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늦었지만 너의 생일을 축하해. 해마다 네가 태어난 날 너의 생일을 기념했지만 올해는 하루 늦었어. 너의 생일을 잊진 않았지만 그렇게 되었네. 미안. 하지만 정말 미안한 건 너의 생일에 나는 외부 일정이 많았고 많은 시간 넌 혼자 보내야 했지. 이게 가장 미안해. 생일 같은 날은 온 종일 오직 너를 괴롭히면서, 너의 잠을 방해하면서, 너와 노닥노닥 놀면서 보내도 좋을 텐데. 그렇게 못 하고 평소처럼 별다른 일 없는 것처럼 그렇게 보내서 미안해. 하지만 너의 생일에 내게 무척 각별한 것처럼 너의 생일이 그냥 일상이면 좋겠어. 네가 태어난 날을 기념하지 않아도 괜찮을 그런 느낌이면 좋겠어. 그것은 너의 특별함이 내 삶에서 희미해짐이 아니야. 하루하루가 특별하기에 너의 생일이 오히려 무덤덤한 날이길 바라는 거지. 너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특별하지만 나는 여전히 너의 생일을 기억해. 너의 생일을 챙기고 싶어하지. 내 마음에 머무는 어떤 불안 때문일까? 내 마음 한 곳에 있는 걱정이 너의 생일을 더 특별하게 챙기도록 하는 것일까? 너와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섭섭하지 않게 살 수 있으면 좋겠어. 그냥 하루하루 고릉고릉하고 냥냥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어. 한없이 평범하고 한없이 진부한 그런 삶이고 싶어. 그러니 너의 생일을 축하해. 나와 함께 한 너의 선택이 고마워.
[카테고리:] 몸에 핀 달의 흔적
아기고양이 입양 관련
우연이라면 우연이다. 지난 목요일 거의 비슷한 시간에 두 명에게 입양 보낼 아깽이 소식을 들었다. 한 명은 수고롭게도 고양이 카페에서 내가 원하는 조건의 아기고양이를 찾아줬다 심지어 무니도 흰양말 신은 검은 고양이. 다른 한 명은 지인의 고양이가 출산했다며 입양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분명한 의사를 블로그에 표현하니 소식이 들려온다.
흰양말 고양이는 서울 동부 지역에 거주하고, 이제 3개월 정도 지난 듯했다. 길냥이를 집에 들였는데 임신한 고양이더라고. 그 고양이가 출산한 아이 중 둘을 분양할 예정이고 가급적 둘 모두를 데려가길 바라지만 한 아이만 데려가도 괜찮다고 했다.
친구의 지인 고양이 태비는 신촌 언저리에 거주하는 듯하고, 이제 1개월하고 조금 더 지난 정도였다. 역시나 길냥이를 집에 들였고 임신한 상태라 출산했고 네 아깽 중 세 아깽을 분양할 거라고 했다. 두 곳 모두 길냥이를 입양했다가 출산했고 분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재밌다. 그리고 마음 한 곳이 짠하다.
안 예쁜 고양이는 없지만 그래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흰양말 고양이는 무늬가 안심이었다. 나의 불안이 야기한 강박이겠지만, 아무려나 그랬다. 하지만 이미 3개월령이란 점이 문제였다. 지금 3개월이라면 당장 데려와야 한다. 하지만 입양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바람을 설득해야 하는데 괜찮을까.
태비는 아직 1개월령이란 점이 좋았다. 그러니까 얼추 한 달 정도 바람을 설득하고 집을 꾸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내 집과 너무 멀지 않은 점도 좋았다. 결국 택시를 타야 하는데(ㅠㅠㅠㅠㅠ) 신촌 부근이 그나마 괜찮으니까. 그리고 내 강박 혹은 불안을 안심시키지 않는 무늬란 점도 좋았다.
흰양말도 태비도 다 좋았지만 첫느낌은 태비였다. 묘하지. 흰양말은 묘한 망설임이 있었다. 태비는 망설임이 없었다. 운명이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해도 망설임은 들지 않았다. 이게 좋았다.
내 집에 오기 전까진 오는 게 아니기에 더 이상 말하는 건 좋지 않겠다. 때가 되면 새로운 고양이와 바람이 같이 있는 사진이나 아깽이를 피하는 바람의 사진을 올리는 날이 오겠지.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즐겁게!
뭔가 좀 아쉬운 하루
얼마 전부터 호르몬투여를 시작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아는 사람이라면 제가 의료적 조치를 아예 안 하겠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란 걸 아실테니 그렇게 안 놀랄 듯합니다. 온라인으로만 아는 분은 좀 놀라려나요? 근데 블로그에서도 종종 언젠간 할 수 있다는 암시는 했으니 별로 안 놀라실 듯 합니다. (아쉬워라… 흐)
사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호르몬 투여를 모르는 상태에서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고 싶었거든요. 근데 아무래도 블로그에 호르몬일기를 써야겠다 싶어서 이렇게 밝히기로 했습니다.
그럼 앞으로, 아마도 정기적으로 호르몬일기를 쓰도록 할게요. 🙂
…라고 작년처럼 올해도 같은 내용으로 재탕할 예정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E에게 하자 재미없다고, 경우에 따라선 화가 날 수도 있고 불쾌할 수도 있다고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뀨.. 그래서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올해 만우절은 그냥 재미없이 지나가네요.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