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델로

일전에 산 전자사전에 오델로란 게임이 내장되어 있다. 복잡하고 순발력이 필요한(혹은 시간 제한이 있는) 게임에 약한 루인이지만 이렇게 시간 제한 없이 약간의 전략(?)만으로 충분히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게임 자체를 즐기지는 않지만 종종 도피하고 싶을 때, 이 보다 좋은 도피처도 없다.

이런 이유로 요즘 오델로에 빠져 있는데(승률 100%에 달한다, 으하하-_-;;) 그 증세가 좀 심각하다. 어느 강의 시간이든 항상 눈은 칠판이나 강사를 향하고 귀는 강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는데 머리 속엔 오델로 판이 그려지고 어떻게 하면 역전할 수 있을까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렇게 둘까, 저렇게 둘까 마구마구 고민하다 보면 강의 중이란 사실은 잊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선, 아차, 이런 상황은 불가능하지, 라는 깨달음과 함께 다시 강의 중인 공간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반복.

으흐. 거의 모든 상황이 오델로로 환원되는 찰라! -_-;;

(지금도 인터넷에서 오델로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다;;;)

휴식-세수하지 않고 만나는 얼굴

루인이 사랑하는 주말 휴식은 빈둥거림이다. 특히 최고의 빈둥거림은 늦잠자고 세수를 하지 않는 것. 핵심은 세수를 하지 않는 것이며 이 행위의 의미는 밖에 나가지 않겠다와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 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일 玄牝에서 지냈다고 해도 세수를 했다면 그건 온전한 휴식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토요일이나 일요일 하루 정도를 지내고 나면 자그마한 위로가 몸에 전해진다.

그렇기에 어제 강의(민우회 여성주의 학교-간다 “경계에서”)에서 레저마저도 노동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편안하게 쉬는 것과 편안한 관계는 세수를 하지 않고도 만날 수 있는 관계라는 말에 어떻게 ‘열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세수를 하지 않고도 만날 수 있는 관계.

맨송맨송한 얼굴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의 편안함, 더 이상 정치가 정치가 아닌 날은 언제가 될까.

거대 토끼의 “저주”

#마지막 즈음에 가면 스포일러 살짝 있어요.

예전에 봤던 [월래스와 그로밋]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몸에 각인되어 있는 기억을 되살리기가 쉽지 않다. 클레이메이션이라는 것 자체가 신기해서 좋아했을까. 마냥 그렇지는 않았을 텐데.

조조로 영화를 보며 깔깔 웃기도 했지만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드림웍스나 다른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패러디를 [월래스와 그로밋]에서도 봐야 한다는 사실과 전형처럼 여겨지는 헐리우드 ‘공식’이 엿보이면서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대의 한 부분이 무너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역시나 헐리우드완 손잡지 않는 것이 좋았을까.

그래도 재미는 있다. 예상치도 못한 [마다가스카의 펭귄]들은 귀엽고^^ 등장하는 토끼는 너무 깜찍해서, 으흐흐, 인형으로 나오면 꼮 가지고 싶을 정도.

뭐, 이 정도로 끝내기로 하자. 20세기 초반 재산권을 가진 ‘여성’들의 재산을 탐내며 질투와 음모를 벌였던 ‘남성’들의 행각이(뤼팽 시리즈에 이런 모습들이 잘 나온다) 여기서도 반복된다는 점, 젠더역할gender rule을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 주는 불편함 들과 마지막에 결혼을 한다거나 하지 않고 친구로 남는다는 점이 몸에 들었음을 덧붙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