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리카.

안녕, 나의 고양이. 우리 만난지 이제 4년이구나. 이미 우리가 함께한 시간보다 함께 하지 않은 시간이 더 길지만, 안녕 나의 고양이.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니?
얼마 전엔, 오랜 시간 두려워 듣지 못 하던 심성락의 앨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들었단다. 지난 몇 년간 난 그 노래를 들을 수 없었어. 어쩐지 고통스러울 것 같았으니까. 다행이라면 고통스럽진 않았어. 그저 그 노래를 들을 때의 시간이 생생하게 떠오를 뿐. 네가 내게 왔고, 나는 먹고 살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집을 비울 때가 많았지. 집에 널 혼자 두고 나갈 때면 종종 음악을 틀어놓곤 했어. 너의 음악 취향을 잘 몰라 그냥 가장 무난하게 골랐지. 그 당시 종종 듣던 음악이기도 했고. 아코디온의 소리, 혹은 바람의 소리. 혹시나도 네가 심심할까봐 틀어봤던 음악. 그래 심성락의 음악을 들으면 네가 내게 와서 어색하던 그 시간이 떠올라. 나는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고 너는 집을 한 번 둘러보더니 내 무릎 위에 올라왔지. 너는 자주 내 무릎에 올라왔고 너는 여덟 아깽을 품은 상태로 골골거리곤 했지. 너는 밤새 우다다 달렸고 너는 내가 준 맛없는 사료를 잘 먹어줬고 너는 그때 살던 집이 곧 네 영역이란 걸 알았음에도 내 자리를 존중해줬지. 너는 언제나 우아했고 너는 언제나 당당했고 카리스마 넘쳤으며 너는 예뻤지. 그리고 너는, 무수히 많은 너는, 내가 아직 못 잊는 너는…
안녕, 나의 고양이 리카. 안녕 나의 고양이, 리카.

라면, 라면, 라면

방학인데다 알바를 쉬고 있어 외출할 일이 별로 없으니 요즘은 라면을 비롯한 면 종류 음식을 자주 먹고 있다. 면 종류 음식을 정말 좋아하지만 알바를 다닐 때면 외부에서 면 종류 음식을 먹기 힘들어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두 번 채식라면을 먹는 정도다. 하지만 집에서 이런저런 일을 처리할 때가 많은 요즘은 그보다 더 자주 면 종류 음식을 먹는다. (네, 한국인 라면 소비량의 평균을 올리는 1인입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이것도 많이 자제한 거지만. 하하.

며칠 전부터 짬이 생길 때면 라면요리 만화를 읽곤 한다. 그냥 머리 식힐 겸 조금씩 읽고 있는데 일본라면요리는 정말이지 독특한 매력이 있다. 만약 내가 채식을 하지 않았다면 일본라면집에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갔겠지. 다행이라면 나는 채식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갈 경제적 여력이 없달까. 후후. 아무려나 이런 상황과는 별도로 라면 만화를 읽고 있으면 채식라면이라도 조금 더 맛나게 먹고 싶은 바람이 생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라면을 면+스프만으로 조리한 적은 없다. 늘 버섯, 청양고추, 마늘 등 무언가를 추가했다. 하지만 라면만화를 읽고 있노라니 이것만으로는 조금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달까.

그리하여 얼마 전 채수를 만들었다. 육수가 아닌 채수. 대충 집에 있는 재료(채수의 기본이라는 무도 넣지 않았다)로, 시험 판본 삼아 가볍게 만들었는데 이게 꽤나 괜찮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꽤나 매운 맛이 강한 채수를 만들었는데 채수에 라면을 끓이니 국물이 상당히 담백하고 깔끔하면서도 매운 맛이 남아서 생수에 끓이는 라면보다 더 맛난달까. 오호라. 이 맛에 라면요리에서 그렇게 국물에 공을 들이는구나 싶었다. 라면만화를 보면 국물에 엄청난 공을 들이는데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겠다는 기분. 물론 짐작할 수 있겠다는 기분이지 짐작하는 건 아니다. 일본라면은 내가 알지 못 하는 세계니까. 흐흐. 암튼 이런 연유로 일요일엔 짬을 내서 채수를 제대로 만들 예정이다. 겸사겸사 우동도 만들어 먹을 겸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