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황당한?) 식욕

요즘 들어 먹고 싶은 것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하는데 그 중에 몇 가지는…자장면이라든가 피자 같은 것이다. 뭐, 모르는 사람이라면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겠지만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루인은 채식주의자vegan이기 때문. (비건이라서 안 먹는 것은 아니다. 종종 비건vegan/채식주의자를 금욕생활자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먹고 싶다는 욕망은 슬금슬금 몸을 타고 도는데 그렇다고 정말 먹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일테면 최근 우연히 순대 냄새를 맡고 토할 뻔 했다.) 피자가 먹고 싶은 것은 피자라기보다는 뭔가 느끼한 것이 먹고 싶은 것이고 자장면이 먹고 싶은 것은…흠…모르겠다-_-;;

어쩌면 이렇게 먹고 싶다고 떠올리고 있는 건, 그 음식이라기보다는 다른 무언가에 대한 불만/억압의 변형된 형태인지도 모른다. 요즘 워낙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 그것이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일종의 히스테리. 스트레스와 다른 억압을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가 없거나 몸이 말 할 수가 없어 이렇게 먹지 않는 것을 먹고 싶다는 형태로 발생한 욕망.

암튼 요즘 뭔가 별난 것을 먹고 싶어 하고 있다.

아프게 태양이 빛났다

태양빛이 아프게 눈을 찔렀다.
이런 태양빛을 보고 있으면 실명하고 싶어진다.
하얗게 멀어버린 눈.
그래, <눈먼 자들의 도시>를 떠올리고 있다.
하얗게 실명하면 어떤 느낌일까.

태양빛에 아파 눈을 감으면 세상은 붉게 타오른다. 내 안엔 부스러져 가는 재가 쌓여 있다.

흔한 중독

흔한 경우(겠)지만, 어느 하나에 중독 되거나 미치는 경향이 있다. 어느 한 시절엔 다 읽지도 못할 책을 끊임없이 사 모았고 어떤 시절엔 돈이 생길 때 마다 CD를 사 모았다. 대체로 이런 날들의 반복이었다.

어느 하나에 미치지 않고선 하루하루를 견딜 수가 없(었)다. 생활이 붕 떠버린 듯 불안해서 당시의 그 무엇에 몰두했고 그렇게 해서 그 시절을 견디곤 했다. 그랬기에 그 무엇은 어쩌면 ‘그 자체’라기 보다는 불안의 투사projection들인지도 모른다. (이런 불안의 투사가 매니아를 만드는 걸까.)

요즘 들어 일본TV판 애니메이션에 빠져있다. 동영상엔 예전부터 빠져있었다. 자주 보든 아니든 끊임없이 나스타샤와 함께 만났고 그 흔적들이 玄牝에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은 유독 심한 편인데 다른 생활을 제쳐둘 정도라는 것. 이제껏 나스타샤를 켜 두고 밖엘 나간 적이 없었는데 새로운 애니메이션과 만나기 위해 학교에 갈 때도 나스타샤를 켜 둔다거나 주말 혹은 밖에 나가지 않는 날엔 낮에도 나스타샤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만나는 상황이다. 어느 정도냐면 최근 2주 사이에 공CD를 300장 샀다면 말 다한 것일까.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어제까지 이틀에 걸쳐 본 한 애니메이션을 통해선 이성애주의에 대한 흥미로운 몸앓이를 끌어낼 수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다른 텍스트를 읽을 시간마저 모두 애니메이션과 만난다면 다소 문제가 있다 랄까. 뭐, 내일 수업에 쓸 커리를 아직 읽지 않았다는 것과 어쩌면 내일까지 제출해야할 지도 모를 숙제를 손도 대지 않았다는 것이 당장 발등의 불이라면 불이다. 그러면서도 지금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볼까 갈등 중이다. (심히 걱정된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