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알러지가 터져서 응급실에 갔습니다.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뜻은 아니고 주말 밤이라 문을 여는 곳이 응급실 뿐이었거든요. 주사 두 방을 맞고 약을 처방받았죠.
참 오랜 만에 생긴 알러지였습니다. 얼추 12년 전이 마지막이었거든요. 마지막으로 알러지가 터지기까지 대략 3년 정도를 민감한 상태로 살았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었거든요. 늘 먹던 음식을 먹었는데 그 음식에 반응해서 알러지가 터지곤 했으니까요. 그래서 음식을 먹다가 기분이 이상하면 바로 음식 섭취를 중단했습니다. 행여나 그 음식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알러지가 터지는 것보단 음식을 남기는 것이 혹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으니까요.
이것은 이후 제 식습관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음식을 먹다가도 그냥 느낌이 안 좋으면 안 먹으니까요. 무엇도 정확하게 믿을 수 없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감을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하루라도 지나면 무조건 먹지 않는 습관도 생겼죠. 그 시절, 알러지가 터지면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기에 조심하는 수밖에 달리 다른 방법이 없었거든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알러지가 몸 표면에 표출되고 내장 기관에서 발생하진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식도나 기도에 발생하면 호흡곤란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하니까요.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무엇이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암튼 그렇게 얼추 12년이 지났고 제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살았죠. 그런데 참 오랜 만에 알러지라니요.. 다시 알러지가 터지는 몸으로 변한 걸까요? 아님 그저 단발적 사건일까요? 물론 알러지에 이런 게 어딨겠어요. 12년 정도를 잠복하다가도 터지는 게 알러지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