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와 별자리

어제 밤, 한 블로그를 통해 MBTI를 검사할 수 있는 사이트를 발견했다(검사는 여기). 실제 MBTI 검사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돈 주고 이렇게 간단하겐 하지 않을 것 같으니 약식인 것 같다. E-I, S-N은 별 갈등 없이 지나갔지만, T-F, J-P는 꽤나 갈등했다. 이성과 감정은 구분할 수 없다는 루인의 입장에서 T-F의 구분은 어려웠다. J-P는 상황에 따라 다른 경우가 많아 가장 하기 힘들었다. 어제 밤에 하고 오늘 다시 몇 번 했는데, J-P의 비율이 할 때 마다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결과는 일관적으로 나왔다.

우선적으로 MBTI 결과를 (신뢰할 수 있든 아니든) 알아서 좋아하는 이유는(비공개로 3개의 글을 썼다) 그간 이를 몰랐다는 사실에 얼마간의 소외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놀다보면 종종 어떤 글에서 자신의 MBTI는 뭐라고 말하는 글을 접하는데, 루인은 모른다는 이 ‘사소한’ 사실에 소외감을 느끼다니. 루인의 소심함이 드러나는 순간이랄까. 큭큭.

서핑을 하며 찾은 곳에서 결과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점은 별자리로 읽는 성격과 많이 닮았구나, 였다. 12가지로 읽는 별자리 말고 48가지로 읽는 별자리(궁금한 분은 여기). 여기에 태양의 별자리 뿐 아니라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의 별자리까지 총 6개(원래는 총 10개: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을 다 하지만 토성부터는 알 수가 없어서)를 통해 조합하는 성격이 MBTI와 비슷하다.

그것은 호기심과 언어 때문이다. MBTI도 별자리도 루인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풍부한 호기심과 사적인 언어를 직조하는 능력으로 나온다. (마찬가지의 공통점으로 일을 잔뜩 벌이고선 마무리를 못한다는 점이랄까.)

풍부한 호기심은 한때 거의 모든 영역이 루인의 흥미영역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도서관 10진 분류표로 모든 분류의 책을 가지고 있거나 읽었으니까-_-;; 역설적으로 그만큼 앎이 얇다는 뜻이다. 쿠헹. 낯선 곳엘 가면 아무도 흥미를 안 가지는 그런 곳/것에 혼자 흥미를 가지고 놀고 있기도 한다. 어릴 땐, 두부를 콕콕 찔러서 결국 팔 수 없게 된 두부를 집에서 다 사야 했다던가, 조개나 홍합에게 장난치다가 물려서 동네 떠나가라 울었다던가 하는 (루인은 기억하지 못하는) 일화들이 있다.

언어도 그렇다. 사적인 언어 혹은 언어의 직조는 [Run To 루인]에서도 잘 나타나는 편이다(라고 루인은 착각 한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식의 의미를 부여해서 쓴다든가 루인만 알 법한 ‘이상’한 언어를 만들어 쓴다던가. 몸언어로 쓸 수 있다면 그에 따른 고통은 쾌락이라고 느끼니까. 일전에 수업 시간에 페미니즘 ‘전위’ 예술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본 후, 감상으로 발랄하다고 말했다가, 수업 분위기가 싸~해졌던 기억이 있다. 루인은 발랄하다를 몸을 자극하는 흥미로움이 있다, 쾌감을 유발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는데, 그 수업을 들은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했다.

이런 키워드 말고도 많은 설명들이 닮아 있었다. 내밀한 편이다, 집(루인에겐 玄牝)에 머물며 지내길 좋아한다, 분위기에 예민하다, 모든 상황을 감각하기에 자기 일처럼 상처받는다, 자뻑기질이 있다, 등등.

재밌다. 이런 걸 좋아하니까. 헤헤.

[#M_ +.. | -.. |과연 루인의 MBTI와 별자리는 뭘까~요? 흐흐흐._M#]

몇 가지 흔적들(가스비/길치/채식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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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도시가스지로영수증이 왔다. 거의 충격적이라 금액을 접하는 순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단가가 올랐나? 지난 달 영수증이 없는 관계로(통장으로 이체하니 남겨둘 필요가 없다;;) 알 수가 없다.

그나저나 이 비용을 어떻게 감당한단 말이냐. 보일러도 밤에 잠깐 틀고 온도도 대충 20~21도 정도에 맞추고 사는데ㅠ_ㅠ 어쩌라고. (오랜만에 음악CD를 살까 했더니,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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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도 루인의 주변엔 길치가 많다. 루인이 아는 사람 중 길치가 아닌 사람은 두 명 뿐이다. 루인은 길치에 방향치이기도 한데, 오른쪽이란 말을 들으면 두 손을 들고 오른손을 확인한 다음에야 그 방향을 알아차린다. 때론 “오른쪽” 하고 중얼거리면서 왼손을 들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지도를 그리거나 누군가에게 길을 설명할 경우엔 상당한 어려움을 느끼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안절부절못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로 심하냐면, 한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서 “세상에 나 보다 더 길치인 사람은 처음 봤다”는 얘기를 듣는데 그 말을 듣는 바로 그 친구가 루인에게 그와 같은 말로 농담을 했다. 뭐, 그렇다고 불편한 건 아니다. 그 자체가 생활이니까. 그러니 길치란 말 자체에 문제가 있다. 길을 찾는 방법, 방향을 인식하는 방법이 지금의 사회가 합의하는 방식과 다를 뿐이다(라고 언제나 그렇듯 우긴다, 크크).

