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바꿈, 통신사 바꿈.

얼추 13년 만에 통신사를 바꿨다. 2001년 말, 핸드폰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으나 핸드폰이 없으면 알바를 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핸드폰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계속 KT를 사용했다. KT의 통화품질이나 서비스가 좋아서는 아니다. 그냥 바꾸기 귀찮아서 그랬다. 한 5년 정도 같은 폰을 사용했고, 무료로 폰을 바꿔준다고 하여 다시 5년 정도 같은 폰을 사용했다. 그러고 나서 자판에 문제 생기기도 했고,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어서 알바하는 곳 근처 KT 매장에서 hTC 스마트폰(레전드)을 구입했다. 2년 약정이었지만 1년도 안 되어 다른 hTC 폰(센세이션XL)으로 갈아탔는데 그때도 KT 매장에서 했다(기존 기기의 남은 기기값은 업체에서 대납해줬다). 그리고 얼추 2년 가까이 폰을 사용했다.
다들 대충 알겠지만 장기고객이라고 특별 서비스 같은 것 없더라. 폰을 변경할 때 장기고객이라고 할인 혜택 같은 것도 없더라. 서비스 센터에 전화 한 번 하려면 속이 터지고 통화품질 등은 특별히 더 좋은지도 모르겠더라. 신규고객에겐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장기고객은 잡은 물고기. 내가 KT에게 뭘 받은 것도 아니고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서비스가 괜찮은 것도 아니고. 그저 처음 시작한 곳에 엄청난 불만이 있지 않은 이상 유지하는 성격이라 KT를 사용했을 뿐이었다. 그러니 KT를 더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작년 12월 초, E와 넥서스5로 바꾸기로 했다. 다른 곳은 67요금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해서, 34요금제가 가능한 CJ 헬로모바일로 통신사 이동을 결정했다. E가 먼저 신청했고 얼추 한 달 뒤인 1월 초 내가 신청했다. 폰을 수령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금방 도착했다. 그리고 오늘 개통 완료. 그리하여 얼추 13년 만에 통신사를 바꿨고 폰을 바꿨다.
넥서스5를 선택한 건, 태블릿인 넥서스7을 사용하니 안드로이드라면 넥서스가 가장 좋다는 판단 때문이다. 순정 안드로이드가 깔려 있는 기기고 안드로이드를 업데이트하면 즉각 지원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성능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고. 안드로이드를 고집하는 건 내가 구글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고.
어제 개통해서 오래 사용한 건 아니지만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베터리가 LTE 급으로 줄어드는 것만 제외하면…;;;
아래는 새로 사용하는 넥서스5의 홈 화면.

오해하지 마세요. 태블릿의 홈 화면이 아니라 핸드폰의 홈 화면입니다. 뭔가 없는 것 같다고 느꼈다면 예리하신 겁니다. 제겐 별로 필요가 없더라고요. 크크크.

