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책이 모두 왔다

목욜에 대략 한 달간 벼루고 벼루던 책을 주문했다. 모두 11권. [여/성이론] 과월호 들이다.

지난 여름, 여이연 세미나를 들으러 갔다가 책 주문에 대한 어떤 정보를 들었고 이 기회에 사야지 했다. 그러면서도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린 건, 루인의 소심함이 아니라(정말?) 경제적인 이유에서다. 당시에도 살려고 했으면 살 수 있었지만 그러기엔 불확실성이 있어서 미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예정한 시간이 되었다. 책을 살 수 있는 확실한 상황이 되었고 주문하다 예상치 못한 난관도 있었지만 사무국 담당하시는 분의 배려로 구입할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오늘 모두 도착했다. (서점에서 산 이번 호까지) 모두 12권을 함께 쌓아두니, “보기가 참 좋다 하시더라.”

냥이

며칠 전, 추석이 끝나고 玄牝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玄牝은 어느 빌라의 가장 윗 층이고 문 앞엔 신발장이 있다.) 계단을 올라오는 길에 아래 층 문 앞에 놓여 있는 박스와 부딪쳤는데, 순식간에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반 층 위로 올라간 무언가는, 고양이였다.

아래층에서 기르는 고양이는 아니었다. 밖을 돌아다니는 고양이가 잠시 피해온 것인 듯 했다. 너무 좋았지만 그렇다고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다. 상당한 경계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유리를 부딪치며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玄牝으로 돌아왔다가 잠시 밖으로 나가보니 한 곳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잠시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니 다시 경기를 일으킬 듯이 밖으로 나가려고 해서 그냥 돌아왔다. 그날 늦은 밤과 새벽, 고양이 울음을 들으며 가끔 잠에서 깨곤 했다.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오는데(이랑 매체 작업으로 늦게 돌아왔다) 신발장 뒤로 뭔가가 들어가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잘못 본 것인가 하고 말았다. 헌데 시간이 지나자 고양이 울음이 들려왔다. 살짝 문을 열자 두 마리의 아기 고양이(전 날 본 고양이와 또 다른 한 마리)가 서둘러 신발장 뒤로 들어갔다. 그 날도 늦은 밤, 새벽 고양이 울음을 들으며 잠에서 깨곤 했다.

그러고 보면, 꽤나 오랫동안 새벽마다 고양이 울음으로 잠에서 깨어났던 일이 떠올랐다. 그땐 어느 집, 아기가 우나 보다 했다. 고양이 울음과 아기 울음은 닮아있으니까. 그렇다면 그 아기 고양이는 태어날 때부터 이곳에서 살았단 걸까?

아무튼, 두 마리의 고양이가 신발장 뒤에 살고 있는 것을 보며, 가슴이 설레었다. 오랫동안 함께 살 생명을 바랬기에. 그럼에도 여태껏 그러지 않고 있는 건 동물(비인간non-human)들에겐 자신들이 함께 살 공간에 대한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혹은 사람이 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 사람을 ‘키우는’ 것이라곤 해도 동물들에게 자신의 원하는 환경, 동반자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면 그것은 문제라는 입장이기에 그냥 함께 살고 싶다는 욕망만 품고 있다. 그런데 두 마리의 냥이가 루인의 玄牝에 자리 잡고 살고 있는 것이다!

으하하, 두근두근, 설레는 맘으로 어떻게 ‘유혹’할까, 부터 생활비는 어떻게 나눠 쓸까, 까지 별의별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날 이후, 더 이상 냥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주인집에서 발견하고 쫓아냈을 수도 있고 냥이들이 다른 공간을 찾아 나간 것일 수도 있다.

아쉬움이 크다. 함께 살고 싶어서, “우린 운명이야”라는 기대까지 가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