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보리, 그리고 초유

나름 큰 결심을 하고 바람과 보리에게 줄 초유를 구매했다. 초유가 면역력 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또한 한 가지 사료만 장기 복용하고 있어서 뭔가 보충하거나 변화를 주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물론 채식쇼핑몰에서 두어 종류의 비건사료를 팔고 있지만 바람이 먹는 건 딱 한 종류 뿐이라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초유를 선택했다. 얼추 일주일이 지났다.
첫 날은 조심스러웠다. 먹을지 안 먹을지 몰랐으니까. 바람에게 먼저 줬는데 바람이 잘 먹었다. 보리도 잘 먹었다. 보리는 별로 걱정을 안 했는데 내 반찬인 브로콜리도 먹고 다른 것도 몇 번 먹은 적이 있듯 식성이 좋은 편이다. 다음날도 잘 먹었다. 그렇게 문제가 없었다.
얼추 닷새 정도 지났을까. 내가 초유를 주려고 하고 바람이 간식 먹는 자리에 가서 기다렸다. 그리고 초유 냄새를 킁킁 맡더니 먹기를 거부했다. 응? 예전부터 이런 경우가 있어서(잘 먹던 간식을 거부하기) 그냥 그날은 넘어가기로 했다. 대신 보리에게 줬고 와구와구 잘 먹었다.
그 다음날도 바람은 먹기를 거부했다. 그 사이 보리는 초유를 자기에게 달라고 엥엥거렸다. 그런데 정작 보리에게 초유를 주자 보리 역시 먹기를 거부했다. 왜에?????????????????? 매우 당황했다. 남은 초유를 폐기할까 중고로 넘길까 고민하다가 밥에 섞어 주기로 했다.
다음 날 밥에 섞어줬다. 어김없이 보리가 와구와구 먹었다. (초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언제나 밥을 새로 주면, 보리가 가장 먼저 와서 와구와구 먹는다.) 그래서 이제 먹는가보다 했다. 20분이나 지났을까? 보리가 불안하게 울었다. 한쪽 구석에 앉아 불안하게 울더니 얼마 지나서 토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 먹은 걸 고스란히 다 토하고 위액도 같이 토했다. 무척 놀랐다.
알고 보니 초유를 먹으면 토하는 고양이가 있다고 한다. 아님 둘 다 오랫 동안 채식을 해서 초유 같은 제품에 적응을 못 하는 것일까? 아무려나 초유를 먹이는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허어… 뭔가 보충제를 먹이고 싶은데 뭘 먹이지… 허어…

동성애와 성도착을 비교하는 논문

동성애와 성도착을 비교하는 논문을 읽었다. 동성애는 성도착인가 아닌가를 탐문하는 내용이었다. 기대했지만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방법론이라 실망스러웠다. 기존 문헌을 메타분석하는 사회학 논문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동성애가 성도착과 유사한가 다른가를 분석하기 위해 젠더간 발생률을 조사한다. 기존 조사 자료에 따르면 남성 중 남성 동성애자와 여성 중 여성 동성애자의 발생 비율은 2:1이라고 한다. 즉 남성 100명 중 동성애자가 6명으로 나타난다면 여성은 3명으로 나타난다는 뜻. 그런데 성도착의 경우 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압도적으로 남성에게 나타난다고 한다. 논문에 따르면, 동성애의 남녀 발생 비율과 성도착의 남녀 발생 비율이 다르니 동성애를 성도착으로 볼 수는 없다는 1차 결론을 내린다.
이런 논리 자체가 경이롭지만 뭐 이건 일단 통과.
그런데 여기서 결론을 끝내지 않는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남성 동성애자와 여성 동성애자가 발생하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남성 동성애자와 여성 동성애자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 따라서 여성 동성애는 성도착이 아니지만 남성 동성애는 성도착일 수 있다는 또 다른 결론을 추가한다.
오오, 신박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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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논쟁으론 남성 동성애의 경우 주로 둘째나 더 아래로, 위에 형이 있을 때 발생하는 빈도가 있는 반면 성도착은 이런 경향성이 없다고 한다. 고로 동성애와 성도착은 같지 않다고 논한다.
뭐 이런 논의를 반복하는 논문이다. 유명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기도 하다.
궁금할까봐 미리 말하면 2012년에 출판된 논문이다.

기억력이 나빠져도..

듣는 사람은 그냥 가볍게 듣겠지만 나로선 좀 심각한 고민 중 하나가 기억력이다. 갈 수록 기억력이 약해지고 대명사 중심으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예전엔 손쉽게 기억하던 것이 기억나지 않고 한참을 헤맨다. 바로 직전에 기억하고 말하려는 순간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한다. 비염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잔 효과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나이가 들어서 생긴 현상이기도 할 것이다. 무슨 이유건 기억력이 예전과 같지 않아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냥 ‘기억이 안 나네?’ 정도가 아니라 ‘이래서 괜찮을까?’ 수준이다
하지만 오늘 도서관에 다녀오다가 문득, ‘그래 기억력이 좀 나빠지면 어때’라고 중얼거렸다. 기억력이 나쁘다면 이제 사고라는 것, 생각이라는 것을 배우고 그것을 하려고 애쓰면 되지 않겠는가. 그래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려나 그런 걸 배워볼 필요는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내가 느끼는 걸 어떻게든 밀어붙이고 싶다. 느낌으로 글을 써왔듯 그렇게.
아무려나 기억력이 나빠져도 괜찮아. 뭐, 어떻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