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지금까지 내가 옳다고 혹은 동의한다고 믿은 입장이나 지향이 사실은 나를 배신할 수 있음을 깨달을 때 곤혹스럽다. 간단하게 말하자. 성범죄 처벌 관련 법을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고민했다. 화학적 거세법은 강력하게 비판했고, 처벌 수위가 높다고 범죄 행위가 줄어들 것이라고 믿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일정 수준의 처벌은 필요함에 동의한다고 고민했다.

그런데 페미니즘 정치학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구축된 성범죄 처벌법이 트랜스젠더퀴어, LGBT/퀴어를 더 위태롭게 만든다면? 이것은 가정이 아니라 현실이다. 실제 성범죄 처벌 관련 법은 퀴어의 삶이나 관계를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른 말로 형사법, 성범죄 관련 법을 퀴어하게 독해하는 작업은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다. 곤혹스러울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크게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 작업을 하고 있다. 논의를 어떻게 정교하게 구성해야 할지부터가 고민이다. 기존 법적 가치나 여성운동 단체, 페미니즘 단체의 지향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부정할 부분은 아닐 거라고, 지금은 고민한다) 어떻게 퀴어하게 문제삼고 재구성할 것인가? 머리가 아프다.

뮤즈 공연 후기

후기라기엔 짧은데…

하얗게 불태웠다. 세 번째 곡이 지났을 때 ‘아, 이전과 같은 체력이 아니구나’를 느꼈다. 이대로 쓰러질까란 느낌도 왔다. 다음부턴 지정좌석으로 예매해야겠다고 고민했다. 하지만 방방 뛰기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하얗게 불태웠다.
2집에서 세 곡을 연주했고, Citizen Erased를 연주할 땐 눈물이 났다. 이 곡을 또 들을 수 있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다. 그리고 노래에 얽힌 기억은 쉽게 바뀌지 않음을 깨달았다.
아무려나 마지막 곡 Knights of Cydonia로 완전 불태웠고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었다. 그럼 어때. 즐겁게 놀았는 걸. 즐겁게 불태웠는 걸.
내일은 힘들겠지만 즐거웠으니 충분하다. 충분히 기쁜 일이다.

내일, 뮤즈 내한 공연

멀미약을 마셔서 차 안에서 계속 잠만 잤다. 잠결에 혹은 가끔 깨어났을 때 이런 저런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랬던 것 같다. 잘 기억이 안 난다. 잠결에 한 고민은 잠에서 깨었을 때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다. 내일 뮤즈가 내한 공연을 하는데 잠결에 한 고민 따위가 중요하랴! 내일 뮤즈가 내한공연을 하는데! 후후후.
많은 것 바라지 않는다. 마지막 곡은 다른 공연에서처럼 “Knights Of Cydonia”면 좋겠고 “New Born”이나 “Plug in Baby”를 연주하면 좋겠다. 뮤즈 2집은 나를 살린 앨범이라, 내가 버틸 수 있게 해준 앨범이라 이 앨범에서 한두 곡은 꼭 해주면 좋겠다.
아무려나 내일은 그냥 즐기면 되겠지. 그럼 그만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