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리카

그리고 우리 만난지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우리 만나 함께 한 시간보다 너를 그리워하는 시간이 더 길다. 아니, 우리 만나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짧아 그리워 하는 시간이 금방 더 많아지는 게 애통할 뿐이다.
리카, 안녕.
그곳에선 나 같이 어리석은 집사 없이 행복하겠지?

알바 시작

오늘부터 다시 알바를 시작했다. 계약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지만 큰 일은 없겠지… 아무려나 오랜 만에 출근하는 일이 나름 스트레스였는지 자면서 한 시간 반에 한 번씩 잠에서 깨어났다. 오랜 만에 꿈도 꿨고 그 내용도 스펙터클했는데 물론 스펙터클했다는 느낌만 남아 있다.
어제 오후부터 눈이 내렸고 20cm 가량 쌓였다. 아침 출근하며, 눈이 너무 예뻐서 그대로 눈에 빠지고 싶었다. 그랬다간 지각할 것같아 참았지만.. 아니 지각은 둘째 문제고 간신히 다스리고 있는 몸살이 도질 것 같아 참았다. 어제 오늘 내려 쌓인 눈은 너무 예쁘다. 재밌는 건, 제설작업을 못한 인도에 한 명만 지나가기에 적합한 길이 나 있었다. 다들 앞 사람이 걸어간 길을 따라간 거지.. 흐. 발목 높이의 신은 없고 운동화가 전부기에, 나 역시 사람들이 간 길을 얌전히 따라갔다.
알바를 하러 가면서 새삼 깨달았지만, 알바라도 해야 내가 움직이고 좀 걷는구나 싶었다. 걷는 것 자체는 좋아하지만 알바를 안 하고 나갈 일이 없으면 종일 집에 콕 틀어박혀 지내다보니 걸을 일이 없다. 구글나우에 따르면 작년 12월엔 한 달 동안 12마일(대략 19km), 올 1월엔 13마일(대략 21km)을 걸었다고 한다. 알바를 하던 시기엔 한 달에 50-60km 정도를 걸었으니, 알바라도 해야 움직이는구나 싶었다. 알바할 땐 점심시간에 산책도 하니(굳이 사무실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 걸을 일이 더 많기도 하고.
아무려나 다시 알바를 시작했고 11월까지는 비슷비슷한 일상을 반복하겠구나. 문제는 주5일에 수업 없는 날은 5시까지 일하기로 해서 세미나에 참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다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나…
그나저나 이제 하루 했는데, 지겹다. 아악… 크크. ㅠㅠㅠ

