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와 성도착을 비교하는 논문

동성애와 성도착을 비교하는 논문을 읽었다. 동성애는 성도착인가 아닌가를 탐문하는 내용이었다. 기대했지만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방법론이라 실망스러웠다. 기존 문헌을 메타분석하는 사회학 논문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동성애가 성도착과 유사한가 다른가를 분석하기 위해 젠더간 발생률을 조사한다. 기존 조사 자료에 따르면 남성 중 남성 동성애자와 여성 중 여성 동성애자의 발생 비율은 2:1이라고 한다. 즉 남성 100명 중 동성애자가 6명으로 나타난다면 여성은 3명으로 나타난다는 뜻. 그런데 성도착의 경우 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압도적으로 남성에게 나타난다고 한다. 논문에 따르면, 동성애의 남녀 발생 비율과 성도착의 남녀 발생 비율이 다르니 동성애를 성도착으로 볼 수는 없다는 1차 결론을 내린다.
이런 논리 자체가 경이롭지만 뭐 이건 일단 통과.
그런데 여기서 결론을 끝내지 않는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남성 동성애자와 여성 동성애자가 발생하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남성 동성애자와 여성 동성애자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 따라서 여성 동성애는 성도착이 아니지만 남성 동성애는 성도착일 수 있다는 또 다른 결론을 추가한다.
오오, 신박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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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논쟁으론 남성 동성애의 경우 주로 둘째나 더 아래로, 위에 형이 있을 때 발생하는 빈도가 있는 반면 성도착은 이런 경향성이 없다고 한다. 고로 동성애와 성도착은 같지 않다고 논한다.
뭐 이런 논의를 반복하는 논문이다. 유명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기도 하다.
궁금할까봐 미리 말하면 2012년에 출판된 논문이다.

기억력이 나빠져도..

듣는 사람은 그냥 가볍게 듣겠지만 나로선 좀 심각한 고민 중 하나가 기억력이다. 갈 수록 기억력이 약해지고 대명사 중심으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예전엔 손쉽게 기억하던 것이 기억나지 않고 한참을 헤맨다. 바로 직전에 기억하고 말하려는 순간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한다. 비염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잔 효과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나이가 들어서 생긴 현상이기도 할 것이다. 무슨 이유건 기억력이 예전과 같지 않아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냥 ‘기억이 안 나네?’ 정도가 아니라 ‘이래서 괜찮을까?’ 수준이다
하지만 오늘 도서관에 다녀오다가 문득, ‘그래 기억력이 좀 나빠지면 어때’라고 중얼거렸다. 기억력이 나쁘다면 이제 사고라는 것, 생각이라는 것을 배우고 그것을 하려고 애쓰면 되지 않겠는가. 그래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려나 그런 걸 배워볼 필요는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내가 느끼는 걸 어떻게든 밀어붙이고 싶다. 느낌으로 글을 써왔듯 그렇게.
아무려나 기억력이 나빠져도 괜찮아. 뭐, 어떻게 되겠지.

부담스럽지만 즐거운 시간

그 사람이 퀴어건 아니건 상관없이 절대 다수가 어떤 퀴어 행위를 범죄거나 그에 준하는 문제라고 인식할 때, 해당 이슈를 적극 사유하는 글을 쓰기란 참 부담스럽다. 해당 이슈를 적극 사유할 뿐만 아니라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글을 쓰기란 더 부담스럽다. 가벼운 예를 들면, 퀴어 범죄자 이슈, 퀴어와 정신병 이슈 같은 게 그렇다. 물론 이 이슈는 그나마 가벼운 축에 속한다. 아직은 말 할 수 없는, 12월 즈음에나 공개할 수 있는 이슈는 정말 말하기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부담을 갖느냐면 딱히 그렇지는 않다. 부담스러워하진 않지만 어떤 형태로건 곤란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 정치인에게 ‘국민 대통합’은 왜 그렇게 자주 인용되는 구절일까? 그리고 이 수사는 왜 적잖은 사람을 유혹할까? 정말 끔찍한 논의인데 왜 이런 수사가 여전히 의미 있는 가치로 통용될까? 슬퍼야 할 이유가 없지만 슬픈 건, 이런 분위기가 LGBT/퀴어 커뮤니티 혹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종종 통용된다는 점이다. 동성결혼 이슈에서 비판적 목소리를 적대하는 분위기와 같은 방식으로. 혹은 어떤 이슈에 확 몰려가는 어떤 분위기처럼.
아무려나 즐거우면서 부담스러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