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뮤즈 내한 공연

멀미약을 마셔서 차 안에서 계속 잠만 잤다. 잠결에 혹은 가끔 깨어났을 때 이런 저런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랬던 것 같다. 잘 기억이 안 난다. 잠결에 한 고민은 잠에서 깨었을 때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다. 내일 뮤즈가 내한 공연을 하는데 잠결에 한 고민 따위가 중요하랴! 내일 뮤즈가 내한공연을 하는데! 후후후.
많은 것 바라지 않는다. 마지막 곡은 다른 공연에서처럼 “Knights Of Cydonia”면 좋겠고 “New Born”이나 “Plug in Baby”를 연주하면 좋겠다. 뮤즈 2집은 나를 살린 앨범이라, 내가 버틸 수 있게 해준 앨범이라 이 앨범에서 한두 곡은 꼭 해주면 좋겠다.
아무려나 내일은 그냥 즐기면 되겠지. 그럼 그만이지. 🙂

추석 대보름 산책을 하다가

추석 당일 아침 눈을 뜨니 메일이 두 통 와 있었다. 모두 강연 요청이었다. 두 통의 메일을 모두 확인하고는 “뿌웨엑, 하기 싫어!!!”라고 소리치며 이불 속에서 바둥거렸다. 강연 준비 스트레스가 극심하니 이렇게 반응한다…
하지만 추석을 보내면서, 그날 저녁 대보름을 보며 1시간 가량 산책을 하다가 그냥 강연을 모두 하기로 했다. 좀 가리긴 하겠지만(내가 뭘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하기로 했다. 뀨웩.

추석 잡담

만약 어머니가 안 계신다면 명절은 어떤 형태여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차례 같은 걸 완잔 없애고 싶다는 마음과 차례를 지낸 뒤 고향/본가에 가길 원하지 않는 내 친구들을 모아 같이 음식을 나눠 먹어도 괜찮겠다는 고민이 교차했다. 하지만 역시 번거로운 일이겠지. 무엇보다 이렇게 대이동하는 행사, 행복하다는 사람음 별로 없는 이 행사는 왜 지속되는 걸까? 명절만 다가오면 여성 스트레스 기사 뿐만 아니라 남자도 스트레스 받는다는 기사가 수시로 나오는데 무엇이 명절 대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걸까? 참으로 미스테리다. 물론 이런 글을 쓰는 나도 그 대이동에 동참하고 있다.
명절이면 가장 큰 걱정은 바람과 보리 두 고양이다. 연락을 취할 수도 없는 두 고양이를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이다. 왜 명절은 가족과 헤어지는 걸 감내하는 시간이어야 하는 걸까? 새로운 불만이 추가된다. 평소에 함께 하는 가족과 명절 등 특정한 날에만 함께하는 가족. 가족이란 무엇이냐.
그렇다고 지금 상황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가사노동, 집을 온전히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기 때문이다. 가사노동은 어디서나 하지만 부담은 줄어든다. 내가 어머니의 가사노동을 착취하거나 그 노동에 빚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무려나 부담이 줄어들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느낌. 어머니에겐 나쁘기만 하냐면, 이렇게 와야 어머니도 식사를 제대로 챙기신다. 그래서 상황이 좀 복잡하다. 어머니는 가사노동이 늘고 나는 부담이 줄어드는데 이런 상황이 되어서야 어머니는 식사를 제대로 하신다. 결국 슬픈 일이고 속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