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로 읽는 [웰컴 투 동막골]

어제 [웰컴 투 동막골]을 접했다. 영화에 대한 흥미보단, 민족주의와 관련한 텍스트로의 흥미 때문이었다. “웰컴 투 동막골”을 “웰컴 투 김일성”이란 식으로 해석한 기사가 있단 얘길 접하고 나중에 접해야지 했다. (이런 측면에서, [공동경비구역 JSA]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 영화를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텐데, 일테면 이랑 친구, Mars는 여일(강혜정 분)의 몸을 영토화하고 부정적인 의미에서 공간화한, 여일의 몸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해석했다. 동감.

루인이 이 텍스트를 느끼다 충격 받은 부분은, 감자밭에서 먹을 것을 찾는 멧돼지를 잡고 난 다음 장면들이다. 멧돼지를 잡은 다음, 동막골 원주민들은 멧돼지를 먹지 않고 그냥 땅에 묻었다. 하지만, 6명의 군인들은 왜 멧돼지를 잡아먹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리며 밤에 몰래 멧돼지를 잡아먹는다. 생명을 죽이고 음식화하여 고기로 뜯어 먹는 장면도 견디기 힘들지만, 이 육식을 통해 ‘남성’연대를 다지는 장면은 정말 흥미로웠다. 그 전까지 어색하고 서로를 향한 경계심을 품고 있던 6명은 이 육식을 통해 어색함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남성’연대를 다지는데, 육식이 ‘남성’다움/’남성’연대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관련해서, 이 장면을 통해 동막골 사람들은 육식을 하지 않는 채식주의자라고 알려준다. 감독이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채식을 하면 성격이 선해진다, 덜 폭력적으로 변한다, 순해진다, 하는 편견들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채식을 하면 성격이 선해진다고? 그럴 리가. 채식을 해서 성격이 순해지고 착해진다면 루인의 이 악랄한 성격은 어떻게 설명하란 말이냐. 뭐, 채식을 통해 그나마 이 정도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_-;;;

양심적 병역 거부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한 기사들을 읽으며 고개를 주억거렸어. 중앙일보는 “할 일 안 하고 안 할 일 손대는 인권위”라는 사설도 실었더라. 하지만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기사는 “누가 아들을 군대 보내려 하겠나”라는 제목의 세계일보 기사. 제목부터 너무 많은 얘기를 하고 있잖아.

사진으로 해병대 출신의 아저씨가 나오는데, 해병대 출신의 아저씨도 아는 거지. 군대란 곳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그래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란 걸.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군대를, 양심적 병역 거부가 인정되는 순간, “모두”가 군대에 가지 않을 거란 걱정을 어떻게 하겠어. 겉으로는 자랑하지만 실은 자기도 가고 싶지 않았을 테고, “내가 갔는데 네가 안가”하는 심보는 아닌가 싶기도 해.

이 만큼이나 가기 싫은 곳이라고 항변하는 모습을 접하며, 군대가 ‘남성’ 성인식/통과의례로서 얼마나 강하게 작동하는지를 느껴. 군대를 통해 어른이 된다고 말하는 문화 속에서 (이런 문화가 군대에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을 “어린이” 취급 하지) 예비역 병장이란 ‘계급’은 당연하다는 듯 권력과 명예를 가지잖아. 군대나 군사주의 문화와 관련해서 약간의 비판만 나와도 군대에 갔다 오지 않았으면 입 다물고 있어라 거나, 의무는 행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지 말고 군대나 가라는 말들. 이런 말들이 왠지 수긍되는 분위기. 경력과는 무관하게 예비역 병장들이 알바 같은 곳에서 팀장을 한다거나, “역시 군대에 갔다 오니 다르네” 라는 말들. 심지어 군 입대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거나 (지금은 없지만) 군가산점 얘기도 여전히 나오고 있잖아. 근데 도대체 왜 군대 경험에 대한 “보상”을, 법적으로 가야함에도 권력과 부를 통해 가지 않는 사람이나 군 제도를 만든 기관에 청구하지 않고 애시 당초 군 제도에 배제되어 있는 사람에게 하는 거야?

혹은 그렇게 가기 싫은 곳이면 폭력을 세습하지 말고 북한과 협상해서 통일하는 게 더 ‘현명’한 거 아냐? 군대가 없어지면 안 되는 이유가 분단국가라고 하니, 그 비용으로 통일하고 통일’비용’으로 전용하면 안 되려나. 그리고 결과적으론 군대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이 더 좋은 거 아냐.

결국,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면 군대에 가지 않을 거란 얘기와 군대를 갔다 오면 어른이 된다며 예비역 병장들이 가지는 자부심(혹은 열등감? “피해의식”?)은 같은 내용인거야. 그 만큼 가기 싫고 폭력적인 곳을 갔다 왔으니 그에 따른 보상을 해야 하고 자부심을 가질 만 하다는 거.

바보 같아서, 너무 바보 같아서

너무 좋아하면 가라 앉는다는 말을 떠올린다.

어제, 말을 건넸다가 얼른 발뺌했다. 그 전엔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했다. 알고 있다. 좋은 느낌을 주고 싶을수록, 아무 말도 못하거나 말을 한다 해도 바보 같은 말만 한다는 걸. 뭔가, 인상을 주고 싶을수록 이상한 말만 늘어놓거나 나쁜 인상만 남긴다는 걸.

몸 상해서, 그 사람에게 바보처럼 남았을 거라는 불안에 몸이 너무 무거워서, 잠들기 전까지 몸을 태웠다. 메일을 보내려고 안달했지만, 괜히 보내는 것 같고 답장을 받을 때까지의 불안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보내지 않았다. 인터넷과 접해있는 내내, 수신확인을 수시로 확인할 것이고 답장을 받기 전까지 뭔가 잘 못 썼거나 더 바보 같은 글을 쓴 건 아닌가 하고 안절부절 못할 걸 알기 때문이다. 확인 못하고 잠든다면, 제대로 잠들지도 못하지만, 그 불안에 잠에서 깨자마자 나스타샤를 켜고 확인할 것이다. 이 불안이, 안절부절 못하면서 아무 것도 못하는 것이, 메일 하나로 며칠씩 후회와 퇴고를 되풀이 하는 것이 힘겨워서 결국 보내지 않았다. 뭐, 보내지 않으면 또 보내지 않았기에 후회와 퇴고를 되풀이 하지만.

이런 루인을 느끼며, 그 사람에게 너무 몰입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결국 빠진 상태인건 아닐까, 했다. 거리를 둘 필요가 생긴 걸까. 거리를 둬야할 필요성이 몸에 떠오르지만 그러고 싶지 않은 욕망 또한 강하다.

아, 하지만, 너무 바보 같은 인상을 남겼을 거란 불안에 다시는 닿고 싶지 않을 지경이다. 아, 정말 왜 그랬을까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