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여름 퀴어아카데미!

2014년 이후 소식이 없더니, 1년 반만에 2016 여름 퀴어아카데미가 열립니다!

많이 많이 찾아주세요!!!!!!!
널리 공유해주세요!!!!!!!!!!
(주소는 https://www.runtoruin.com/3200 입니다.)
자세한 내용, 수강신청: http://kscrc.org/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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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퀴어 아카데미
일곱 번째 퀴어 아카데미가 열립니다.
성적소수자 인권활동가들과 관련 연구자, 그리고 인권과 퀴어 이론 등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의 “생각나눔, 지식나눔, 배움나눔”의 자리였던 “KSCRC 퀴어 아카데미”.
2014년까지 겨울에 열렸던 퀴어 아카데미가 2016년에는 “여름 퀴어 아카데미”로 돌아왔습니다.
뜨거운 여름이니까 아예 더 뜨겁게 불태워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올해는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통찰력을 기를 수 있도록 아카데미를 준비해보았습니다. 퀴어이론의 역사의 계보를 살펴보고, 성적소수자 운동의 흐름을 한 눈에 그려보고, 최신의 연구 성과들은 무엇이 있는지까지 모두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퀴어 아카데미를 항상 성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올해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강좌1] 퀴어이론입문
올해 퀴어이론입문은 여섯 명의 퀴어 이론가들의 계보를 따라가며 퀴어 이론 내외부의 긴장과 차이의 역사를 이해하는 기획으로 구성하였다. 이 기획 내부의 6강은 순서대로 연대기적 역사성을 가지기도 하지만 내용에 따라 각자 다른 짝을 만날 수도 있다. 레즈비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이성애를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제도로서 이해한 아드리엔느 리치와 비이원론적 세계관을 통해 퀴어 범주를 확장해나간 이브 코소프스키 세즈윅이 한 쌍이라면, 푸코와 버틀러는 근대적 주체 기획을 규범적으로 구축해나간 서구의 역사와 철학을 뿌리부터 다시 써내려나간 짝패였다. 뿐만 아니다. 끊임없이 재정치화되어야 하는 “내부”의 정치를 안팎에서 다시 질문해보려는 무법자들도 있다. 수잔 스트라이커는 퀴어/페미니즘 커뮤니티 내부의 동성애규범성을 문제삼으며 트랜스페미니즘의 역사를 다시 써가며, 자비스어 푸아르는 국민국가의 경계지대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죽음들에 주목하며 새로운 성정치의 지형에 등장한 호모내셔널리즘의 곤경을 탐색한다.
전체 6강
강좌일자 | 7월 26일~ 8월 11일 저녁 7시 ~ 9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수강료 | 7만 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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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 아드리안느 리치 –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언 존재”를 다시 읽기 (7월 26일 / 화)
강사_권김현영 (성공회대 강사)
퀴어이론을 후기구조주의의 영향 아래에 놓여진 “차이의 정치학”으로 해석하는 것이 대세인 상황에서 레즈비언 존재론을 강력하게 주장하여 “여성 정체성의 정치”를 확장하고자 했던 리치를 퀴어이론가로 읽는다는 것은 좀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제적 이성애에 대한 저항의 방법론이라는 차원에서 충분히 퀴어적이기도 하다. 1980년에 나온 리치의 논문인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언 존재”은 이후 20년간 여성 범주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퀴어이론입문으로 반드시 읽어야 할 논문 중 하나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2강 | 미셸 푸코 – 이토록 낯선 규범: 푸코로 읽는 “현재의 역사들” (7월 28일 / 목)
강사_박차민정 (아주대/이화여대 강사)
푸코의 섹슈얼리티 이론을 통해, “현재의 역사들”과 규범의 경계들을 낯설게 바라봄으로써, 성이 역사적으로 특정한 형태의 권력, 사회통제와 연결되어온 우연적이고 유동적인 방식을 살펴보고, ‘현재의 역사들’이 지금과는 다른 것으로 상상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3강 | 주디스 버틀러 -“우리는 불가능을 요구합니다” : 얼굴 없는 존재들의 정치윤리학 (8월 2일/ 화)
강사_전혜은 (퀴어 페미니즘 장애학 연구자)
