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병 났습니다… 흐흐

신기한 경험이라 기록 삼아…
지난 수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왼쪽 눈이 좀 아팠다. 눈을 감으려면 통증이 있었고 따끔거렸나, 뭐 그랬다. 많이 피곤하거나 피로가 쌓였을 때마다 눈이 따가웠던 적이 여러 번이라 그냥 그러려니 했다. 둔탁한 느낌의 통증으로 예전과는 달랐지만 그냥 그러려니.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려니.
어제 목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무려 평소보다 1시간 가량 늦잠을 잤는데 눈이 여전히 아팠다. 어쩐지 눈이 좀 부은 것 같았다. 왜지? 신경이 쓰였지만 생활에 큰 불편은 없어 그냥 무시했다.
오늘 금요일, 자고 일어나서 거울을 보니 눈이 퉁퉁 부어있다. 헉… 병원에 가야겠구나, 싶었다. 출근해서 간단하게 일을 한 다음 바로 병원에 갔다. 기다리는데 2~3분, 진료에 5초, 처방전 받는데 1~2분 걸리는 일정이었다. 정말이지 살림의원 생각하며 다른 병원에 가면 안 된다니까. -_-;; 암튼 내가 하는 말은 들을 생각도 않고 서둘러 검사기를 잠깐 보는둥마는둥 한 마디 했다. “다래끼네.” 다래끼? 다래끼가 뭐지? 질문을 할 시간도 없이, “약 줄 테니까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오세요.” 그리고 끝. 사무실에서 나서서 진료하고 약 사고 돌아오기까지 15분도 안 걸렸다.
같은 공간의 C가 내게 눈이 왜 그러느냐고 말하더니 곧장 다래끼냐고 물었다. 나는 엄청 놀랐다. 어떻게 딱 보고 바로 알지? C는 본인이 겪었거나 주변에서 많이 봐서인지 매우 익숙한 듯 말했지만, 나로선 생전 처음 겪는 일이다.
찾아보니 드문 증상은 아닌 듯한데… 나로선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신기하고 낯설었다. 더 정확하게 말해서 내가 기억하는 한 다래끼는 지금 처음 겪는 일이다. 초등학교 때나 그 이전에 다래끼에 걸렸을 수도 있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니 다래끼는 이제야 처음으로 겪는 사건. 이것은 경험과 서사가 구성되는 방식이고 사건이 발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지금 이 기록이 남지 않은 상태에서 내게 다래끼가 생겼음을 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먼 훗날 다시 다래끼가 생긴다면 그때도 나는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하겠지.
아무려나 약을 먹으니 금방 진정된다. 다래끼인 걸 알았다면 병원에 가지 말고 그냥 둘 걸 그랬다 싶지만, 뭐 빨리 낫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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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래끼가 생긴 이유는 여럿일 듯한데…
하나는 피로가 쌓여서 그럴 것이다. 지금 하는 일 자체가 엄청난 고강도의 노동은 아니다. 핵심은 여름이다. 더위와 여름에 취약한 나는 더 쉽게 피로를 느낀다. 그렇다면 다래끼 정도로 넘어가서 다행이겠거니 혹은 이번 여름은 다래끼로 마무리하려나.
다른 하나는 내가 눈을 자주 비비는 편이다. 비염이 터지면 눈물이 나고 눈이 많이 가려워서 눈을 많이 비비기도 하지만, 비염이 터지지 않아도 알레르기 증상처럼 눈이 과하게 가려울 때가 있어서 자주 비비는 편이다. 아마 이것이 중첩된 것이 아닌가 싶다.

바람과 보리의 거리

바람과 보리가 친해진 거리를 종종 일회적 사건으로 느낄 때가 있다.

바람은 여전히 보리가 가까이 다가오면 하악질을 하지만 어떤 날은 아래 사진처럼 가까이 다가와서 잠들어도 가만히 있는다. 그리고 어떤 날은 보리의 머리를 핥으며 그루밍을 하기도 했다. 매우 짧은 순간이지만. 예전이라면 결코 생길 수 없는 일이 요즘은 종종 일어난다. 1년하고 4개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내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둘이 조금 더 친해진다는 느낌이다. 의심이지만 어쩐지 내가 없으면 둘이서 뭔가 꿍짝꿍짝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시 시간이 더 많이 흘러 내년 12월 즈음이면 둘이 같이 껴안는 모습도 볼 수 있을까?