바람, 병원

며칠 전부터 바람의 눈 상태가 이상했다. 어느 날 아침 바람의 눈에 눈꼽이 많이 끼어 있어서 이상하다고 여기면서 외출했는데, 그날 저녁 바람이 왼쪽 눈을 제대로 못 뜨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마찬가지였고 눈 주위에 눈물이 말라 털이 엉겨있는 모습이었다. 어랏.. 무슨 일 있나? 걱정이 되어서 신경을 곤두세웠다. 바로 병원에 갈지 며칠 두고볼지… 그러며 다시 하루 지났을 때 여전히 왼쪽 눈을 60% 수준으로만 뜨고 있었고 활력도 좀 떨어진 듯했다. 끄응.. 그래도 저녁이 되면서 눈을 좀 더 잘 뜨는 모습이라 괜찮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그날 저녁 바람의 왼쪽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울고 있는 게 아니라 눈에 무슨 일이 있어서 눈물이 나는 듯했다. 그리고 바람은 그루밍으로 눈물을 닦았다. 다음날 바로 병원에 가려 했는데 또 눈이 멀쩡한 듯했다. 그리고 다시 저녁, 눈이 괜찮은 듯한데 눈에 약간의 물기가 고여 있어서 결국 다음날(즉, 어제) 병원에 가겠다고 결정했다. 물론 어제 아침에 다시 그 결정을 번복했고 병원 가는 것과 가지 않는 것 사이에서 계속 갈등했다. 날이 추워서 밖에 나가는 게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오래 망설이다 병원에 갔다. 좀 많이 기다렸고 눈과 관련한 몇 가지 진단을 받았다. 결과는? 눈에 별 문제가 없단다. 끄응.. 일단 당장 진료하기엔 눈에 별 문제가 없고 어쩌면 허피스(헤르페스)일 수도 있는데, 이 경우도 약하게 앓다가 그냥 나은 경우라고 했다. 사람이 감기를 앓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낫는 것과 같은 원리랄까. 암튼 눈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외상이 있는 것도 아니란 진단을 받고 나니 어쩐지 괜한 비용을 사용한 것만 같았다. 물론 이것은 안심하기 위한 비용이다. 만약 확진을 받지 않았다면 나는 계속 불안했을 것이고 오랜 시간이 지나 바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때 병원에 갈걸…’이라고 나를 탓할 것이다. 그러니 이번 진료는 안심하기 위한 비용이자 만약을 대비한 비용이니 비싸다고 할 순 없다. 그럼에도 어쩐지 아깝다. 그 돈이면…!!! 암튼 다시 오랜 만에 병원 가느라 외출한 바람은 길에서 계속해서 우앙우앙 울었지만 집에 왔을 땐 좀 의연했다. 예전엔 한참을 이불 속에 숨었다. 하지만 어젠 이불 속에 잠깐 들어가더니 곧 나와선 내 주위를 돌며 그냥 차분하게 지냈다. 오호라..! 바람아, 이제 외출에 약간의 내성이 생긴 것이니?
+
병원에 같이 가준 E는 의사를 대하는 바람의 태도에 억울함을 표했다. 집에서 바람은 E에게 종종 하악질을 시전했는데, 병원에서 바람은 꽤나 조용하게 있었다. E는 구시렁구시렁. 흐흐흐.
늘 제가 주장하지만 바람은 얌전하답니다. 😛

크리스마스 후일담

24일에 잠들어서 26일에 깨어난다거나 23일에 잠들어서 25일 밤에 깨어나는 일. 혹은 영화 <나 홀로 집에>를 보는 일.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이 시기를 피하는 방법 중 하나로 나누는 농담인데..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집에 조용히 지내는 것 아니냐며, 나는 종일 집에 있으며 바람과 빈둥거렸다. 올 크리스마스엔 <나 홀로 집에>도 봤는데, 재미는 없더라. 가족을 그리워하고 가족애를 강조하는 것도 별로지만(그래서 크리스마스에 방영하는 것이겠지만) 그냥 전반적 구성이 별로랄까. 케빈의 전략이 너무 잘 맞아 떨어지는 것도 별로고. 이런 것이라면 차라리 최근 읽은 <그랜드 펜윅 공화국> 시리즈가 더 낫다. 소 뒷걸음 치다가 쥐 잡았다는 식의 황당함이 있지만, 그래도 가볍고 재밌게 읽었다. 집에서 빈둥거리며 밥은 맛나게 잘 먹었다. 아침은 버섯과 양파, 콩단백을 볶아서 먹었고, 점심은 버섯구이를 쌈채소와 먹었다. 일요일 대청소를 할 때면 무한도전을 틀어두곤 하는데, 무한택시 에피소드를 보고 있노라면 쌈채소를 먹고 싶다는 유혹에 빠진다. 그리하여 크리스마스 점심은 버섯구이를 쌈채소에 싸서 맛나게 냠냠 먹었다. 잠시 쉬다가 낮잠을 잤다. 요즘 계속 미세한 두통이 있어 눈을 붙였달까. 두어 시간 눈을 붙이니 좀 괜찮았지만 일어나니 휘어청. 미세한 두통은, 한동안 홍차를 매일 마셨는데 그 얼마 안 되는 카페인이 또 몸에 각인된 것인가 싶기도 하고. 집에서 조금 쌀쌀하게 지내는데 그래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어느 쪽이건 두통으로 집중하기 힘들어 가벼운 읽을 거리를 선호한다. 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두통이.. 끄응.. 이렇게 한 해가 지나간다. 올 해의 퀴어 이슈를 정리하고 싶기도 한데 할 수 있을까?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이슈를 중심으로 정리한다면 재미가 없을 듯한데.. 흠.. 암튼 이렇게 크리스마스도 조용히 지나갔다. 아니, 이렇게 올 한 해도 조용히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