몸살, 편두통과 비염: 삶의 조건

얼추 10년 전, 일주일 정도 앓아 누운 적 있다. 당시에도 알바를 했기에 누워만 있을 순 없었다. 낮엔 알바를 하고 저녁에 집에 오면 그대로 쓰러져 잤다가 아침에 일어나 알바를 하러 가는 식이었다. 이후 비염과 편두통을 제외하면 감기나 몸살을 앓은 적 없다. 특별히 튼튼한 체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병약한 체질도 아니라 그냥 무난하게 살았다. 아픈데 무감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이틀 전, 화요일 아침 잠에서 깨어났는데 목소리가 안 나왔다. 목이 꽉 막혀 있었다. 어랏? 몸이 좀 이상했다. 하지만 별 일 있겠나 싶어 그냥 평소처럼 움직였다. 오후엔 학교에도 들려 자료 검색도 한참 했고. 그런데 오후부터 한기가 들기 시작했다. 뭔가 느낌이 안 좋았다. 저녁 약속을 취소할까 말까로 고민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 싶어, 약국에서 약을 사 먹은 뒤 약속장소에 갔고 그냥 그러려니 했다.
어제 아침, 여전히 목소리가 안 나왔고 목은 아팠고 몸이 무거웠다. 6시에 눈을 뜬 뒤 두어 시간 누워 있다가 아침밥을 먹어야겠다 싶어 억지로 일어났다. 밥을 먹고 블로깅도 한 다음 다시 쓰러졌다. 설거지를 해야 한다고 중얼거리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안 움직였다. 몇 시간, 눈을 좀 붙였다가 일어나려고 했는데, 기다시피 일어나선 다시 이불 위에 쓰러졌다. 크크. 오후 저녁에 일정이 있는데, 이 일정을 취소하고 누워 있을 것인가, 억지로 움직일 것인가를 고민하는데 또 시간이 한참 흘렀다. 아니, 일정을 취소할 의지는 없으니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야 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랄까. 눈을 뜬지 일곱 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씻으러 갈 수 있었다. 뜨거운 물에 몸을 적시니 그나마 좀 괜찮았다. 이후 일정을 간신히 처리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전날 청소를 못 해서, 그나마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청소를 해야겠다고, 바닥청소와 바람의 화장실 청소를 한 다음(이것이 집사의 운명!) 쓰러지듯 누웠고 그대로 잤다.
오늘 아침, 6시에 눈을 떴지만 그냥 안 일어났다. 11시까지 이불 속에서 버티다가 오후 저녁 일정이 있어서 이불에서 나왔다. 한기는 좀 가셨지만 목 아프고 코가 찡한 것이 골도 좀 아프다. 오후 늦게까지 이불 속에서 버틸까 고민했지만 바람에게 밥도 줘야 하고 이불 속에 있어 봐야 궁상스럽게 뒹굴거리기 밖에 더 하겠나 싶어 억지로 움직이려고 나온 것이기도 하다.
얼추 10년 만의 몸살이라 나 자신도 어찌할 바 모르겠고 또 신기하기도 해서 이렇게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렇다고 내게 질병이 없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알러지성 비염과 편두통은 수시로 앓는다. 지금 겪고 있는 몸살과의 차이라면 비염과 편두통은 그냥 내 삶의 일부가 되었고, 내 삶의 조건, 예측할 순 없지만 내 삶의 동반자 정도가 되었다는 점이랄까.
비염은 고등학생 때부터 앓았던가? 처음엔 감기인 줄 알았다. 그래서 전설의 약 콘택600을 먹곤 했다. 많이 먹을 땐 한 번에 두세 알을 먹곤 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감기가 아니라 비염이란 걸 알았다. 비염이란 걸 안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었다. 터지지 않기만 바랐고 터지만 그날 일정은 다 포기하고 그냥 누워있을 뿐이었다. 비염이 터지고 나면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었고 늦은 밤이 되어야 진정되었기 때문이다. 유일한 방법은 비염이 터질 것 같은 기미가 있을 때 미리 약을 먹어 비염을 진정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효과적인 비염약을 찾기 위해 참 다양한 종류의 약을 먹었다. 마침내 괜찮은 약을 찾았을 때, 이제 그 약을 쟁여두고 먹었고 약이 떨어지려고 하면 불안을 겪으며 서둘러 약국에 갔다. 물론 반복해서 먹으면서 진정 효과가 약해졌고 약을 먹어도 비염이 터지곤 했다. 그 와중에 약 생산이 일시 중단된다는 얘기가 있었다. 아… 그 시기, 나는 약 대신 다른 수단을 찾고 있었기에 약 생산 일시 중단 소식은 또 다른 결정을 하도록 촉진했다. 약을 먹는 대신 죽염으로 코를 세척하기로 했고 그렇게 얼추 2년이 지났다.
편두통은 초등학교 1학년 즈음부터 앓았다. 그 시절 어린이가 두툥을 앓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꾀병이었기에 욕만 먹었지만. 크. 편두통이 한 번 터지만, 편두통을 겪는 사람은 알겠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오직 눈을 감고 잠이 들길 바랄 뿐이었다. 편두통엔 마땅한 약도 없었다.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었다. 어떤 날은 편두통이 심한 부위에 대못을 박고 붉은 피를 흘리면 진정 효과가 있을까,란 상상도 했다. 피가 시원하게 뿜어 나온다면 편두통도 나을 것만 같은 상상. 그래서 편두통이 심해지기 전에, 기미만 보이면 약을 먹기 시작했고 역시나 다양한 약을 거쳤다. 그 중엔 정말 괜찮은 약이 있었지만 수입 중단되어 무척 아쉬워했던 약도 있었다. 지금도 편두통이 도질 기미가 있으면 바로 약을 챙겨 먹는다. 사전에 진정시키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 하는 걸 알기에 일단 약을 먹고 보는 것이다.
오랜 시간 내 삶과 함께한 편두통과 비염은 어떤 의미에서 내 삶의 조건이다. 예전엔 비염과 편두통이 우발적 사건이었고 내 삶을 방해하는 질병이었다. 어릴 땐 내 몸이 저주 받았다고 구시렁거리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록 언제 어떤 식으로 비염과 편두통이 발생할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 두 가지는 내 삶의 기본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 그냥 또 왔구나’라는 느낌이랄까. 여전히 불편하고 반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그 무엇. 그래서 비염이나 편두통이 도지면 이렇게 대처해야 겠구나라는 요령도 생기는(요령이라고 해봐야 그냥 드러 눕는 거지만;; ) 내 삶의 조건 혹은 토대.
그래서 지금 앓고 있는 몸살이 낯설다. 사실 지금 내가 앓고 있는 게 몸살인지 잘 모르겠다. 워낙 없던 일이라서. 어떻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