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이성애 부부 사이에서 HIV/AIDS는 남성/남편이 여성/아내에게 전염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유는 부부 사이엔 신뢰가 있기에 성관계에서 콘돔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믿음/강요 때문이다. (이성애 부부/관계만이 아니라 동성 성애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남편/남성은 어디서 바람을 피거나 외도를 해도 결혼규범에 비추어 잘못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잘 없는 사회에서, 부부는 평생 신뢰하는 관계란 망상이 강박인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HIV/AIDS 감염 자체가 나쁜 일인가는 또 다른 논의를 논하고, 세이프섹스 정치/정책이 무엇을 보호하는가 역시 또 다른 논의를 요하나 여기선 생략…)
법적 부부 관계에 있는 두 사람 중 한명이 이른바 간통을 했고 상대방이 그 장면을 목격했을 때 그는 깊은 빡침과 분노, 혐오, 불신, 우울 등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간통 장면을 목격한 상대방이 그 순간 간통한 자신의 파트너를 살해를 할 경우, 이 살해는 정상참작이 될 때가 있다. 물론 살인죄에 따른 처벌 자체가 면죄되지는 않지만 감형되거나 동정을 받는다. 부부는 평생 서로를 속이지 않고 신뢰를 줘야 하며 서로에게 헌신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한국에서 남성이, 부부 관계가 아닌 전 여성애인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고, 혹은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사람을 만났다고 살인하는 경우가 잦다. 이것은 단순히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이해해서만은 아니다. 이런 이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배타적 일부일처 관계라는 망상적 강박, 강박적 망성, 지독한 사회 지배 규범과도 긴밀하다.
요즘 계속 관련 글을 읽고 있다. 그러며 깨닫는 바는 폴리아모리 정치학을 훨씬 더 진지하고 중요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른바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집단에게 있어 폴리아모리 정치학은 생존 전략으로 진지하게 사유할 필요가 있다. “네가 감히 날 배신하고/날 버리고 다른 사람을 만나?”라며 살인하고 이 살인행위가 정서적으로 공감되는 사회에서 배타적 일부일처 관계를 문제삼고 폴리아모리 관계를 더 적극적으로 사유하는 행위는 정말 중요하다. 실제 폴리아모리 관계를 맺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사회에서 강력하게 작동하는 규범, 그리하여 살인도 용서하거나 어느 정도 정상참작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다시 사유하기 위해 폴리아모리 정치학은 중요한 인식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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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준비하는 글에 들어갈 아이디어 메모.
폰으로 대충 메모만 남기느라, 몇 가지 고민을 빼고 쓰느라 글이 엉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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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할 사람은 없겠지만… 폴리아모리 정치학이 유일한 저항 방법이거나 최선의 대응이란 뜻은 아닙니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여서리… 정치학을 해법 같은 걸로 사유하는 건 더욱 위함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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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맥락에서 동의와 신뢰 개념을 근본적으로 회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