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적선호/성적지향 관련 잡담

몇 사람이 직접 묻기도 했다. 트랜스젠더라면서 왜 레즈비언이라고 설명하느냐고. 여성이 아니라, mtf/트랜스여성이 아니라면서 왜 레즈비언으로 스스로를 설명하느냐고. 무슨 의미냐고 궁금해했다. 나는 설명하려고 했지만 분명하게 그 의미를 전달하기 어려웠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나를 비이성애자로 설명하기위해 레즈비언이란 단어를 선택했다. 돌이켜보면 레즈비언이 아니라 바이나 이성애자로 설명해도 무방했다.
이성애자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나의 이성애와 통용되는 이성애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컸다. 통용할 수 없는 간극이라고 느꼈다. 보통의 이성애는 여성과 남성의 연애를 지칭한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나를 이성애자라고 설명한다면 그 말은 나를 결국 여성으로, 나의 성적선호는 남성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나는 이성애의 이성이 나와 다른 젠더를 지칭하는 단어로 바꾸고 싶었다. 그리고 누구도 나와 같은 젠더일 수 없다. 동시에 누구와도 나는 같은 젠더일 수 있다. 이것을 표현하기가 애매했다. 그래서 레즈비언이란 범주를 선택했다.
바이섹슈얼이라고 해도 괜찮았다. 미국 바이섹슈얼 단체 바이섹슈얼리소스센터는 양성애를 나와 같다고 여기는 젠더 및 나와 다르다고 여기는 젠더를 향한 비/성적, 비/낭만적 끌림이라고 했다(‘비’는 나의 교정이다). 그렇다면 나는 바이섹슈얼에 더 가깝다. 물론 사람의 범주와 삶은 정체성 정의에 부합하며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과 무관하게 실천되고 체화된다.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반드시 레즈비언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나는 이성애자기도 하며 바이섹슈얼이고 무성애자기도 하며 그 무엇도 아니기도 하다. 그냥 그런 거다.

간판, 혹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으로 판단하기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인지 후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대충 그 시기라고 기억한다. 그 어느 즈음 어머니와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창밖을 보며 이것저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글자가 보이면 속으로 그것을 따라 읽고 했다. 속으로 따라 읽었다고 기억하는 이유는 소리를 냈다면 그 다음 기억이 없었을 테니까. 어느 한 글자에서 자꾸만 망설였다. 저 글자를 이렇게 발음해도 괜찮을걸까. 저 글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내게 익숙한, 무려 그 꼬마일 때 내게 익숙한 단어가 아니었고 그래서 매우 쉬운 단어였음에도 읽을 수가 없었다. 정말 쉬운 자모 조합이었는데도 내게 낯설었기에 읽기를 망설였다. 며칠 지나 그 단어를 그림으로 기억한 나는 종이에 단어를 그렸고 어머니께 어떻게 발음하느냐고 물었다. 그것은 “간판”이란 단어였다. 정말 간단한 자모음 조합임에도 나는 읽기를 망설였다. 그냥 자신감 있게 읽어도 되는데 그러지 못 했다.
학부에서 어느 수업(수학 수업은 아니었다) 중간고사 때였다. 문젤 풀고 있었는데 결과에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모든 구간에서 일정한 일차함수가 그래프가 그려지길 예상했는데 풀이 결과는 특정 구간에서 함수 값이 바뀌는, 꺾인 그래프였다. 수업 시간엔 늘 구간에 상관없는 직선 그래프만 배웠기에 당황했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 결국 나는 그 문제의 답을 적지 못 했다. 결과는 내가 푼 결과가 맞았다. 나는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믿음으로 내가 직접 도출한 결과를 불신하고 기각했다.
나는 늘 이런 삶을 사는데 내가 내린 어떤 논의나 논리적 인과를 두려워하고 불신할 때가 있다. 그럴리가 없어… 혹은 내가 가진 선입견으로 어떤 사실을 인정하길 두려워하는 몸 상태. 자주 그런다. 이렇게 논리를 조직해도 괜찮은가… 다른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내가 가진 선입견으로 진부하고 엉뚱한 논의를 도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매 순간 이런 불안이 내 글을, 그리하여 나를 엄습한다.

무지개책갈피, 2015퀴어문청파티

한국퀴어문학종합플랫폼 무지개책갈피와 서강퀴어자치연대 춤추는Q가 공동 주최하는 퀴어 문청 파티가 있다고 합니다. 퀴어 문학에 관심이 많으신 분은 참여해보시기fmf!
무지개책갈피는 어쩐지 퀴어락과 매우 친밀하거나 긴밀한 단체 같다는 소리를 덧붙이면서..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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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퀴어문학종합플랫폼 무지개책갈피 + 서강퀴어자치연대 춤추는Q 주최
 
 
퀴어 문(학)청(년) 파티
 
 
책모임에서 매번 커밍아웃 때문에 고민하나요?
등단을 준비하면서 걱정 많고 외롭지는 않나요?
아니면 그냥, 책 이야기가 하고 싶어지진 않나요?
 
 
문학을 사랑하는 퀴어한 여러분을 퀴어문청파티에 초대합니다.
편하게 식사, 음료를 함께하며 토론도 하고 게임도 즐겨보아요!
 
 
일시: 2015년 11월 7일(토) 오후 2시
장소: 서강대 (자세한 장소는 추후 공지)
참가비: 5,000원 (현장참가 7,000원)
※ 음료와 피자(or베지테리언 식사)가 제공됩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국민은행 823701-04-291039 (무지개책갈피) 로 참가비 5,000원을 입금하신 후
http://goo.gl/forms/5iX4vIwZky 에서 신청서를 작성해 주세요.
입금확인 후 순차적으로 확인 문자를 발송해 드립니다.
 
 
가을이 저물기 전, 11월에 만나요 😀
 
 
문의: 트위터 @rainbowbookm 이메일 rainbowbookmark@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