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나는 어떤 행사에 참여했거나 구경하면, 내가 무얼 했는지를 굳이 여기에 자랑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잘 안 적었다. 무엇보다 취향 자랑처럼 읽힐까봐 두려워서 반년만 지나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거나 암시하는 형태로만 적었다. 그런데 작년인가 퀴어연극 관련 공부를 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에, 이 블로그가 생각보다 얼마간의 쓸모가 있는 아카이브였다는 걸 배웠다(이걸 알려주셔서 감사했고, 그러다보니 여기저기서 그분들을 뵈면 괜히 반갑다). 나도 잊고 있던, 소규모 형태로 열렸던 연극 기록이 여기에 적혀 있었고 그것이 그 연극과 관련해서 남겨진 거의 유일한 기록이었다.
그 연극이 열렸던 시절에는 여기저기에 기록이 많이 남아 있었다. 어쩌면 이곳이 가장 부실한 형태로 기록을 남긴 곳이었다. 그런데 10년 정도가 지나면서 그 모든 기록이 웹에서 소실되었다. 트위터(현, X) 기록은 대부분 사라졌거나 찾는 것이 불가능하고 많은 홈페이지와 블로그는 없어졌다. 그리하여 근 20년 동안 운영 중인 이곳은 예기치 않게 나의 개인사 아카이브이기도 하지만, 내가 다닌 퀴어 행사의 아카이브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구경갔거나 참가했던 행사를, 어떤 식으로든 제대로 기록해둬야겠다 싶었다. SNS로그라는 이상한 제목의 일기 같은 메모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뭐라도 남겨두면, 나중에 흔적이 되겠지.
이러나저러나 20년(지금 이곳의 초기 판본은 엠파스여서… 엠파스 아시는 분?… 그 이전의 판본은 언니네 자기만의방이었는데… 언니네 자방 기억하시는 분?)을 폭파시키지 않고 유지하길 잘 했네. 비공개로 돌린 글은 많아도 지운 글은 없으니 다행이기는 하다. (이러고 폭파시킨다거나? ㅋ)
+나는 공부노동자라면, 다양한 형태/종류의 창작자라먼 블로그를 운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네이버블로그 말고 설치형 블로그로. 누구에게도 제약 받지 않고 글을 남기고 기록을 남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스템이 블로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