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을 배우다

알레르기 비염 관련 자료를 봤다. 그러며 깨닫기를 확실히 나와 같은 비염 경험은 별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체로 집먼지나 꽃가루 같은 이유로 발생하는 알레르기 비염을 다룬다. 그래서 알레르기 비염은 환절기에 많이 생긴다는 이야기로 일반화한다. 알레르기 비염을 완화시키는 방법은 미지근한 물을 꾸준히 마시며 몸을 적당히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나의 경우, 먼지 등의 이유로 코가 자극 받으면 알레르기 비염이 터지긴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기온 혹은 날씨다. 늦봄부터 여름이 끝날 때까지 비염이 빵빵 터지고 가을이 들어서면 진정된다. 물론 가을, 겨울이라고 알레르기 비염이 안 터지는 게 아닌데 평균 영하15도였다가 영하1도가 되면 날씨가 덥다고 비염이 터진다. -_- 비염이 터지면 어떻게든 몸의 열을 식히려고 한다. 몸에 열이 많으면 비염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비염이 발생하는 성격이 다르다보니 원인과 해결책은 내게 큰 의미가 없을 때가 많다. 알레르기 비염을 다룬 그 자료가 별로였냐면, 배운 것이 많다.
일단 알레르기 비염이 있으면 수면 중에 수면무호흡증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뇌가 깨어나는 상태가 잦다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여름에 그토록 피곤하고 취약한 이유를 깨달았다. 비염이 터지니 숙면을 못 취하고 숙면을 못 취하니 몸은 매우 피곤하고 낮엔 졸릴 때가 많고 그리하여 몸의 면역력이 더 떨어져서 비염이 더 자주 터진다. 악순환. 내가 여름이면 맥을 못 추고, 어떻게든 여름을 버티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유가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놀라운 점. 알레르기 비염이 있을 경우 집중력 저하가 발생하는데 특히 청각 집중력과 시각 집중력 저하가 심하다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아 내가 그래서 사람들의 말을 잘 못 알아듣거나, 강좌나 발표회 자리에서 그 내용 듣기를 어려워하는구나를 확인했다. 회의 자리, 강좌, 발표회에서 다른 사람 말을 자주 놓치고 어째서인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이유가 비염과 관련있다니… 여러분, 제가 사람 말을 잘 못 알아 듣는 건 다 비염 때문입니다, 비염. 호호호. 농담처럼 말했지만 정말 이런 이유로 강좌나 세미나 같은 자리를 기피하고 있다. 회의도 꺼리는 편인데 빠질 수 없어 지속할 뿐이다.
암튼 얼추 30년을 비염과 살았지만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세계구나 싶었다. 내가 경험했다고 알 수 없지, 분석하지 않으면 영원히 알 수 없지, 그저 괴로움만 몸에 새겨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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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 초기이신 분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초기일 때 최대한 관리해서 잡으셔요… 아님 저처럼 됩니다!

어떤 아이디어가 나올지 궁금한 논쟁거리

어제 블로깅을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이슈…라기보다는 어쩐지 유명 게시판 같은 곳에 올리면 완전히 무시당하거나 논란을 야기할 수 있을 것만 같은(네, 저의 상상력은 이 정도입니다ㅠㅠ) 주제.
공장식 사육으로 많은 동물이 착취 당하는 상황을 비판하며 나와 내 반려동물 모두 채식하기(각 동물에게 최적의 영양을 제공하는 전용 사료 사용) vs 육식 동물이라고 하는 고양이에게 비건채식 사료 주기
근데 딜레마 혹은 경합하는 입장이라고 여기는 이 두 입장 사이에서 많은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물론 저는 지금 그냥 비건사료를 주고 있습니다…