누가 인간으로 인정받는가? 누가 육신을 가진 존재로 존중받고 누가 살아있다는 것조차 부인되는가? 누구의 죽음이 애도 받을 가치가 있고 누구의 죽음은 그렇지 않은가? 어떤 이는 가해자인데도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서사가 주어지는데 어떤 이들은 사망자 숫자 뒤에 가려지거나 아예 숫자로 집계조차 안 되거나 무슨 이유로 죽었는지조차 은폐되는가? 인간될 자격을 정해주는 인식/인정가능성 자체에 대한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비판, 책임질 수 없다는 자들만 가득한 세상에서 주체 없이 행위성을, 윤리와 책임을 이론화하기. 불가능해 보이는 길을 내부에서 뚫기. 그 어려운 걸 버틀러가 해냅니다!
4강 | 수잔 스트라이커 – 트랜스젠더퀴어 역사와 트랜스 페미니즘 (8월 4일/ 목)
강사_루인(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트랜스젠더 역사학자며 트랜스페미니즘 논의를 주요하게 다룬 수잔 스트라이커는 트랜스젠더퀴어 이론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 강의에선 스트라이커가 30여년에 가까운 세월에 걸쳐 집중해온 트랜스젠더퀴어의 역사, 트랜스페미니즘, 그리고 동성애규범성 논의를 소개하고자 한다.
5강 | 이브 코소프스키 세즈윅 – 범주를 가로지르며 엮어 짜기: 경계적 존재들의 정치윤리학 (8월 9일/ 화)
강사_전혜은 (퀴어 페미니즘 장애학 연구자)
덕질하다 정체성을 깨달으신 퀴어 분들, 기혼 이반 분들, 기존의 이름들이 자신을 설명해주지 않는 퀴어 분들, 병과 더불어 살아가는 퀴어 분들, 세즈윅을 읽읍시다!! ‘동성사회성’ 개념만 유명한 게 아닙니다. 세즈윅 평생의 과제였던 ‘비이원론적으로 사유하기’를 키워드로 하여 퀴어 정의의 확장, 보편화/소수자화 관점들, 퀴어 섹슈얼리티와 병고 경험의 교차, 수행성의 공간화, 수치심에 대한 퀴어적 사유, 보상적 독해 실천, 불교적 교육학 등등 넓고 복잡한 세즈윅의 이론들을 쉽게 만나보는 시간.
6강 | 재스버 푸아르 – 호모내셔널리즘과 죽음의 정치 (8월 11일/ 목)
강사_우주현 (여성학자, 퀴어이론 연구가)
“테러와의 전쟁”의 시기, 젠더와 섹슈얼리티 담론은 어떻게 민족주의, 제국주의, 제노포비아, 군국주의 담론과 교차하며 새로운 성정치의 지형을 만들어내는가? 동성애 권리 담론은 어떻게 서구 제국주의적 기획에 공모하며 “죽음의 정치”에 개입하는가? 본 강좌는 푸아르의 “호모내셔널리즘” 개념을 중심으로 민족주의/제국주의와 동성애의 뒤얽힌 관계를 함께 비판적으로 추적해 보고자 한다.
[강좌2] 논쟁과 이슈
우리는 대부분 인내심을 가지고 대답해왔지만 사실은 언제나 똑같은 질문을 던지는 게으른 청중들이 지겨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쓸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퀴어아카데미 수강생들이 퀴어와 관련한 지식에 탐욕스러울 만큼 목말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올해 논쟁과 이슈 강좌는 당대의 논쟁을 이해하고 여러 문제를 탐색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사들에 대한 지식을 쌓는 시간으로 준비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던가. 논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역사적 지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이며, 새로운 쟁점들은 언제나 각 역사적 순간들에 대한 세부사항, 즉 디테일에서 시작되었다. 강의안으로 제공될 각 주제별 연대표만 해도 귀한 공부 자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역사, 정치, 섹슈얼리티, 종교…이중 하나의 분야에라도 덕후기질이 있다면 이 강좌, 반드시 들어야 한다.
전체 4강
강좌일자 | 8월 16일~ 8월 25일 저녁 7시 ~ 9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수강료 | 5만 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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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 한국 정치와 기독교, 그리고 성적소수자 인권운동의 역사 (8월 16일 / 화)
강사_한채윤 (비온뒤무지개재단 상임이사)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성적소수자 인권운동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본다. 이와 함께 보수개신교를 한 반동성애 운동이 왜 2007년부터 조직화되기 시작했는지, 개신교가 왜 지금 혐오의 아이콘이 되었는지를 기독교사와 한국 정치사와의 관계 속에서 살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2강 | 미국과 한국의 트랜스젠더퀴어 운동사 (8월 18일 / 목)
강사_루인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트랜스젠더퀴어 운동은 전세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본 강의는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된 트랜스젠더퀴어 운동을 중심으로 100년 정도의 역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비트랜스 중심의 역사를 트랜스젠더퀴어 맥락에서 재구성하고자 한다.
