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숨책

숨책엘 갔다. 오랜만이라고 해봐야 지난 주에 가지 않은 것 뿐이다. 왜 가지 않았느냐고 하면 비도 내리고 玄牝에서 빈둥빈둥 뒹굴뒹굴 거리다 보니 그랬다고 할까나…

책을 고르며 어떤 책을 고를지 난감해 하는 루인을 보며, 책을 산다는 행위에 혹은 어떤 책을 살지에 상당히 흥미를 잃은 모습을 발견했다. 예전처럼 신나게 사는 모습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안다. 이런 모습, 다소 주기적이란 걸. 항상 그래왔다. 더군다나 현재 가지고 싶은 책 혹은 읽고 싶은 책은 살 수 있는 책이라기 보다는 제본할 수밖에 없는 책들이라 더 그러한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매 주 금요일이면 숨책에 숨으러 갈 것이다. 숨책 사람들이 좋기도 하고 숨책에서 스며나오는 내음이 편안함을 주기도 하니까.

숨을 곳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몇 가지 결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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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적은 bell hooks읽기는 한 달 가량 쉬기로 했다.

이번 주말이면 [Talking Back] 읽기가 끝난다. 그러면 9월 달엔 오늘 프린트한 몇 개의 논문들을 읽을까 한다. 당장 루인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이라 알고 싶은 것도 있고(잘은 모르지만 아마 국내에 관련 도서는 거의 없는 듯 싶다. 논문들은 몇 있는데…) 말 그대로 쉬어가려는 것도 있다.

쉬어가려는 것은, 돌이켜 보면 열 달 가량을 계속 bell hooks만 읽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벨 훅스 문법엔 익숙한데 다른 영문을 보면 낯설거나 더듬거리거나 그런다. 그래서 한 달 정도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을 필요가 있겠다는 몸앓이가 들었다.

읽을 논문들은 거의 sex/gender/sexuality에 관한 글들이다. 루인식으로 표현하면 항상 안다고 믿지만 사실 전혀 모르는 것이 sex/gender/sexuality가 아닐까.

그러고 나면 이제 루인이 읽고 싶어하던 bell hooks의 [Yearning]을 읽을 예정이다. 어쩌면 이 책을 읽기 위해 이전의 책들을 읽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각각의 책들이 다 좋았지만, 처음 영서를 읽겠다고 시작했을 때 가장 읽고 싶었던 책이 [Yearning]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다음 책은 정해져 있다. 그런데 그땐 두 권을 동시에 읽을 것만 같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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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갈등하던 그 과목 듣지 않기로 했다. 냐하하. 아쉬움이 없을리 없겠지만 그냥 버리기로 했다. 그 시간에 루인이 읽고 싶은 글을 읽어야지.

두 시간 걸린 메일

어제, 조교 한다고 선생님께 ‘보고’ 메일을 보내는데, 믿거나 말거나 장장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얼마나 길게 적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오해. 긴장하느라고 쉬 쓸 수가 없어, 몇 줄 쓰고 회피하고 몇 줄 쓰고 회피하고 하면서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아무리 봐도 맘에 안 드는 내용에 어떻게 써야할 지도 모르겠고… 잉잉

형식을 지켜야 한다는 말에 형식은 지켰는데, 그럼 “~~요”라고 맺어야 할지 “~습니다”라고 맺어야 할지도 갈등이었고 루인이 좋아하지 않는 언어이기에 블로그나 발제문 등 일상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루인 식의 다른 용어들이 있는데, 선생님께 그런 용어를 쓰자니 난감하고.

이런저런 갈등으로 결국, 지극히 형식적인-_- 그래서 너무도 재미없고 심심하고 평이하게(결국 “`습니다”로 맺었다. 아- 싫어-_-;;) 간신히 썼다. 당연히 불만스러웠고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을 몸앓다가 그냥 눈 질끔 감고 보내고 말았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평소 루인 식으로 보냈으면 좋았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