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 LGBT/퀴어

재난과 LGBT/퀴어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 동해 대지진이 발생하고 쓰나미가 몰려오면서 인근에 살던 많은 사람의 일상이 파괴되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겹치면서 해당 지역은 위험지구로 바뀌었다. 거주민은 대피소로 피신했다. 일본의 대피소 시설은 한국 세월호 참사 때의 그것과 비교되면서 마치 그나마 괜찮은 곳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정말 대피소는 괜찮은 것일까?
트랜스젠더퀴어는 그 상황이 여러가지로 더 힘들었다고 한다. 일부는 호르몬이 필요했지만 재난 구호품에 호르몬은 없었다. 신청한다고 받아들여질리 만무했다. 아울러 남녀로 나뉜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데 이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든 이들도 많았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대피소에 가지 않고 위험지구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머물기로 한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추가로 찾으니, 대피소에 간 트랜스젠더퀴어 중 어떤 트랜스여성은 샤워시설 사용을 금지당했다고 한다. 어떤 트랜스젠더는 대피소 자원활동가에게 변태라는 욕설을 들었다고 한다.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의 경우, 아이, 노인, 여성 순서로 구호품과 음식을 지급했는데 이로 인해 게이커플은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다른 여러 이유로 적잖은/많은 LGBT/퀴어가 대피소에 가길 거부하고 자신의 집에 머물렀다고 한다.
해당지역에 머물고 있던 미/등록 이주민의 경우 그 피해를 가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대피소는 정말 대피하는 곳일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재난 상황은 LGBT/퀴어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어떤 사건일까? 재난 상황은 무엇을 비가시화할까? 재난 상황에서 LGBT/퀴어, 장애인, 미/등록이주민 등은 어떤 대책이 있을까? 실제 지난 6월 한국에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모든 예방 홍보문이 한국어로 작성되면서 한국에 거주하는 미/등록이주민은 관련 내용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일본에선 지금도 방송에서 대지진 및 쓰나미 관련 영상을 내보낼 때면 미리 경고 자막을 보낸다고 한다. 사람들에겐 여전히 연재의 일이다. 어떻게 그 사건이 쉽게 잊히고 또 치유될까.
그런데 한국에선 농담으로, 어떤 감정을 표현하며 “안구에 쓰나미가 몰려온다”란 말을 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타인의 재난을 은유와, 유희로 사용하고 있다. 정말 잔인하지 않은가? 누군가 한국의 역사적 상황을 농담으로, 유희를 위한 농담으로 사용한다면 한국인은 난리를 칠 것이다. 하지만 타인의 고통은 유희를 위한 은유로 곧잘 사용한다. 늘 한국의 정치인이 정치를 제대로 못 해서 지금 삶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것이 문제일까? 어떤 대의를 위해 은유를 쓰는 잔혹한 태도 자체를 살펴야 하지 않을까? (매우 진부한 말이지만…) 그러고 보면 트위터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누군가는 내게 나와 그의 관계를 비유하며 색맹을 예시한 적 있다.
일본 상황과 관련한 내용은 이영 감독님께 들었다. 11월 말에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다시 상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꼭 보시기를!

바람과 보리

바람과 보리는 언제나 예쁘지! 후후후

어느 날 아침 바람이 내 곁에서 이런 애교를 보여줬다. 출근하지 말아야 할까? 흐흐흐

보리에게 장난감을 흔들면 엄청 흥분하면서 좋아하는데 그때 얼굴이 정말 예쁘다. 동공이 커지고 입이 더 크게 부풀고 코는 벌름벌름. 그 장면을 잘 포착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무척 아쉽지만 어차피 나만 봐도 충분하지. 🙂

다른 젠더 표현 전략

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머리 스타일, 옷 입는 방식 등을 활용하면서 ‘여성’으로 통하는 경우가 늘었다. 물론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에겐 별로 안 그렇지만, 낯선 사람의 경우 대략 반반인 듯하다. “쟤 뭐야?”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경우도 많다. 동시에 사무실에서 택배를 대리 수령할 때면 “생년월일 쓰고 숫자 2 누르세요”라는 말을 듣는다. 주민등록번호가 지칭하는 바로 그 2다. 이런 변화를 경험하면서 처음엔 재밌었지만 지금은 재미가 없다.
수염을 길러볼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수염이 잘 나는 편이다. 수염은 타인을 ‘남성’으로 인식하는 주요 단서기도 하다. 물론 수염을 기르는 것도 일이고 관리하는 건 더 큰 일이라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그래도 수염을 길러볼까 했다.
관두기로 했다. 진부해서. 이른바 젠더퀴어 이미지라고 하면 많은 경우 여성스러운 화장과 복장에 수염을 기르는 모습으로 젠더를 재현한다. 전형적 이원젠더 코드를 활용하는 방식인데 지금으로선 진부하다. 물론 일상에서 이렇게 한다면 많은 사람이 당황할 것이다. 지하철이나 음식점에서 많은 욕설을 들을 가능성이 크다. (상황에 따라 욕설로 그치면 다행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진부하다.
무엇보다 나는 화장도 하지 않고 스키니진을 입는 것을 빼면 아주 여성스럽다고 여기는 복장을 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수염을 기르면 그냥 조금 여성스러운 남자로 독해될 뿐이다.
다른 젠더 표현 전략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다양한 젠더 표현 전략을 선택하거나 체화하며 수행하는데 나에게 맞는 뭔가 다른 젠더 표현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