3강 | “바이섹슈얼에도 역사가 있나요?” (8월 23일/ 화)
강사_이브리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운영위원)
“바이섹슈얼에게 역사가 가능할까? 만일 가능하거나 불가능하다면 그 이유와 조건은 무엇일까? ‘바이섹슈얼’이라는 ‘단어’가 지나온 험난한 길을 조금이나마 더듬어보며,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수강생들과 함께 시도해 본다.
4강 | 세계 동성결혼 법제화의 역사 (8월 23일/ 화)
강사_한채윤 (비온뒤무지개재단 상임이사)
동성 결혼의 법제화 과정은 사실 매우 복잡하다. 법원과 의회에서의 치열한 논쟁, 찬반 대립의 격렬한 공방전, 사랑과 평등을 향한 투쟁인가 주류 사회로 편입하려는 욕망인가라는 평가와 갈등까지. 한국 동성 결혼의 미래를 가늠하기 위해 세계 동성 결혼 법제화의 역사를 연대기로 살펴본다.
[강좌3] 최신퀴어연구
당대의 퀴어 정치학이 주목하는 쟁점들이 궁금하다면 이 강좌를 추천한다. 우리는 탈근대의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권리를 가질 권리”부터 물어야 하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 권리가 주어진다 한들, 세계는 이미 망했는데 그것이 무슨 의미인가. 이 세계는 이미 타자의 타자성을 이해할 수 있는 인식능력이 망가졌다. 퀴어들의 몸은 오염과 질병, 죽음의 이미지로 뒤덮인 채 규범의 세계에서 추방되었다. 하지만 이성애와 이성애 국가야말로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것이 되새겨지면서 퀴어들의 몸은 새로운 지형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퀴어들은 쾌락, 커뮤니티, 심지어는 결혼과 가족을 이야기한다. 아무도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순간 말이다. 이것은 퇴행 혹은 규범으로의 재이행일까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일까. 신진연구자들의 새로운 질문들에 주목해보자.
전체 3강
강좌일자 | 8월 6일~ 8월 20일 오후4시 ~ 6시 (매주 토요일)
수강료 | 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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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  한국 게이 커뮤니티와 남성 성노동 (8월 6일 / 토)
강사_마쯔 (완전변태)
한국 게이 소비 공간을 중심으로 급격히 가시화한 남성 성노동이 게이 커뮤니티에서 갖는 의미를 살펴본다. 기존에 논의된 ‘몸의 정치학’이 남성 성노동의 장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구체화시키고, ‘새로운’ 남성 성노동의 등장이 한국 게이 커뮤니티의 어떤 변화의 반영인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게이 커뮤니티의 경계에 대한 재사유와 이를 조직해 나가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고자 한다.
2강 | 퀴어 한국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8월 13일 / 토)
강사_시우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
퀴어 이슈를 둘러싼 논쟁과 투쟁은 2016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보수 개신교회를 배경으로 하는 반퀴어 집단, 퀴어 집단을 공적인 장에서 배제하고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는 국가기관 및 행정기관, 집합적인 커밍아웃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 퀴어 집단 사이의 역학은 한국 퀴어 지형을 형성한다. 이 강의에서는 퀴어 한국을 여행하는 이들이 마주하는 여러 상황을 보수 개신교회 위기, 퀴어 시간성, 느낌의 아카이브, 퀴어 디아스포라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3강 | 핫게이의 문화정치: 신자유주의와 호모규범성 (8월 20일/ 토)
강사_한우리 (퀴어문화축제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문화연구자)
강사_홍보람 (후죠시 문화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문화연구자)
미국전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고 한국 퀴어퍼레이드 참여자가 오만 여 명으로 늘어난 시대, 현재 퀴어정치는 과거보다 더 진보했을까? 리사 두건은 미국의 몇몇 퀴어운동이 지배적인 이성애규범적 전제와 제도들을 문제 삼기보다 가족과 소비에 기반해 이성애규범성의 존중을 받는 ‘모범적’이고 탈정치화 된 동성애문화를 추구하는 경향을 비판한다. 두건이 제시한 현상비판적 개념, ‘호모규범성’은 현재 한국에 얼마나 유용한 렌즈가 될 수 있을까?