트랜스젠더퀴어와 정신병의 관계, 짧은 메모

몇 해 전 미정신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정신병진단편람에서 트랜스젠더의 진단 항목이 성주체성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에서 젠더불화(gender dysphoria)로 바뀌었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에서 발간하는 질병 분류표인 ICD가 새롭게 11판으로 개정한다고 한다(캔디가 알려줬다). 현재 베타판이 나왔고 GID 대신 젠더 불일치(?, gender incongruence)로 바뀔 예정이라고 한다. 완전 삭제가 아니라 명명과 설명 방식의 변경이다. 이와 관련하여 트랜스젠더 유럽이란 단체에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트랜스젠더를 더 이상 정신병으로 명명하지 않음은 중요한 진전이며 낙인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Not labelling trans people as mentally ill anymore will be an important step forward and will help to reduce stigma. (http://tgeu.org/who-publishes-icd-11-beta/)
이 구절을 읽고 화가 났다. 이런 식의 평가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짐작 못 할 일은 아니지만, 트랜스젠더를 정신병으로 명명하지 않음이 어떻게 중요한 진전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 말은 정신병을 향한 기존의 낙인을 강화하는 태도며 기존의 낙인 구조 자체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트랜스젠더만 빼내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 1973년 동성애를 정신병진단편람에서 제거하고 1980년 트랜스젠더를 정신정진단편람에 추가한 것의 2010년대 판본에 불과할 수 있다.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서 정신병을 혐오나 구분짓기는 지금도 만연하다. 그리하여 정신병 이력이 있는 트랜스젠더퀴어는 언제나 자신의 트랜스젠더퀴어 범주 자체를 부정당한다. ‘네가 정신병이 있어서 착각하는 것이다’란 말과 함께.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트랜스젠더란 범주를 정신병으로 명명하지 않음이 무슨 진전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자칫 정신병 혐오 및 정신병이 있는 트랜스젠더퀴어를 부정하고 추방하는 현재 분위기가 ‘정상화’ 혹은 ‘정당화’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명칭이 무엇으로 바뀌건 어쨌거나 질병 분류기준에 등재되어 있다면, 해야 할 작업은 정신병이 아니라는 주장이 아니라 정신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혐오하는 사회적 태도를 거스르는 작업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 테면 퀴어정신병연구와 같은 작업을 진행하는 식으로. 아울러 트랜스젠더퀴어가 질병 분류 기준에서 빠진다고 해서 더 이상 질병과 무관한 것처럼 반응한다면 이 역시 문제다. 질병과의 관계 자체를 다시 사유할 이슈며, 나아가 장애와 트랜스젠더퀴어의 접점, 교차점을 사유할 이슈지 이제는 무관한 이슈로 접근해선 곤란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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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홍보처럼 되었지만 허접한 글이 나왔습니다. 가을호에 쓴 글을 스캔해서 올리면 심각한 민폐지만, 제 글 하나 올린다고 판매고에 영향을 주진 않으니까요. 제 글이 어느 잡지에 실렸다고 애써 구매하실 분은 안 계실 테고요. 호호. 폰으로 스캔해서 올려뒀습니다. 글 후반에 퀴어를 정신병으로 여기는 태도를 다시 고민하는 부분이 매우 짧게 있습니다. 호호호. http://goo.gl/AOX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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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쓴 글을 모두 정리해두는 것을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으로 분석하는 분이 계셔서 종종 이렇게 글을 모아두는 게 께름칙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연구자건 저자건 자신이 쓴 글을 좀 제대로 정리해두면 좋겠다고 고민합니다. 한국이 워낙 기록을 안 하는 사회기도 하니까요. 흑역사를 애써 모아둘 필요가 있을까라는 고민도 진지하게 하지만요. ㅠㅠㅠ