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거보다 좋을까? 지금은 그나마 예전보다 개선된 상태일까?
조금 다른 예시지만… 어머니와 나의 관계는 예전과 참 다르다. 10대일 땐 정말 ‘굿판이라도 벌여야 하나’란 말이 나올 정도로 관계가 안 좋았다. 지금은 그렇게 자주는 아니어도 명절이 아닐 때에도 어머니를 만나러 부산에 간다. 그리고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감정의 날이 10대때완 달리 지금은 좀 부드러우니 그나마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선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이슈를 잠시 묻어두고 있을 뿐. 본격 꺼낸다면 다시 굿판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반복할지도 모른다. 그냥 유예된 긴장이고 갈등이다. 그렇다고 예전과 같은 방식, 감정으로 어머니를 대하냐면 또 그렇지도 않다. 나의 태도 자체가 변하긴 했다. 이것을 ‘개선’이라고 부를 수 없고 이런 식으로 부르고 싶지 않을 뿐이다.
과거를 미화해선 안 되지만, 2015년이 1970년의 퀴어보다 인권 상황이 낫다고 말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냥 상황이 다를 뿐이다. 대책없이 ‘그래도 예전보단 지금이 낫다’고 위로할 뿐이다. 하지만 과거보다 나은 현재, 미래는 없다. 그냥 상황이 변했을 뿐이다.
미래를 희망으로, 긍정으로 설명하고 싶지 않다. 사실 그런 거 할 줄 모른다.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까요?’, ‘이렇게 하면 더 좋아질까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솔직히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좋아져야 하는가가 고민이다. 좋아져야만 미래로서 가치가 있는가가 고민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란 희망 따위를 버림으로써 살만한 삶을 만들고,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