책 관련

[남성성과 젠더] 절판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시중에서 팔지만 곧 살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사지 마세요.

[성의 정치 성의 권리]는 계약 기간 때문에 내년까지는 나오겠지만 그것으로 끝입니다. 하지만 사지마세요.
필요하셔도 지금은 사지마세요. 또 모르죠. 기다리다보면 개정증보판이 다른 출판사에서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아닐 수도 있지만요. 암튼 지금은 사지마셔요. 많은 분이 사지 않을 걸 알지만 혹여라도 구매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제가 책 엮은이가 아니라 이런 말을 해도 괜찮을지 고민이지만요.

화장실과 젠더 정치

Transability 모임에서 쓰려고 쓴 초고입니다. 나중에 수정해서 어딘가 공개(출판?)할 예정입니다.
글은 2016.06.15.에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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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특히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하는 화장실의 기본 역할은 대소변과 같은 생리작용을 해결하기 위함이 아니다. 일견 화장실은 대소변을 해결하는 것이 그 첫 번째 역할로 인식되지만 화장실은 누가 그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느냐를 질문하고 검열하는 젠더-몸 규제 장치다. 예를 들어 여성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선 그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몸이어야 한다. 즉 여성으로 통할 법한 젠더 표현을 적극 인용하며 여성화장실에 입장함에 있어 별 무리가 없어야 한다. 여성으로 통하지 않을 법한 외모라면, 그 자신이 여성이라고 해도 치한이나 범죄자로 인식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점에서 여성화장실 이용에 있어 젠더 표현 규제는 젠더퀴어를 규제하는 작업인 동시에 젠더퀴어를 (잠재적)치한이나 범죄자로 만드는 작업이다. 젠더 표현만 문제가 아니다. 여성화장실을 이용하기에 적절한 몸의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남성화장실 역시 마찬가지다. 남성으로 통하는 방식으로 젠더 표현을 하고 외부성기재구성수술을 하지 않은 젠더퀴어나 ftm/트랜스남성이 남성화장실을 이용하고자 했는데 그 화장실에 좌변기는 없고 소변기만 있다고 하자. 이런 경우는 많다. 이때 그는 남성이거나 남성은 아니지만 남성화장실 이용이 자신의 젠더 범주에 조금 더 가깝다고 인식하지만 남성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다. 여성화장실 역시 출입할 수 없다. 공공장소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선 적절히 이원젠더화된 몸, 이원젠더에 부합한다고 가정하는 몸의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많은 트랜스젠더퀴어가 이원젠더에 따른 화장실 구성이 아니라 젠더 중립 화장실 혹은 개별화장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단순히 트랜스젠더퀴어의 중요한 의제여서가 아니라 젠더 표현을 규제하는 사회 전반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다. 당장은 이것이 여의치 않기에 공공장소에 트랜스젠더퀴어가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공용화장실 정도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뒤 몇몇 사람은 이 사건으로 불거질 대안이나 정책 중 하나랍시고 ‘공용화장실 해체’가 나올 것을 염려했다. 여성혐오 살인사건에 대항하는 애도와 같은 움직임에 반응한다며 공용화장실이 문제고 그러니 공용화장실을 없애겠다는 정책이 나온다면 이는 비트랜스여성(시스여성)과 트랜스젠더퀴어를 대립, 갈등 관계로 만들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이미 다들 알겠지만, 경찰 및 정부 관계 부처는 향후 건설하는 건축물은 이원젠더에 따라 여남으로 구분하는 화장실을 만들어야 하며 기존의 공용화장실을 분리한다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여성화장실에서 이미 많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있음을 은폐하고, 공용화장실이 아니라면 여성화장실이라면 안전하다는 착각을 사실인 것처럼 재생산한다. 뿐만 아니라 이런 정책은 화장실이 성역할 규제, 젠더-몸 규제 장치로 기능하는 역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공모한다. 이것은 트랜스젠더퀴어에게만 문제가 아니다. 트랜스건 비트랜스건 상관없이 여성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여성답거나 최소한 여성으로 통할 법한 젠더 표현에 따라야 함을 일상에서 규율한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문제다. 나아가 모든 개인을 여성화장실과 남성화장실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젠더 실천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트랜스젠더퀴어를 삭제하고 비트랜스여성의 복잡한 삶을 누락한다. ‘여성’을 특정 이미지로 규정하고 그것에 부합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평가할 수 있다는 믿음 및 행동이 여성혐오의 일종이라면 이원젠더에 따라 분리된 화장실은 여성혐오르 유지하고 재생산하며, 어떤 의미에서 이런 화장실 자체가 여성혐오일 수 있다.
개별화장실 혹은 젠더 중립 화장실이 최선의 대안 혹은 유일한 대안이란 말은 아니다. 사실 화장실은 더욱 복잡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일상에서 젠더를 규제하는 장치를 더욱 복잡하게 살피고 질문해야 한다. 아울러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고인을 애도하는 행위, 애도의 일환으로 말하는 대책이나 정책이 이원 젠더 규범을 강화하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 성폭력 혹은 여성혐오가 기존의 성역할 규범, 이원 젠더 규범에 공모하고 재생산하는 행위란 점에서 이에 공모하는 방식의 정책은 무엇도 ‘해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 체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