길치나 방향치가 수학에서 기하학을 못하는 것과 관련 있다는 얘길 듣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루인은 기하학을 좋아했다. 입체 도형을 다른 방향에서의 모습으로 그려놓고 같은 도형 찾기 같은 문제는 항상 다 맞췄다. 그럼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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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 페미니즘을 위한 첫 모임 약속을 잡았다. 즐겁다.

말대꾸하기

루인의 몸에 남아 있는 지난 시절의 흔적들 중 가장 오래된 지점에서부터, 욕을 먹고 혼이 난 이유 중 하나는, “표정관리”를 못해서이다. 어른이거나 루인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루인에게 무슨 말을 할 때, 기분이 나쁘면 그 나쁜 감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서 한 마디 듣고 끝날 일을 열 마디를 듣고도 더 듣는 상황으로 만들곤 했다. 학교 선생이든 이성애혈연가족이든 친척 어른들이든 상관없이 기분 나쁘면 얼굴에 기분 나쁘다는 표가 그대로 드러났다. 얼굴 표정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당신의 그런 말 기분 나빠”, 라는 ‘아우라’를 발산한다. 심할 경우, 욕만 먹고 끝날 상황을 손찌검을 당하거나 체벌의 상황으로까지 가기도 했다. 상황이 이 정도가 되면 어느 정도 “표정관리”를 해서 욕을 덜 먹는 방향으로 갈 법 한데 지금도 여전하다. 때론 나름대로 “관리”를 한다고 하는데, 표정은 굳어있고 몸에선 “사악한” 기운이 넘쳐서 상대방이 알아차리니 결국 마찬가지다.

그전까지는 몰랐다가 이랑들과 만나고서야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비단 기분 나쁜 상황 뿐 아니라 좋은 상황, 놀라는 상황 등 그 상황에 따른 감정이 얼굴 표정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목소리를 통해서도 그런 감정이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한다. (정작 루인은 그런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좋은 점인 듯 하다.)

지금은 덜한 편이지만, 한땐 말대꾸가 심해서 욕을 먹기도 했다. 이건 나름 협상을 통해, 요즘은 거의 안 하는 편인데, 사실 협상이라기보다는, 말을 해도 안 해도 욕을 먹었기 때문에 나타난 반응이다. (일종의 트라우마이기도 하다.)

“표정관리”하지 않고 기분 나쁘면 기분 나쁘다는 감정을 얼굴/몸으로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 역시, 말대꾸의 한 방식이라 몸앓는다. 어차피 말해봤자 소용없음을 알 때, 소리가 아닌 몸의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이니까. “대드”는 것 역시 말대꾸의 또 다른 표현 방식이라고 몸앓는다.

지난여름, 벨 훅스bell hooks의 [Talking Back]을 읽으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는 제목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였다. 영어 문법도 제대로 모르고 한 페이지에 사전에서 찾는 단어가 15개를 넘나드는 ‘실력’에, (자랑스럽게도-_-;;) 여전히 토익과 토플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오죽하랴만, 대충 감을 잡았으면서도 그렇게 번역하기를 꺼렸다. “말대꾸”라니. 페미니즘 책의 제목을 “말대꾸”로 번역한다는 것이 왠지 안 어울린다는 편견(편견의 견見 역시 “보다”는 의미를 지닌다)으로 인해 뭔가 더 그럴듯한 것이 없나, 했다. (“그럴듯한” 제목은 뭘까?)

말대꾸. 이 말을 책 제목으로 삼기를 꺼린 이유는, 말대꾸가 지니는 의미를 몸앓지 않은 체, 말대꾸는 나쁜 것이라는 “어른”들의 말이 몸에 강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역설적인 상황이라니. “어른”들이 말대꾸를 싫어한다는 건, 말대꾸가 그들에게 불편하다는 의미인데, 말대꾸는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말대꾸는, 선생과 학생, 어른과 아이처럼 권력의 위계질서가 너무도 강력한 상황에서 그 권위를 무시하고(인정하지 않고) 권력에 도전하며 목소리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대드”는 것 역시 그 표현 자체에 나이 혹은 권위 등에 의한 권력에 대항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론 “어른”들에게서 욕먹기 딱 좋고 심지어 “저래서 사회생활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란 소리를 몸에 달고 살게 되지만 그런들 어떠랴. 툭툭 던지는 말대꾸가 상당히 유쾌한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