 미안하고 슬프다.
ㄷ.
슬픔은 시간으로 구성된다. 슬픔엔 시간의 흔적이 진하게 묻어난다. 그래서 지금 내가 느끼는 슬픔이 어떤 시간의 흔적인지 종종 궁금하다.
ㄹ.
그나저나 만화책에 따르면, 성묘는 아주 어린 고양이가 혼내거나 싸울 일이 있어도 때리거나 건드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냥 넘어간다고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그때 본격 싸운다고. 생각해보면 나도, E도 바람의 싸닥션을 맞은 일이 있다. 정말 화나거나 그러면 가차없을 성격이다. 보리가 너무 어려서 지금은 그냥 넘어가는 것일까? 물론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ㅁ.
어떤 신호인지 알 수 없지만 보리가 바람에게 꼬리를 잔뜩 부풀린 모습을 보여주었다. 흠… 향후 바람의 대응은 어떨는지.

바람, 보리, 고양이: 황당한 상황

며칠 간의 보리 사진은 여기서: http://goo.gl/jgPrF3
뭔가 기분이 묘한 어제였다. 그러니까 보리가 아니라 바람이 보리를 피하는 상황이랄까. 도대체 이게 뭐야.
첫 번째.
잠깐 외출할 일이 있어서 집에 나왔다가 뭔가를 빼먹어서 얼른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바람이 캣타워에 없었다. 응? 그리고 불 꺼진 방을 보니 바람과 보리가 묘하게 대치 상태. 그리고 내가 갑자기 나타나서 모든 게 멈춘 것만 같은 상태였다. 뭐랄까, 뭔가 묘한 기분이었다. 내가 없을 땐 바람이 그래도 캣타워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이번이 처음인 건지 아직은 확인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이건 어떤 상황일까?
두 번째.
저녁 늦게까지 마루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어쩐 일인지 바람이 캣타워에서 내려와 밥을 먹으려 했다. 최근 같이 지내면서 이런 일이 처음이라(내가 인지하는 수준에서 이제까진 바람에게 밥그릇을 가져다 줘야만 밥을 먹었다) 정말 기뻤다. 그런데 근처 의자에서 자고 있던 보리가 갑자기 일어나선 밥을 먹는 바람에게 다가가 하악질을 했다. 그리고 바람은 놀라 그 자리에서 피했고 다시 밥을 먹지 않았다(나중에 내가 직접 다시 줘야 했다). 아니, 이게 뭐야. 어떤 사람에겐 고양이 나이로 4년이 넘은 바람이 이제 2개월령인 고양이를 무서워 하는 게 웃길 수도 있겠지만 나로선 뭔가 심각한 상황이다. 바람의 날카로운 성격으로 보리오 위화하는 게 아니라 바람의 극소심한 성격이 고작 2개월령 고양이도 무서워하거나 경계하는 것인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바람은 신경쇠약에 걸릴 수도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내가 없을 때 알아서 잘 조율하는 것일까.
다른 한편 보리가 식탐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다른 고양이가 밥을 먹지도 못 하게 할 정도의 식탐인 걸까? 이게 다른 여러 고양이와 살다보니 생긴 일시적 현상인지 평생 지속될 현상인지에 따라 좀 골치 아픈 일이 될 수도 있어서 심란하달까.
암튼 한없이 잘 적응하고 있고, 집사의 목에서 자며 집사를 살해할 음모를 꾸미는 것만 같은 보리 고양이는 이제 덜 걱정이고, 바람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끄응, 도대체 이게 뭐야. ;ㅅ;
+
그러니까 지금 여러분은 둘째를 들인 집사의 일희일비를 목격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