고양이 건강식 고민

60여 개의 상세상품평 중 안 좋다는 평은 단 하나도 없다. 모두 만족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323개의 한줄평에서 만족이 아니라 보통이라고 말한 사람은 단 세 명. 그 중 한 명은 뚜껑을 여는 방식이 불만이고, 한 명은 별다른 설명 없이 보통이고, 한 명은 두 아이 중 한 아이는 잘 먹는데 다른 아이가 잘 안 먹어서 보통이라고 했다.
개와 고양이에게 주는 보약과 치석제거제를 판매하는 페이지의 평가다. 그 까탈스러운 집사와 견주의 평이 이렇다면 믿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모두가 알바라면 … 흠…
바람은 잘 몰랐는데 보리는 종종 혀로 내 코와 입술을 핥기 때문에 입냄새가 독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바람의 입냄새를 확인했더니… 흠… 입냄새 제거제를 사야겠다는 고민을 했다. 양치질이 좋겠지만 발톱 깎는 것만이 아니라 털 빗는 것도 큰 일인데 양치질이라니… 그런데 우연히 음식과 같이 섭취하면 치석과 입냄새 등을 제거하는 제품이 있다고 했다. 그냥 대체로 평이 괜찮은 듯하여 사줬다. 먹인지 며칠 안 되지만 사료와 섞어 줘도 잘 먹는다.
그러고 나서 같은 페이지에서 판매하는 다른 제품을 봤다. 보약이라… 흠… 그런데 평이 괜찮고 만성병에 도움을 받았다는 평도 여럿 있다. 흠… 조금 끌렸다. 특별히 어디 아프지는 않지만 평생 같은 사료만 먹이는 상황이라 뭔가 좀 보충해줘야 하지 않을까란 고민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좀 더 끌렸다.
성분을 확인했을 때 다수가 곡물과 해조류였다. 좋아. 황태가 있었다. 뭐, 괜찮아. 초유가 있었다. 뭐, 괜찮아. 닭고기, 오리고기 등이 있었다. 뭐, 괜찮아. 채식사료를 주고 있고, 육식 간식은 일절 안 주고 있지만 바람과 보리를 완전히 채식 고양이로 키우겠다는 고집은 없다. 나이가 들어 노령 고양이에게 맞는 식사를 줘야 한다면 육식사료를 줘야겠지라는 고민도 한다. 그저 나랑 같이 살고 있는 팔자로 채식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소량의 육류와 어류가 들어가 있는 것이 큰 문제는 안 된다. 닭고기 덩어리 같은 건 안 되겠지만(차이가 뭐지? ;;; ).
그런데 단 하나의 성분에 걸렸다. 소간. 소의 간이 조금 들어가 있다고 했다. 이게 가장 크게 걸렸다. 한국의 소고기는 마블링, 즉 지방 함량이 높을 수록 좋은 고기로 친다. 1++ 등급 소고기는 지방이 20%이상 포함된 고기다. (다른 말로 사람들이 단백질 섭취라고 주장하며 고기를 먹지만 사실은 지방을 섭취하고 있다, 언젠가 일부러 정육점 앞에서 고기 종류를 구경했는데 반이 지방인 경우도 있더라.) 그럼 소에게 사료를 주면 자연스럽게 마블링/지방이 생기냐면 그렇지 않다. 간이 부어오르다 망가지고 내장이 못 쓰게 될 정도로 망가져야만 근육에 지방이 끼기 시작한다. 즉, 마블링 있는 소, 지방 함량이 높은 소는 소의 건강을 헤친 결과다. 그래서 소 100마리 중 10마리 정도의 간엔 염증 등으로 먹을 수 없는 상태라 버린다고 한다. 사람들이 소 생간이 좋다고 먹는데 생간은 결코 좋은 상태가 아니다. 바로 여기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이 상황을 알고 있는데 소간이 들어간 제품을 먹여야 할까? 건강에 그렇게 좋다는데(퀴노아도 들어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역시 육식은 나쁘니까 채식해야 해’라는 식의 논리로 비약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 ‘채소 과일 생산 과정은 괜찮은가’란 더 복잡한 논의를 요청한다.)
이런 고민이 야기하는 모순과 이기심과 복잡한 이슈를 알고 있다. 그 모드 걸 풀기보다는 일단 바람과 보리에게 그 제품을 줘야할까란 고민에만 집중하고 싶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비건으로 만든 보충제를, 바람만 있을 때 준 적이 있는데 하나는 잘 먹었지만 마늘 성분이 들어가서 빈혈 발생. 다른 제품은 모두 기호성이 꽝이었다. 끄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