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락 자원활동가를 구한다면…

이미 한 번 적었지만 퀴어락은 자원활동가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구조다. 하지만 자원활동가에게 뭔가를 해주기가 어렵거니와(오셔봐야 자료 읽고 저랑 이야기 나누는 게 전부) 자원활동 자체에 열정노동, 무임노동 착취란 성격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이런 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성격이 있는데 자원활동가가 많을 수록 공동체 아카이브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퀴어락이 특정 누군가의 작업이 아니라 퀴어 자료를 생산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아카이브니까 중요한 작업이다.
올해는 두 분이 자원활동으로 아카이브를 함께 구축해주셨는데 두 분이 해주신 일은 모두 퀴어락의 숙원 사업이었다. 덕분에 퀴어락은 기록물을 더 잘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두 분의 이름은 퀴어락이 존재하는 한 계속 존재하겠지.
말이 길었는데… ;ㅅ;
내년부터는 자원활동가를 적극 받을 예정이다. 실제 얼마나 자원해주실지 가늠할 수 없지만 상시로 받을까 고민하고 있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작업이지만 퀴어락 입장에선 무척 중요한 일을 부탁드릴까 고민이다.
아울러 12월 초에 퀴어락은 비온뒤무지개재단,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별의별상담연구소,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등과 함께 홍대 부근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다. 그래서 12월 한 달은 사실상 방문자 받기가 좀 어려울 듯하다. 이사 전에는 이삿짐을 싸야 하고 이사하고 나면 다시 정리해야 하니까. 그런데 이때도 일손이 많이 필요할 수 있어 자원활동해주실 분을 찾을까 고민하고 있다.
아직은 고민이지만 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러니 그 전에.. 관심 있는 분이 계실까나… ;ㅅ;

LGBT/퀴어 관련 어지간한 아이디어는…

LGBT/퀴어 인권 운동이 20년이 넘었다. 그 동안 많은 사람이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말을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활동을 했다. 무슨 말이냐면 어지간한 아이디어는 이미 누군가가 이미 말했거나 단편적으로나마 글로 썼거나 강의 때 말한 것이다. 이제 어지간한 아이디어는 ‘마치 내가 처음인 것처럼 분연히 일어나’ 말할 의제가 아니란 뜻이다. 새롭게 할 일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기존의 작업이나 아이디어와 역사적으로 연결하면서 어떻게 그것을 제대로 구축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많은 사람이 짧게 혹은 조금은 길게 여러 아이디어를 만들었지만 ‘마치 내가 처음인 것처럼’ 느낄 정도로 뭔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거나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그걸 제대로 구축하고 논의를 만들면 된다. 기존에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처럼 말하는 것만큼 화나는 일이 없다. 과거 자료를 찾아보면 이미 짧게라도 고민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발족을 축하하며

오늘 있은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의 발족식에 다녀왔다. 2013년부터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3년째인 오늘 단체로 발족했다. 기분이 묘했다. 조각보 프로젝트를 2년간 같이 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가 사라지고 나서 새로운 단체가 등장했기 때문만도 아닐 것이다. 물론 지렁이 해소가 준 복잡한 몸이 있기 때문에 무관하진 않겠지만.

발족식 후반에 참가자의 말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 어쩐지 분위기에 맞지 않는 듯해서 관뒀다. 오래 지속되면 좋겠다, 1000년을 지속하면 좋겠다와 같은 긍정적 언어가 주를 이루는 분위기, 힘들어도 지나고 나면 괜찮다고 말하는 분위기에선 어려운 이야기였다. 다름 아니라 ‘활동을 하다가 너무 힘들고 지치면 주변의 기대와 상관없이 과감하게 해산하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말은 못 했지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활동가 개개인이 피폐해지는 방식으로, 단체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 상황을 그냥 유지하지 말고 그땐 과감하게 해산하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렁이가 과감하게 해산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더 멋진 조각보란 단체가 생길 수 있었다. 새롭고 더 멋진 활동가가 새롭게 등장할 수 있었다. 이런 식의 기술이 매우 문제가 많음을 알지만 지금의 나는 이런 식으로 말하고 싶다. 그러니까 단체 운영과 지속 자체로 힘들고 괴로울 때 무리해서 단체를 지속하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때 오늘 모인 사람들이 다시 한 번 그동안 수고했다고 위로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당연히 그럴 분들인 걸 알지만. 🙂
아무려나 정말 조각보 발족을 축하해요. 발족 준비하느라 고생한 활동가 개개인 모두 고생하셨고요. 그 동안 조각보 프로젝트에 참여한 분들도요!
물론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 축하라는 말이 적당한지 계속 고민이지만, 아무려나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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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자기]라는 조각보 활동가의 문집이 나왔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조각보에 문의를 하시거나 퀴어락에 방문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