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머리 스타일, 옷 입는 방식 등을 활용하면서 ‘여성’으로 통하는 경우가 늘었다. 물론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에겐 별로 안 그렇지만, 낯선 사람의 경우 대략 반반인 듯하다. “쟤 뭐야?”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경우도 많다. 동시에 사무실에서 택배를 대리 수령할 때면 “생년월일 쓰고 숫자 2 누르세요”라는 말을 듣는다. 주민등록번호가 지칭하는 바로 그 2다. 이런 변화를 경험하면서 처음엔 재밌었지만 지금은 재미가 없다.
수염을 길러볼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수염이 잘 나는 편이다. 수염은 타인을 ‘남성’으로 인식하는 주요 단서기도 하다. 물론 수염을 기르는 것도 일이고 관리하는 건 더 큰 일이라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그래도 수염을 길러볼까 했다.
관두기로 했다. 진부해서. 이른바 젠더퀴어 이미지라고 하면 많은 경우 여성스러운 화장과 복장에 수염을 기르는 모습으로 젠더를 재현한다. 전형적 이원젠더 코드를 활용하는 방식인데 지금으로선 진부하다. 물론 일상에서 이렇게 한다면 많은 사람이 당황할 것이다. 지하철이나 음식점에서 많은 욕설을 들을 가능성이 크다. (상황에 따라 욕설로 그치면 다행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진부하다.
무엇보다 나는 화장도 하지 않고 스키니진을 입는 것을 빼면 아주 여성스럽다고 여기는 복장을 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수염을 기르면 그냥 조금 여성스러운 남자로 독해될 뿐이다.
다른 젠더 표현 전략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다양한 젠더 표현 전략을 선택하거나 체화하며 수행하는데 나에게 맞는 뭔가 다른 젠더 표현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