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지나갔다가, 달고 싶은 리플이 떠올랐다. “두 다리를 먼저 쭉 뻗어요. 두 다리를 먼저 뻗으면 고민도 같이 쭉~ 펴질지도 모르잖아요. (루인에게 한 말 같네요….)” 라고. 달까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관뒀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지금의 루인에겐 없다.)
그렇게 믿는다, 어차피 고민이라는 것도 몸으로 하는 것이니 몸의 자세를 바꾸면 고민도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고. 고민이 깊어 무릎을 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무릎을 펴지 않아서 고민이 몸으로 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건 루인의 경험일 뿐이다. 종일 玄牝에서 지내길 좋아하지만 종종 다른 활동 공간으로 이동하곤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날은 우울증이 너무 심해 玄牝으로 숨어들었지만 그로인해 우울증은 더욱 심해졌다. 만두베개와 매트리스 사이에 누워 있다보면 우울이 조금 다독여지지만 금방 그 자세에 짓눌려 짜부라지는 상황과 만난다. 그래서, 몸을 타고 도는 앓이가 너무 많으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이유도 그 중 하나다. 글을 쓰다가 너무 안 풀리면/더 복잡해지면 글을 쓰는 몸에서 벗어나 잠깐 외출을 한다거나 하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물론 몸의 자세를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어제 밤에도 만두베개와 매트리스 사이에서 샌드위치 속이 되어 있지 않았던가.)
…진부해서 누구나 알고 있고, 친구는 루인 보다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기에, 아니,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친구에겐 친구만의 방식이 있다는 걸 믿기에 그냥 쓰지 않았다. 또 어떤 날엔 다리를 뻗으면 막다른 길이 아니라 꺾어진 길임을 알게 되리란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무릎을 펴지 않을 때도 있으니까. 표현 하지 않고 조용히 응원하지만 또한 표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기에 이렇게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M_ +.. | -.. | 리플을 쓰지 않은 이유를 알기 위해 쓴 글이면서 루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에 트랙백을 보내지 않았어요.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