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와 의무가 경합하는 개념이 아니듯(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는 행하지 않는 것은 근대국민국가에서 사실 불가능하다, 즉 군대문제에 있어 ‘여성’에게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는 행하지 않는다는 따위의 언설은 무지의 소산이며 권력 횡포다) 명예와 인권은 경합하는 개념이 아니라 인권이 보장되어야만/있어야만 명예가 가능하다.
이주노동자를 그물로 잡는 한국사회에서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데 명예훼손이란 개념이 가능할까. ‘동성애’자 혹은 비’이성애’자라는 사실만으로 사회적 매장이 가능한 한국사회에서 아웃팅은 협박의 무기로 작동한다. 실제 비’이성애’자/이반queer들이 아웃팅 협박으로 금품을 갈취 당하는 등의 범죄사례가 많다. 그리고 이런 사례는 경찰서가 아니라 관련 단체에 접수된다. 비’이성애’자/이반의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데 아웃팅으로 협박할 때 명예가 가능할까. 혹은 명예훼손으로 제소가 가능할까.
명예와 인권은 경합하는 개념이 아니라 그 사회에서 인권을 가질 수 있는 구성원에게나 명예가 가능하다. ‘아내폭력’에서 남편의 폭력을 경찰에 고소하면 “집안 망신”, “남편 망신” 시킨다며 피해 ‘여성’이 오히려 가해자가 되고 일본군 성노예 피해 경험자들을 ‘여성’인권/성폭력(violence against women)이 아니라 “민족의 아픔”, “민족의 수치”라고 말하는 점에서도 이는 분명하다.
권리든 의무든 명예든 인권이든 경합하는 것이 아니라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이다. 아, 물론 권리나 인권 등이 없어도 의무만 무한대로 주어지는 경우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