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개의 상세상품평 중 안 좋다는 평은 단 하나도 없다. 모두 만족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323개의 한줄평에서 만족이 아니라 보통이라고 말한 사람은 단 세 명. 그 중 한 명은 뚜껑을 여는 방식이 불만이고, 한 명은 별다른 설명 없이 보통이고, 한 명은 두 아이 중 한 아이는 잘 먹는데 다른 아이가 잘 안 먹어서 보통이라고 했다.
개와 고양이에게 주는 보약과 치석제거제를 판매하는 페이지의 평가다. 그 까탈스러운 집사와 견주의 평이 이렇다면 믿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모두가 알바라면 … 흠…
바람은 잘 몰랐는데 보리는 종종 혀로 내 코와 입술을 핥기 때문에 입냄새가 독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바람의 입냄새를 확인했더니… 흠… 입냄새 제거제를 사야겠다는 고민을 했다. 양치질이 좋겠지만 발톱 깎는 것만이 아니라 털 빗는 것도 큰 일인데 양치질이라니… 그런데 우연히 음식과 같이 섭취하면 치석과 입냄새 등을 제거하는 제품이 있다고 했다. 그냥 대체로 평이 괜찮은 듯하여 사줬다. 먹인지 며칠 안 되지만 사료와 섞어 줘도 잘 먹는다.
그러고 나서 같은 페이지에서 판매하는 다른 제품을 봤다. 보약이라… 흠… 그런데 평이 괜찮고 만성병에 도움을 받았다는 평도 여럿 있다. 흠… 조금 끌렸다. 특별히 어디 아프지는 않지만 평생 같은 사료만 먹이는 상황이라 뭔가 좀 보충해줘야 하지 않을까란 고민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좀 더 끌렸다.
성분을 확인했을 때 다수가 곡물과 해조류였다. 좋아. 황태가 있었다. 뭐, 괜찮아. 초유가 있었다. 뭐, 괜찮아. 닭고기, 오리고기 등이 있었다. 뭐, 괜찮아. 채식사료를 주고 있고, 육식 간식은 일절 안 주고 있지만 바람과 보리를 완전히 채식 고양이로 키우겠다는 고집은 없다. 나이가 들어 노령 고양이에게 맞는 식사를 줘야 한다면 육식사료를 줘야겠지라는 고민도 한다. 그저 나랑 같이 살고 있는 팔자로 채식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소량의 육류와 어류가 들어가 있는 것이 큰 문제는 안 된다. 닭고기 덩어리 같은 건 안 되겠지만(차이가 뭐지? ;;; ).
그런데 단 하나의 성분에 걸렸다. 소간. 소의 간이 조금 들어가 있다고 했다. 이게 가장 크게 걸렸다. 한국의 소고기는 마블링, 즉 지방 함량이 높을 수록 좋은 고기로 친다. 1++ 등급 소고기는 지방이 20%이상 포함된 고기다. (다른 말로 사람들이 단백질 섭취라고 주장하며 고기를 먹지만 사실은 지방을 섭취하고 있다, 언젠가 일부러 정육점 앞에서 고기 종류를 구경했는데 반이 지방인 경우도 있더라.) 그럼 소에게 사료를 주면 자연스럽게 마블링/지방이 생기냐면 그렇지 않다. 간이 부어오르다 망가지고 내장이 못 쓰게 될 정도로 망가져야만 근육에 지방이 끼기 시작한다. 즉, 마블링 있는 소, 지방 함량이 높은 소는 소의 건강을 헤친 결과다. 그래서 소 100마리 중 10마리 정도의 간엔 염증 등으로 먹을 수 없는 상태라 버린다고 한다. 사람들이 소 생간이 좋다고 먹는데 생간은 결코 좋은 상태가 아니다. 바로 여기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이 상황을 알고 있는데 소간이 들어간 제품을 먹여야 할까? 건강에 그렇게 좋다는데(퀴노아도 들어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역시 육식은 나쁘니까 채식해야 해’라는 식의 논리로 비약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 ‘채소 과일 생산 과정은 괜찮은가’란 더 복잡한 논의를 요청한다.)
이런 고민이 야기하는 모순과 이기심과 복잡한 이슈를 알고 있다. 그 모드 걸 풀기보다는 일단 바람과 보리에게 그 제품을 줘야할까란 고민에만 집중하고 싶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비건으로 만든 보충제를, 바람만 있을 때 준 적이 있는데 하나는 잘 먹었지만 마늘 성분이 들어가서 빈혈 발생. 다른 제품은 모두 기호성이 꽝이었다. 끄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