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사람이 직접 묻기도 했다. 트랜스젠더라면서 왜 레즈비언이라고 설명하느냐고. 여성이 아니라, mtf/트랜스여성이 아니라면서 왜 레즈비언으로 스스로를 설명하느냐고. 무슨 의미냐고 궁금해했다. 나는 설명하려고 했지만 분명하게 그 의미를 전달하기 어려웠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나를 비이성애자로 설명하기위해 레즈비언이란 단어를 선택했다. 돌이켜보면 레즈비언이 아니라 바이나 이성애자로 설명해도 무방했다.
이성애자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나의 이성애와 통용되는 이성애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컸다. 통용할 수 없는 간극이라고 느꼈다. 보통의 이성애는 여성과 남성의 연애를 지칭한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나를 이성애자라고 설명한다면 그 말은 나를 결국 여성으로, 나의 성적선호는 남성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나는 이성애의 이성이 나와 다른 젠더를 지칭하는 단어로 바꾸고 싶었다. 그리고 누구도 나와 같은 젠더일 수 없다. 동시에 누구와도 나는 같은 젠더일 수 있다. 이것을 표현하기가 애매했다. 그래서 레즈비언이란 범주를 선택했다.
바이섹슈얼이라고 해도 괜찮았다. 미국 바이섹슈얼 단체 바이섹슈얼리소스센터는 양성애를 나와 같다고 여기는 젠더 및 나와 다르다고 여기는 젠더를 향한 비/성적, 비/낭만적 끌림이라고 했다(‘비’는 나의 교정이다). 그렇다면 나는 바이섹슈얼에 더 가깝다. 물론 사람의 범주와 삶은 정체성 정의에 부합하며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과 무관하게 실천되고 체화된다.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반드시 레즈비언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나는 이성애자기도 하며 바이섹슈얼이고 무성애자기도 하며 그 무엇도 아니기도 하다. 그냥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